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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유진은 빗으로 지혁의 앞머리를 가볍게 빗은 다음 그의 앞머리를 조금씩 다듬었다. 유진의 표정은 매우 집중되어 있었다.

모든 주의력은 지혁의 앞머리에 집중했고 심지어 앞머리 아래의 깊은 눈동자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지혁은 가까이에 있는 유진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추운 날씨로 인해 조금 발그레했고 초롱초롱한 두 눈, 앙증맞은 코, 붉은 입술 그리고 수려한 볼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조명아래에서 유진은 온몸으로 따뜻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됐어.”

얼마나 지났는지 지혁의 귓가에 갑자기 유진의 목소리가 울렸다.

“됐어?”

지혁은 유진과 함께 있는 시간이 유난히 빨리 흐르는 것 같았다.

“응.”

유진은 웃으며 두 걸음 뒤로 물러서서 지혁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내 솜씨가 괜찮아. 아주 잘 다듬어졌어. 2천원을 아꼈어.”

그녀는 웃으며 말하고는 마른 수건으로 지혁의 얼굴과 목에 묻은 머리카락을 털어 주었다.

“됐어. 샤워하러 가.”

유진이 말했다.

지혁은 대답을 하고 갈아입을 옷을 챙겨 좁은 욕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줄기가 몸을 씻어내자 지혁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가슴에 있는 흉터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러 이 흉터는 이제 아주 연해졌다. 다만 이 흉터를 볼 때마다 그는 그 여자를 생각하게 된다.

그와 아버지를 버렸던 그 여자.

이 상처는 아마도 그 여자가 남긴 유일한 것일 것이다.

그때 지혁은 무릎을 꿇고 그녀에게 떠나지 말라고 그와 아버지를 버리지 말라고 빌었지만 그녀는 그를 매섭게 밀어내고 머리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한쪽에 쌓아있던 송곳이 그의 가슴을 관통했다. 의사가 송곳이 관통한 곳이 심장과 아주 가깝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 있었으면 생명을 보장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 지혁은 그 사람이 더 이상 그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자신에게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지혁은 누구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기대가 없다면 이른바 실망도 없을 것이다.

그냥…….

지혁은 물을 잠그고 수건을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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