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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여정원은 평소와 다름이 없는 온화한 얼굴로 매우 도발적인 태도로 말했다.

신유리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눈 속의 혐오는 아주 뚜렷했다.

하지만 여정원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못 본 것처럼, 혹은 봤지만 일부러 그녀를 기분을 더럽게 하려고 그러는 듯 웃으며 했다.

“혹시 지금 갈 데가 없다면, 내가 받아줄 수도 있어요.”

부서의 책임자는 이미 자리를 떴고, 지금 회의실에는 이신 쪽 사람들과 리사와 여정운만 남았다.

여정운은 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여전히 신유리에게 시선을 둔 채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

“잘 생각해 봐요. 언제든지 대답 기다릴 테니까.”

그리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어서 말했다.

“유리 씨도 알다시피 내가 유리 씨를 쭉 좋아해 왔잖아요.”

그는 유독 ‘좋아해’ 세글자를 강조하듯 말했다. 뭔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신유리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녀는 코웃음치며 말했다.

“보통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인 것 같은데요.”

솔직히 오늘 여기서 여정운을 만나니 신유리는 아주 짜증 났다.

여정원은 이전에 그녀의 첫 상사였다. 그때 신유리는 처음이라 모르는 것이 많았다. 여정원은 좋은 선배의 모습으로 그녀를 몇 번 데리고 업무를 보러 다녔다.

그때 서준혁도 바빠서, 신유리는 모든 일에 그를 찾을 순 없었다. 그럴 때 여정원이 도움을 주니 자연히 그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고, 서준혁 앞에서 그의 좋은 말도 많이 했었다.

그 후 한 번 출장을 갔을 때, 여정원은 한밤중에 그녀의 방에 찾아왔다.

신유리는 그때서야 알아차렸다. 여정원이 신입에게 친절하기 대한 것은 모두 가식이라는 걸. 그리고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그의 의도없는 듯한 신체 접촉이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

하지만 신유리가 그에게 경고한 뒤, 그는 그만하기는커녕 도리어 더 심해졌다.

다행히도 그 후 어느 날, 서준혁이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우연히 마주친 뒤에야 여정원은 비로소 멈췄다.

다만 그 후, 그는 계속해서 신유리의 꼬투리를 잡았고, 까다로운 고객들만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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