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도착하기도 전에 서준혁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송지음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신유리에게 속삭였다. “유리 언니, 급하면 먼저 가셔도 돼요. 제가 이따가 오빠랑 같이 갈게요.”신유리는 그녀의 속셈을 알아채고 무표정으로 돌아섰다.송지음은 그녀가 떠나자 그제서야 작은 목소리로 옆에 있던 강희성에게 해명했다.“미미가 아무래도 유리 언니 동생인데 언니가 아무리 화가 나도 마음속으로 엄청 걱정할거에요. 언니를 먼저 보내는 게 맞죠.”강희성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하긴, 그렇네요.”송지음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전 여기서 오빠를 기다릴게요.”강희성은 문득 상황을 알아채고 이마를 툭 치며 말했다.“전 먼저 유리 씨와 함께 병원으로 가는 게 좋겠어요. 괜히 커플 옆에서 염장질이나 당하는 게 아니라.”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렸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가는 내내 중얼거렸다.‘준혁이 여자 친구 질투가 심하네. 유리 씨를 보내면 그만이지, 나까지 보내려 하다니.’신유리가 먼저 병원에 도착하고 강희성도 이내 뒤따라왔다.그는 신유리와 인사를 나누고 먼저 사무실로 갔고 신유리는 홀로 병실로 향했다.미미는 또 링거를 맞고 있었고 손바닥만 한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이 입술도 메마르다 못해 각질이 굳어져 있었다. 넓은 환자복은 마치 마대 같았다.그녀는 위를 보더니 웃으며 물었다.“오늘 컨디션은 어때? 아픈 곳은 없고?”미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없어.”신유리는 미미 앞에서 이연지라는 이름 세글자도 꺼내지 않았고 미미도 얌전하게 엄마를 찾지 않았다.다만 그들도 결국엔 친한 사이가 아니다 보니 별로 할 말이 없었다.미미는 어젯밤에 일어난 모든 일을 신유리에게 알렸고 오늘 다시 과묵한 모습으로 돌아왔다.신유리는 그녀 곁에 잠시 있다가 일어났다.“의사한테 물어볼게.”미미의 병세로 봐서는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야 할 상황이었다. 비록 신유리는 크게 관심이 없었지만 어떤 일은 분명하게 물어봐야 했다.다
“유리 언니, 저 말이 너무 많았죠? 죄송해요.”귓가에 송지음의 목소리가 다시 맴돌자 신유리의 생각을 끊었다.신유리는 턱을 치켜올렸다가 이내 덤덤하게 말했다.“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다 해버렸는데 많고 적고가 뭐가 중요하겠어?” 송지음의 얼굴에 의아함이 스쳐 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찾았다.서준혁은 그녀를 보지 않고 오히려 병상 옆 캐비닛에서 미미의 진단서를 집어 들더니 두 페이지를 넘겼다가 다시 갖다 놓았다.그한테서 풍기는 차가운 분위기는 사람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미미는 이불 속에 몸을 웅크린 채 그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다.잠시 후,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별 감정이 없이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있으니 유달리 의미심장해 보였다.신유리는 멈칫하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서준혁의 시선을 맞받으며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서도 혹시 제가 여동생과 어떻게 지내는지 가르쳐 주고 싶으신 건가?”대표님 세 글자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신유리는 지금 마음이 편치 않았다.송지음은 연약해 보이지만 실은 말에 가시가 들어있었다.하지만 신유리는 아직 증거가 없었다.쯧. 신유리는 표정 하나 변함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 차가워 보였다.서준혁은 거의 잠겨가는 목소리로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가르쳐준 게 그뿐이야?”신유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내 서준혁의 비웃음 소리가 또 들려왔다.“그런데 네가 그대로 한 게 뭐가 있지?”“주국병이 벌인 난장판을 처리하기 위해 너를 합정에 불렀는데 오히려 일을 만들어?”서준혁의 새까만 눈동자에는 신유리의 얼굴이 비쳤다. 그는 입꼬리를 씰룩거리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네 집안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마치 전 세계 사람들이 너한테 죄지은 것 같아? 신유리, 너무 너를 높게 보는 거 아니야?”그는 느릿하게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었다. 마치 특권자의 고고한 자태를 내뿜는 것 같았다.신유리는 이 분위기가 숨 막혔다.눈치 빠른 서준혁은 신유리와 송지음의 짧은
그녀의 겁에 질린 모습에 그 몇몇 양아치들은 실실 웃어댔다. “뭐가 무서워, 친구로 사귀자는 건데. 아저씨가 예뻐해 줄게.”송지음은 앞에 있는 그들의 추잡하고 능글맞은 모습에 무서웠지만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정색해서 말했다.“전 남자 친구가 있어요. 당신들이 감히 나를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제 남자 친구는 절대로 당신들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방금 그녀를 잡아 왔던 양아치가 비웃었다. “그럼 네 남자 친구보고 오라고 해. 되려 누가 누구를 가만두지 않는지 봐야겠어.”송지음은 너무 무서운 나머지 신유리를 꽉 잡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유난히 힘이 들어가서 신유리는 아팠다.신유리는 이런 것도 신경 쓸 겨를 없이 한 손으로 송지음을 잡았다. 원래 그녀더러 더는 그 사람들의 화를 돋구지 말고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 그런데 송지음은 오히려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말했다. “지금 남자 친구를 부를 테니 딱 기다려.”다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바쁘게 손에 들렸던 핸드폰은 그들에 의해 바닥에 떨어졌다. 양아치들은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불러서 뭐 하려고? 네가 어떻게 놀아주는지 보여주려고?”이 사람들은 모두 양아치들인지라 이런 법을 어기고 규율을 어지럽히는 일 따위는 닥치는 대로 했다. 그들은 손을 뻗어 송지음의 소매를 잡더니 힘을 주자 천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송지음은 비명을 지르며 양아치들을 발로 차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힘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양아치들의 몸에 발길이 닿지도 않았으며 되려 그들의 손에 잡혀 오른팔 소매가 완전히 찢겨졌다. 새하얀 팔이 드러나자 양아치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송지음은 놀라고 두려워 발버둥을 쳐댔다. 그녀는 애원이 가득한 눈길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유리 언니, 빨리 그들보고 멈추라고 하세요!”신유리는 양미간을 찌푸렸다. 그녀가 어찌 그들을 멈추게 할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녀도 그들이 송지음을 함부로 굴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신유리는 송지음을 자신의 뒤로 숨기며 차가
갑자기 발생한 사건 때문에 송지음은 결국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녀의 몸에는 그들이 옷을 찢을 때 부주의로 난 상처들이 있었다. 새하얀 피부에는 여러 갈래의 붉은 흔적들이 있었다.신유리는 이 상황에 그녀를 두고 떠날 수 없었다. 신유리는 응급실로 따라갔다. 진료실은 문이 닫혀 있었고 서준혁이 송지음과 함께 안에 있었다. 신유리 역시 아까 부딪쳤던 곳이 아파 났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몸을 돌리려 하자 옆에 있던 강희성이 망설이더니 입을 열었다. “어디 가세요?”신유리는 자신의 팔을 움직이며 말했다. “골과요.”강희성은 그녀가 팔을 다친 사실을 몰랐다.“유리 씨도 다쳤어요? 아깐 왜 말 안 했어요?”신유리는 눈을 내리깔았다. ‘방금 그녀가 어떻게 말하겠는가?’‘또 누구한테 말하겠는가?’송지음은 울먹이기 바빴고 서준혁은 걱정하느라 급했고 그녀가 말하든 말하지 않든 달라질게 뭐가 있는가.강희성은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저와 준혁이 병원을 막 나갔을 때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들렸습니다. 준혁의 안색이 놀라울 정도로 어두워졌었어요.”신유리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래서 지금 내가 그 사람들을 시켰다고고 생각하는 건가요?”강희성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비껴갔다. “딱히 그런 건 아니에요.”그가 그렇게 생각하느냐 안 하느냐는 이미 분명해졌다. 신유리는 마음속으로 자조했다. ‘그런 것이다.’강희성도 이미 그녀에 대한 서준혁의 의심을 보아내지 않았는가.진료실의 문이 열리며 신유리의 생각이 끊겼다. 강희성이 한발 앞서 물었다. “어떻게 됐어? 괜찮아?”송지음의 몸에는 서준혁의 옷이 걸쳐있었고 얼굴은 창백했다. 확연히 금방 지나치게 놀란 모습이었다. 그녀는 머리를 흔들더니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신유리의 냉정한 시선을 마주치자 멈칫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강희성은 신유리와 서준혁을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일이 없으면 좋은 거지 뭐. 모두 안심해도 되겠어. 그럼 유리 씨는...“그
병원 복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송지음은 입을 열어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서준혁의 무표정한 얼굴에 본능적으로 두려워졌다. 그녀는 아직 서준혁이 이렇게 화가 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온몸에 냉기가 심해서 보기만 해도 감히 접근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방금 신유리가 했던 말이 생각나자 마음속으로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며 입을 열려고 했다. “오빠.”서준혁은 표정이 굳은 채 매서운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갑자기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화내지 마.”서준혁은 눈에서 날카로움을 조금도 거두지 않은 채 고개만 작게 끄덕이며 무겁게 말했다. “의사가 너더러 CT 찍으라고 했으니 어서 가봐.”송지음은 서준혁의 시선을 받으며 가슴을 졸인 채 이를 악물고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CT 찍으러 갔다. 그녀가 멀리 간 뒤에야 강희성은 말하고 싶은 것을 참으며 서준혁을 바라보자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해.”강희성은 말했다. “방금 유리 씨한테 너무 심하게 말한 거 아니야?”서준혁의 가차 없는 말투에 억울해하는 신유리를 보며 강희성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 “그리고 유리 씨도 다쳤어. 그녀가 계속 팔을 감싸고 있는 것을 보니 아마 많이 괴로운 것 같아. 그런데 너까지 그렇게 심한 말을 하다니...”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준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마음 아파?”강희성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 “아니, 난 그냥 객관적으로 말했을 뿐이야.”“아무도 너의 객관적 의견이 필요하지 않아.”서준혁은 얼굴에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입술을 오므리고 있었다. 그의 현재 심경의 괴로운 정도를 드러내고 있었다. 경찰 쪽 결과는 저녁에 나왔다. 그 사람들은 합정의 양아치들로 주국병과 관계가 아주 좋았다. 그중 한 명은 주국병과 카드놀이를 할 때 몇십만을 땄지만 주국병은 갚지 않았다. 후에 전화를 걸어 재촉하자 주국병은 성남시에 돈
“전에 미래그룹에서 보내준 건데요, 안에 내용 몇 가지가 좀 이상해보여요. 어디가 이상하다고 딱 집어 말은 못하겠지만 틀린 건 확실해요.”허경천은 핸드폰을 꺼내 찍어준 사진들을 신유리에게 보여주며 말을 이어갔다.“여기 제가 표시한데 말이에요.”“계약서를 저한테 직접 보여주셔도 돼요.”신유리는 굳게 닫고 있던 입을 열었다.그녀의 말에 허경천은 자신의 머리를 툭툭 때리며 대답했다.“아! 제가 잊었네요. 원래는 유리씨가 안 돌아오면 바로 카톡으로 보내주려고 했는데...”그는 대답을 마치고는 바로 계약서를 가지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아침 먼저 드시죠. 우유 아니면 커피?”이신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허경천은 금방 계약서를 가지고 내려왔고 신유리에게 건네주기도 전에 이신이 먼저 말했다.“아침 먼저 드시고 일합시다.”이신의 말대로 아침을 다 먹자마자 신유리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이석민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는데 발신자를 확인한 신유리의 표정은 약간 굳었다.한동안 망설이던 신유리가 전화를 받았고 이석민은 예의바른 말투로 인사말을 전했다.“유리씨, 저예요.”“무슨 일인데요?”어제 일로 아직 이석민에게 화가 나 있는 신유리의 목소리는 아주 까칠했다.그녀의 태도에 조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던 이석민이 말을 이어갔다.“오늘 오전에 화인으로 오셔서 회의 하나 참가하시죠. 화인 쪽에서 일의 진도와 재료, 장소 등 많은 문제를 검사하겠다고 하네요.”화인은 이번 합작의 대투자자라 당연히 이런 것을 검사할 자격이 충분했다.신유리는 이석민의 말에 알았다고 대답해주고는 인차 전화를 끊어버렸다.화인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마다 서준혁이 생각나는 그녀였지만 그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이 좋지 않아졌다.“화인에서 걸려온 전화예요?”이신이 물었다.신유리의 굳었던 표정이 조금씩 풀려가며 말했다.“재료 문제들로 회의 좀 하겠다고 하네요.”“정말 짜증나게 하네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렇게 아무 때나 회의라니... 회의해서도 아무런 의미 없는 의견들만
현장으로 가야하는 신유리는 내려오자마자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전 서대표님이랑 같은 차에는 안 앉을게요. 별로 썩 좋은 선택은 아니잖아요. 서대표님도 주소를 아시니까 걱정은 안할게요. 그럼 현장에서 봐요.”말을 마친 신유리는 서준혁이 대답하기도 전에 뒤돌아 떠나버렸다.신유리의 일처리는 깔끔하고도 신속하기에 멀리 서있는 서준혁은 표정이 더욱 굳어져만 갔다.이석민은 기사님과 연락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서준혁의 굳은 표정에 놀라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 시각, 현장으로 가던 신유리는 연우진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고 수화기 너머 들리는 그의 목소리는 다소 다운돼 보였다.“유리야, 주국병과 이연지 두 사람 곧 법정에서 재판 받을 거야. 준비하고 있어.”주국병과 이연지가 저지른 범죄들은 결코 적지만은 않았는데 몇 년 전 주국병이 저지른 일들마저 화가 난 신유리가 모조리 까발린 상황이었다.연우진의 말에 신유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만히 있는 모습이었다. 주국병이 저지른 범죄들의 후과는 불 보듯 뻔할테니까.이연지는 공범 이였고 똑같은 가해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다 자기들이 자초한 일이지 뭐.]신유리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을 쳐다보며 대답했다.“때가 되면 증거들을 내보낼 거야. 주국병이 살인도 했다는 걸 내가 밝힐 거야.”그녀는 전에 미미가 했었던 말들을 모조리 기억하고 있었다.주국병이 할아버지를 구타한 것은 물론 호흡기까지 빼버렸다는 사실을 말이다.하지만-신유리는 두 눈을 깜빡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난 이연지 그 사람을 한 번 더 만나고 싶어. 물어볼게 있어서.”연우진은 그쪽 상황을 다 알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신유리가 현장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혁의 마이바흐가 뒤따라 들어왔다.그녀는 싫은 내색도 내지 않고 서준혁을 데리고 현장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이랑과 함께 일하고 있던 어느 한 청년은 신유리와 서준혁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는 손에 일들을 다 내려놓고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반장님이
서준혁이 공사현장에서 다친 것에 대해 따지고 뜬다면 꼼짝없이 버닝스타가 책임을 져야하는 상황이었다.신유리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채 낮은 목소리로 의사에게 물었다.“많이 다쳤나요? 뼈는 괜찮은 거죠?”“네. 뼈는 다치지 않았다만 상처가 꽤 커 대여섯 바늘 꿰매야 할 것 같습니다.”그녀는 의사의 말에 머릿속으로 급히 어떻게 책임을 져야 회사에 가장 타격이 적을까 생각했다.곧이어 서준혁의 소매가 접혀 올라가고 상처부위가 드러나자 줄줄 흐르는 시뻘건 피를 보고 있는 신유리는 조금 섬뜩했다.옆에 있던 간호사가 조심조심 그의 상처를 처치하고 있었고 서준혁은 아무런 표정변화 없이 가만히 있었는데 사람들은 그의 포스에 눌리우는 듯하였다.상처를 처치하는 간호사는 실습생이라 서준혁의 기에 눌려 손을 벌벌 떨었다. 그러다 손에 쥐고 있던 면봉이 세게 그의 상처를 눌러 찍었다.서준혁이 아파 신음소리를 살짝 내자 생각에 잠겨있던 신유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아무리 인정하기 싫다 한들 서준혁이 그녀를 구해준 것은 틀림없는 사실 이였으니까 말이다.신유리는 마음속으로 크게 결심을 세우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번 사고는 저희 버닝스타에서 책임지겠습니다. 이후 모든 병원비들도 저희가 낼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그녀의 말에 서준혁은 못마땅하다는 눈빛으로 물었다.“제가 병원비 하나 못 낼 것 같습니까?”“이번 사고는 제가 버닝스타를 대표해 사과드리죠.”신유리는 변하지 않은 말투로 담담히 대답했다.서준혁은 피식 웃음을 짓고는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듯 신유리를 쳐다보며 늘 그렇듯 차갑고 냉정한 말투로 다시 물었다.“이번엔 예상치 못했던 사고고 그럼 다음 에는요? 그 다음에는?”응급실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싸해졌고 한참동안이나 대답을 하지 못하던 신유리가 입을 열었다.“다음엔 이런 일 없어요.”조금씩 아파오는 상처는 서준혁으로 하여금 슬슬 짜증이 밀려오게 하였고 그녀의 말엗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상처부위를 꿰맬 때 신유리는 나가있어야 해서 복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