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국병이 아까 얼마나 힘을 썼는지 신유리는 어깨 반쪽이 격하게 아파 났고 반대쪽 몸도 따라서 힘이 없었다.방금 이 주먹이 그녀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기조차 두려웠다.“뭘 봐, 너랑 무슨 상관이야.” 신유리는 허리를 굽히고 통증을 가라앉히려는데 주국병의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신음소리를 참은 채 눈꺼풀만 치켜들고 서준혁을 바라보았다.서준혁은 이미지가 차가워 거기 서 있는 것만으로도 우아했다.주국병을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분명 무뚝뚝했지만 주국병은 그의 시선에 왠지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신유리는 서준혁의 뒷모습을 보며 옅은 신음소리를 내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준혁아, 조금 있다가 가면 안 돼?”그녀는 한 마디를 뱉을 때마다 어깨가 찌릿찌릿 아파 나서 느릿하게 말을 이어갔다.별 다른 이유 없이 그녀는 단지 주국병이 다시 일어날까 봐 두려웠다.그녀는 지금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만약 서준혁이 조금만 더 머물러준다면 아무래도 조금 더 안전할 것이다.서준혁은 그녀의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었다.잠시 후, 그제야 그는 고개를 살짝 돌리자 신유리는 그의 얼굴이 굳어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서준혁이 있어 주기 싫은 줄 알고 핸드폰을 들며 말했다.“경찰에 신고할 테니 조금만 더 있어 줘.”입술에 핏기 하나 없이 속눈썹을 늘어뜨린 그녀는 한참 만에야 한 마디를 내뱉었다.“초라하네.” 신유리는 자조하며 입꼬리를 내렸다. 정말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자신의 친엄마한테도 속고 계부한테도 이렇게 맞았다.지금 서준혁에게 부탁해서 용기를 내야 하는 상황까지 너무 초라했다.다만 서준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떠나지 않았다.심유리는 마음이 조금 풀렸지만 어깨가 너무 아파 몇 번이나 신음소리를 흘렸다.경찰이 오기 전에 병원 경호원이 먼저 다가와 상황을 파악하고 주국병을 제압했다.주국병은 여전히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다가 신유리를 바라볼 때만 눈에 독기가 맺혔다.경찰이 곧 도착했고 비록 그들은 로비
신유리가 응급실에서 20분을 기다린 뒤에야 이신이 도착했다. 그는 안색이 굳어져 약간 엄숙해 보였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어때? 많이 다쳤어?”외할아버지를 뵈러 왔던 신유리가 지금은 응급실에 앉아있는 것을 봐서는 말할 필요도 없이 분명히 다쳤을 것이다. 신유리는 방금 진통제를 먹었지만 어깨는 여전히 아팠다.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고 병원 조명 아래 그녀의 입술에는 핏기조차 없어 보였다.“어깨뼈에 금이 좀 갔어.”이신은 동공이 갑자기 흔들리더니 물었다.“그가 때렸어?”신유리는 대답하지 않았고 옆에 놓인 약과 진단서를 들고 천천히 일어났다. “운전하기 좀 불편해서 나 집까지 데려다 줄 수 있어? 부탁할게.”그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순의 시선은 그녀에게 잠시 머물렀다가 곧 손을 내밀며 말했다.“이리 줘. 내가 들게.”이제 더 이상 강한 척할 필요도 없었고 신유리는 손에 들렸던 물건을 이신에게 건네주고 그를 따라 주차장으로 갔다. 이신은 그녀보다 한발 일찍 도착하여 차 문을 열어주었다. 신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차에 올랐다. 이신이 가볍게 차에 올랐고 잠시 멈칫하더니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잠깐만, 내가 안전벨트를 해줄게.”신유리는 어깨 상처 때문에 크게 움직이지 못하고 고개만 가볍게 끄덕였다. 이순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 그에게서 매우 연한 허브향이 났다. 서준혁에게서 느끼는 차가운 느낌과 달랐으며 이신에게서 나는 냄새는 한결 깨끗하고 포근했다. 그는 시종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안전벨트를 매준 다음 이내 몸을 비켰다. 신유리는 통증으로 인해 머리가 어질어질하여 이신과 고맙다는 한마디만 하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까 준혁 씨를 봤어.”이신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신유리는 눈초리를 가늘게 떨더니 말했다. “마침 그가 병원에 있었어.”“준혁 씨랑 주국병이 만났어?”“응.”깊은 밤, 길에는 차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이신은 길목의 신호등 앞에서 천천히 차를
이연지가 어찌나 힘을 썼는지 신유리는 그녀에게 맞아 온몸이 한쪽으로 쏠렸고 다친 손은 본능적으로 의자를 잡고 버티고 있었다.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순간적으로 강하게 밀려오자 신유리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렀고 얼굴의 혈색도 모두 사라졌다. 통증 떄문에 그녀는 호흡마저 하기 어려울 지경이였다. 말은커녕 입을 벌린 채 숨을 헐떡이며 통증을 줄이려고 애썼다. 이연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녀는 여전히 신유리를 가리키며 비분이 극도에 달해 울며불며 하소연했다. “이 배은망덕한 년아, 어떻게 이렇게 모질게 굴 수 있어? 그를 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야?”이연지는 신유리가 마치 천리를 어긋나는 일을 한 듯이 굴더니 나중에는 흐느끼며 땅에 꿇어앉았다. “널 낳아서 뭐해. 내가 원수를 낳았구나!”“내가 그때 차라리 약이나 사서 먹고 너를 화장실에서 흘려버리는 것이 네가 지금 나에게 복수하는 것보다는 낫겠다!”이연지의 목소리는 쉬었고 너무 비통하게 울었는지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신유리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신유리는 여전히 통증이 심해서 정신을 가다듬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등에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연지는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벌떡 일어나더니 신유리를 끌고 갔다. “안 되겠다. 어서 들어가 네 아버지께 사과해. 무릎까지 꿇고 정중히 사과해. 양심도 없는 년.”이연지는 비록 여위고 허약했지만 합정에 간 이후로 노가다도 적지 않게 했으며 게다가 미미를 돌보기 위해 온갖 궂은 일이든 다 했다. 그랬던지라 그녀는 힘이 셌다. 힘껏 신유리를 앞으로 잡아당겼다. 신유리는 자신의 손이 그녀에 의해 끊어질 것만 같았다. 마비될 정도의 통증은 그녀의 반쪽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게 했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있었고 얼굴색도 새하얗게 질렸다. 옆에 있던 경찰이 보다 못해 강제로 이연지를 끌어내며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 “가족분께서 너무 흥분하지 마세요.” “신유리 씨도 마찬가지로 부상을 입으셨습니다. 남편분만
임아중이 도착했을 때 신유리의 어깨는 이미 많이 회복되었고 여전히 통증이 있었지만 어쨌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정도였다. “너 어떻게 된 거야?”임아중은 이틀 동안 신유리에게 벌어진 일들을 아직 모르고 있었다. 다행히 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조심스레 신유리를 도와 옷을 갈아입혔다. 신유리가 모든 일을 그녀에게 말했을 때 그는 눈을 부릅뜨며 분개했다.“네 엄마라는 사람은 머리가 이상한 거 아니야? 이게 정상적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야?”이연지가 한 짓은 확실히 누가봐도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었다. 신유리는 눈을 내리깔고 말을 잇지 못했다. 임아중이 말을 하려던 참에 갑자기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신유리에게 핸드폰을 건네주었고 발신자는 성남파출소였다. “신유리 씨, 지금 한번 다녀가야 하겠습니다.”주국병의 부상이 심각한 데다가 가정 내 갈등까지 겹쳐 파출소에서도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다. 임아중은 신유리와 함께 파출소로 갔다.“난 네 엄마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봐야겠어.”파출소는 제일 병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고 임아중이 차를 세우자마자 바로 뒤에 마이바흐 한 대가 멈춰 섰다. 임아중은 너무 놀란나머지 욕설을 내뱉었지만 반면 신유리는 한눈에 서준혁의 차라는 것을 알아챘다. 잇달아 차 문이 열리며 서준혁이 무표정으로 내렸다. 신유리는 차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서준혁이 떠난 후에 내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차 창문을 두드렸다. 서준혁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있었고 미간을 찌푸린 채 신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신유리는 흠칫했다. 비록 창문에는 보호필름이 붙어있었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서준혁이 마치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뭘 꾸물거려? 레드카펫이라도 깔아줘야 해?”서준혁의 목소리가 유리를 통해 들려왔고 매우 침울해 보였다. 신유리는 입술을 깨물며 천천히 차 문을 열었다. 서준혁도 어젯밤의 일 때문에 왔을 것이다. 신유리
경찰은 아주 엄숙한 얼굴로 이연지를 쳐다보며 말을 꺼냈다.“주국병 씨 병원에 있답니다. 지금 상태가 별로 안 좋다고 하는데... 가족 분들 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이연지는 주국병 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잠시 굳더니 급히 몸을 일으켜 세우며 물었다.“그 사람이 왜요?”신유리는 모든 신경을 다 미미한테 쏟아 붓고 있었는데 미미가 당황하여 길을 제대로 걷지 못하는 이연지에게 팔을 붙잡혀 강제로 끌려가는 것을 보았다.신유리와는 반면에 이연지는 미미의 팔이 모서리에 강하게 부딪혀 다친 것조차 모르는 눈치였다.신유리는 마음이 쿵 하고 가라앉는 듯싶었다. 그녀는 이연지의 뼈 밖에 없어 앙상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이연지 맞아?][주국병한테 충신 하는 한 마리의 개 같은데?]주국병의 말 한마디면 그녀는 순순히 말을 듣고 그의 뒤를 따라다니고 있는 모습 이였다.이연지는 미미의 팔을 붙잡고 비틀거리며 달려 나갔다. 남겨진 경찰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신유리를 보며 말했다.“그쪽도 병원으로 가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주국병 씨가 신유리 씨와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하십니다.”경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옆에서 듣고 있던 임아중이 입을 열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범인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더러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죠? 안가요. 유리야, 우리 다 같이 가지 말고 바로 고소하자. 모든 증거들이 다 있는데 우리가 뭐가 두려워?”경찰의 안색은 아까 보다 더 급격히 어두워졌지만 신유리는 이연지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이였다. 만약 자신이 병원으로 가지 않는다면 그녀는 나중에 온 세상 사람이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온갖 방법을 써서 괴롭히리 라는 것을.생각에 잠겨있던 그녀는 임아중의 말에 대답했다.“먼저 돌아가세요, 저 병원 갔다 올게요.”“같이 가줄게요.”임아중은 비록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지만 신유리를 따라가겠다고 말했다.신유리는 서준혁이 바로 떠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는 그녀와 함께 병원으로
외할아버지는 아직 이연지가 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 이 노인이 된 할아버지는 정신 상태나 눈빛이 예전과는 눈에 띄게 나빠졌고 병실 침대에 누워만 있기 때문이다. 신유리가 병실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떠났지만 할아버지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는 눈치였다.신유리가 떠난 후, 순간 미미가 떠올랐다.그녀의 상태로 보아 전에 합정에 있을 때보다 많이 야위었고 좋지 않아 보였다.하지만 신유리는 금방 정신을 가다듬고 미미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몰래 다짐했다.그녀는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향했다. 임아중이 신유리에게 당부한 대로 그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임아중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임아중은 임 씨네 저택에 있었는데 전화를 받은 그녀의 목소리가 별로 좋지 않았다.“왜 그래요?”신유리가 걱정하며 물었다.“아니 뭐 별건 아니고... 아빠가 자꾸 결혼 좀 해라고 보채잖아요! 제가 뭐 안가고 싶어서 안 가는 것도 아니고 시집 못갈 여자도 아닌데 짜증나 죽겠어요.”임아중은 언제 어디서든 늘 집에서 맞선을 하라고 보채는 일로 불평불만을 늘어놓았는데 그걸 알고 있는 신유리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말하던 임아중도 뭔가가 생각난 듯 병원안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두 사람은 오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얼마 지나지 않아 통화를 끝마쳤다.신유리는 몸을 다쳐 잦은 외출을 할 수 없는 상황 이였고 그것을 아는 이신이 그녀를 보러 와서는 업무 때문에 신경 쓰지 말고 집에서 잘 휴식하라고 당부했다.“제가 지금 확실히 아무런 도움이 되지는 않죠.”말을 하는 신유리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건강을 회복하는 게 우선입니다.”이신이 대답했다.“이신 씨, 전 제가 사무실에서 어떠한 쓸모도 없다고 느껴져요.”말을 하는 신유리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감정들과 생각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처음 이신을 마주했을 때까지만 해도 아주 자신만만하게 이신과 함께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 그녀였다.하지만 지금, 자신이 도움이 되기
단계를 뛰어넘어 일처리를 하는 것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송지음이 일부러 방해를 하고 있기에 신유리는 자연스럽게 서준혁을 직접 찾아 가는 수밖에 없다.양예슬이 신유리를 데리고 올라가는 길에 그녀에게 얼른 설명해줬다.“아까 그 두 사람 윗사람들인 것 같은데요.”양예슬이 말을 하며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자 신유리는 바로 알아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래서 서대표님이 바로 올라오라고 했구나.][그래도 뭐 괜찮네, 편하고.]신유리는 사무실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렸지만 서준혁은 대화가 길어지는지 아직까지도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서준혁 사무실의 채광과 설계, 모든 것이 완벽했는데 신유리는 푹신한 소파에 앉아 기다리다가 너무도 편한 나머지 쏟아져 나오는 졸음을 참지 못했다.신유리는 요 며칠 성치 않은 몸 때문에 제대로 자본적이 없어 졸음이 몰려오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아무리 기다려도 서준혁이 올 기미가 안보이자 신유리는 소파에 기대 누워 눈을 감고 잠을 청하려고 했다.너무도 졸려 정신이 몽롱할 때, 누군가 사무실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이어서 들리는 것은 누군가의 비웃음 소리.서준혁은 들고 있던 물건을 책상에 던져버리더니 코웃음을 치며 말을 꺼냈다.“화인 그룹을 집으로 생각하시나 봐요?”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신유리가 몸을 곧바로 일으키려고 하였지만 다친 어깨를 소파에 부딪쳐 참기 힘든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서준혁은 사무실 책상에 기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딱 일분 드립니다.”신유리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려 멍해있을 때 서준혁은 어느새 몸을 돌려 사무실 의자에 앉아냉정하게 말을 이어갔다.“불쌍한 척 하러 오신 거라면 나가셔도 됩니다.”“저는 버닝스타 미래, 그리고 화인의 프로젝트에 관한 얘기들을 하고 싶어서 온 거예요.”신유리가 잠이 덜 깨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계약서에 관해서는 세 곳 다 아무문제 없다고 확인받았는데 화인 그룹에서 아직까지도
주국병의 표정이 이글어지고 신유리는 가슴이 철렁했다.“뭐? 몇 십억?”신유리가 큰 소리로 외쳤다.그녀의 외침소리에도 주국병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씩 웃더니 말했다.“너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내 장인어른한테 효도 좀 하겠다는데!”그의 대답을 들은 신유리는 화가 치밀어 올라 온몸이 부들부들 떨려왔지만 곧 입술을 꽉 오므리고 자신의 감정을 겨우 조절해갔다.그녀가 시선을 이연지에게 돌리자 이연지는 몸을 웅크리고 신유리를 힐끔힐끔 쳐다만 볼 뿐이였다.주국병은 신유리한테 욕설을 강하게 퍼붓고 일부로 그녀의 어깨를 꽝하고 부딪히며 지나갔다.다행히도 그가 부딪힌 어깨는 다친 쪽이 아니었지만 강한 힘에 신유리는 저도 모르게 옆으로 밀려났다.신유리는 그 자리 그대로 서있었고 이미 자신의 조절하기 힘들 정도로 화가 나 뼛속까지 떨려오는 느낌 이였다.[주국병 저 개새끼... 어떤 짓이든 할 기세구나?][그건 그렇고 외할아버지가 몇 십억이라니? 무슨 뜻이지?]갖은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진 신유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누군가의 재빠른 발걸음소리로 인해 눈을 떴을 때, 이연지가 고개를 푹 숙이고 자신의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눈빛이 급격히 변하더니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이연지 씨.”신유리의 부름에 이연지는 재촉하던 발걸음을 멈추었지만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다만 어깨를 움츠리고 있을 뿐이었다.“여기서 뭐하려고 온 거예요?”신유리가 이연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물었다.“그... 그게.”“뭐... 뭐하려고 왔겠어. 내 아버지라서 챙겨드리려고 그랬지.”이연지는 말을 심하게 더듬으며 천천히 대답했다.“주국병 말은 도대체 무슨 뜻인데요?”“나... 나는 몰라.”이연지가 수그리고 있던 얼굴을 들자 충혈이 돼 빨갛게 된 눈과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더 많아진 상처들이 얼굴에 가득했고 새 상처들은 옛 흉터에 덧대어져 보기가 아주 흉했다.이연지는 신유리를 괴로움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난 그냥 아버지 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