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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임유진은 웃긴다는 듯 입술을 깨물더니 걸음을 옮겨 자리를 뜨려 했다.

소민준은 자신의 호의가 무시당한 것 같아 가슴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임유진, 무슨 뜻이야, 내가 이렇게 너를 돕는다는 것은 이미 매우 큰 위험을 감수한 거야!”

“아무도 네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라고 강요하지 않았어.”

임유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너 이러면 세령 씨에게 알려질까 두렵지 않아?”

그때 누군가의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나에게 알려지면 안 되는 게 뭐지?”

소민준의 몸이 뻣뻣해지더니 재빨리 임유진의 팔을 풀고 고개를 돌려 걸어오는 진세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 말을 들은 진세령은 앞으로 나가 소민준의 팔을 잡았다.

“자기야, 자기는 이런 사람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강지혁이 알면 어쩌려고 그래? 자기도 알다시피, 우리 언니는 강지혁이 유일하게 결혼하고 싶어 하던 여자야. 우리 언니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되었어도 강지혁은 지금까지 옆에 다른 여자가 없어…….”

말을 다 하지는 않았지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소민준은 표정이 일그러진 채 이전에 프로젝션 광고가 철거된 일을 떠올렸고, 강지혁이 두 집안의 혼인을 거부하고 약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던 것도 떠올렸다.

소 씨네 집 내부에서도 임유진의 일 때문에 강지혁이 소 씨 가문을 시큰둥하게 대하는 거로 추측했다.

“임유진, 넌 그냥 환경미화원이 잘 어울려. 강지혁은 네가 이미 석방됐다는 것을 알지 않을까? 아마도 얼마 지나지 않아 너는 S 시에 발붙일 곳도 없게 될 거야.”

진세령은 마치 높은 곳에 있는 여왕처럼 이 말을 다 한 후 소민준의 팔을 잡고 떠났다.

임유진은 평온한 얼굴로 청소도구를 들고 환경위생과에 배치된 자전거를 타며 그녀가 청소하려는 길목을 향해 갔다.

그녀에게 있어서, 옛날 그녀가 소민준에 대한 그 사랑은 이미 철저히 짓밟혔는데, 지금 다시 소민준을 보니 마치 낯선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소민준과 진세령이 다정하게 함께 있는 것을 봐도 그녀는 이미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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