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쪽에서 호텔까지 가는데 사십 분이 걸린다. 그녀는 스쳐 지나가는 녹지대를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불편해?”서준혁의 잠긴 목소리가 들리자 신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괜찮아.”“그래? 근데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데.”신유리는 입술을 오므리며 침묵을 지키더니 참지 못하고 서준혁에게 물었다. “너도 우연이라고 생각해?”서준혁은 잔뜩 진지해진 그녀를 평온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네 보기엔?”신유리는 입을 벌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만약 우연이 아니라면 누가 한 것인지 좀체로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부산시에서 악연인 사람도 없었다.화인 그룹은 예전에 부산시에 중점을 두지 않았기에 부산 시장과 접촉할 일도 없었고 매번 간단한 출장을 다녔을 뿐이다. 그녀는 다시 시선을 창밖에 고정한 채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요즘 긴장해서 생각이 많은가 봐.”서준혁은 눈을 내리깐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호텔로 돌아간 후 신유리는 핸드폰을 충전해 놓고 바로 씻으러 갔다.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기껏해야 앞으로 더 조심하면 된다. 다만 주언이 그녀를 찾아온 건 의외였다. “어쩐 일이시죠?”신유리는 금방 씻고 나서 머리를 말리고 회색 코튼 잠옷 위에 외투를 걸쳤다. 주언은 손에 도시락을 든 채 무표정으로 말했다.“임아중이 당신과 함께 야식을 먹겠다고 했어요.”그리고 다른 손에 들린 핸드폰은 임아중과 영상통화를 하는 화면이었다. 신유리는 침묵하다가 임아중에게 물었다. “왜 네가 직접 걸지 않아?”임아중은 웃으며 말했다. “다 같이 보면 북적이고 좋잖아—“그녀는 말을 마치고 술 한 모금을 마셨다. 신유리는 그제야 테이블 위에 놓인 여러 병의 술을 보았고 그중 한 병은 이미 비어 있었다. 임아중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신유리는 눈을 들어 주언을 바라보자 그의 얼굴은 매우 무거웠고 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비켜섰다. “들어오세요.”그러나 주언이 발을 들여놓기도
신유리는 변동된 규칙을 다시 봤는데 그녀는 전에 버닝 스타에 대한 규칙에만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이번 변경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 화인 그룹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그중 두 가지는 거의 직접적으로 화인 그룹의 우세를 열세로 만들었다. 신유리는 다 훑어보고 나서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신연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데? 너랑 합작하고 있지 않아?”서준혁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말했다. “모두 이익을 극대화하고 싶을 뿐이야.”신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즈니스는 원래 각자의 득실을 위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전혀 상관 하지 않는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서준혁에게 물었다. “화인 그룹과 버닝 스타가 묶여 있는데 화인 그룹이 제한을 받는다면 버닝 스타에도 좋을 게 없지 않아?”서준혁은 되려 반문했다. “네 보기엔?”신유리는 서류를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점점 안색이 어두워졌다. 왜냐하면 이 서류의 모든 변경이 실제로 버닝 스타와 화인 그룹에만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성남, 성북, 그리고 여주에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신유리는 서류를 가방에 챙기고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보아하니 부산 시장도 쉽지 않은 것 같아.”“두려워?”신유리는 잠시 눈을 내리깔고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견고하고도 걱정어린 눈빛으로 서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내가 뭐가 두려워?”버닝 스타보다 화인 그룹이 더 많은 방해를 받는 입장에서 서준혁도 걱정하지 않으니 신유리는 더욱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최선의 선택은 화인 그룹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화인 그룹이 꼭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코웃음 소리에 신유리의 생각이 끊어졌다. 서준혁은 마치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본 듯 물었다.“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벌써 갈아타려고?”신유리는 반박하지 않았다. “차선택을 마련할 뿐이야.”서주혁은 피식 웃으며 전혀 개의치 않은 모습이었다. “네가 성의 없는 거야? 아니면 버닝 스타가 성의 없는 거야?”신유
교통경찰은 빨리 도착했고 현장도 제때 처리되었다. 신유리는 서준혁의 보호에 의해 별다른 부상은 입지 않았다. 오히려 이석민과 서준혁 모두 부상을 입었다. 돌진해 온 승합차 운전자의 몸에서 술 냄새가 진동한 것으로 봐서는 음주 운전임이 분명했다. 신유리는 자동차 뒷부분을 보니 매우 심하게 파손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차체 측면의 손상도 매우 많았다. 왜냐하면 이석민이 차를 돌린 곳에 마침 크지도 작지도 않은 화단이 있었는데 차가 마침 거기에 부딪혔다. 신유리는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들면서 절대 사고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다시 승합차 운전자를 쳐다보았다. 어중간한 키에 평범한 운동복차림이었는데 사람들 사이에 있으면 눈에 띄지 않는 흔한 얼굴이었다. 다만 신유리가 더 볼 겨를도 없이 교통경찰에게 불려 가 등록을 하고 모든 배치가 끝난 후에야 그녀는 비로소 몸을 돌려 서준혁과 이석민을 보러 갔다. 신유리는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말했다.“오늘 회의는 가지 말고 우선 병원부터 가자.”서준혁의 이마와 눈가에 상처가 있었고 드러난 손가락 마디에도 약간의 상처가 있었다. 확실히 서준혁이 그녀 대신 막아주면서 생긴 상처다보니 그녀는 서준혁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밴드를 꺼내 서준혁에게 건넸다. “먼저 이거라도 붙여.”서준혁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상처 때문에 평소의 고귀함은 다소 사라졌다. 신유리는 멈칫하더니 그의 의도를 알아챘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더니 서준혁 앞에서 한쪽 다리를 쭈그리고 앉아 그의 이마에 난 상처를 바라보았다. 마침 서준혁의 축 처진 눈과 마주쳤다. 그의 기다란 속눈썹은 유난히 그윽한 눈망울을 자랑했다.신유리는 흠칫하더니 입술을 오므리고 가방에서 소독용 티슈를 꺼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고개 숙여.”서준혁은 이내 고개를 숙였고 신유리는 티슈로 상처 옆의 흔적들을 꼼꼼하게 처리해 주었다. 그녀는 가볍고 또 느리게 닦아주었다. 다만 몸이
그는 신유리를 포옹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저 속으로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는 것을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신유리가 그의 얼굴을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부산에서 성남까지 비행기로 두 시간밖에 안 걸려요.”신유리가 입술을 깨문 채 신기철을 쳐다보았다.신기철이 성남을 떠난 뒤로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다.이연지는 이혼하자마자 신기철과 찍은 사진들을 모조리 버렸다. 신유리는 몰래 가족사진 한 장을 간직하고 있다가 이연지에게 발견되어 욕을 한 바가지 먹었고, 그 유일한 가족사진마저 활활 타버리고 말았다.만나면 알아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기억 속 어렴풋한 아버지의 모습은 그대로였다.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나 있었지만 깔끔한 정장을 입은 성공한 사업인으로 변한 것 외에 별로 달라진 바가 없었다.완전히 달라진 이연지와는 달리 꽤 잘살고 있는 것 같았다.신연준을 봐도 잘살아 보이는 것 같았다.신유리는 입술을 깨문 채 그의 답변을 기다리느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신기철이 말로는 신유리가 커가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했지만 십몇 년 동안 한 번도 만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전부 거짓말처럼 들렸다.신유리는 전혀 믿지 않았다.십몇 년 동안 정말 하루라도 시간을 낼 수 없었던 걸까?신유리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신기철은 당황해하면서 핑계를 찾아보려고 했다.하지만 핑계를 찾기도 전에 아까 그 여자가 다가왔다.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신유리를 쳐다보면서 신기철의 팔짱을 끼려고 했지만 신기철이 피했다.그러자 더욱 불쾌해졌다.“누군데 이렇게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예요?”신기철은 마른기침하더니 성질을 부렸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 딸 신유리라고.”신기철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 여자를 신유리에게 소개해 주었다.“해령 씨라고 해. 우리 회사에 새로 온 실습생. 혼자 부산에 와서 독립한다고 돈이 아까워서 병원도 가지 못하는 걸 내가 데려왔어.”신유리는 자기보다도 어려 보이는 해령을 보면서 말했다.“회사 복지가
신기철의 명령식 말투에 신유리가 미간을 찌푸렸다. 서준혁이 남자친구이든 아니든 전혀 상관할 바가 못 되었다.특히 어른이라고 꼰대질하면서, 자칭 아빠라고 하면서 아빠로서의 책임을 져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신유리는 불쾌한 감정을 억지로 숨기면서 냉랭하게 말했다.“제가 누구랑 연애하든 저의 일이에요.”신기철은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역시 억지로 다정하게 말했다.“미안해, 유리야. 아까 아빠 말투가 좀 거칠었지?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아니었어. 다 네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잖아.”신기철은 또 가소로운 눈빛으로 서준혁을 쳐다보고는 성질을 죽이면서 신유리를 말렸다.“유리야, 아빠 말 믿어. 아빠 사람 잘 봐. 이놈은 딱봐도 돈 한 푼 없는 거지잖아. 난 네가 이런 사람이랑 고생하는 꼴 못 봐. 내가 나이가 비슷한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 줄게. 오늘 점심에 같이 밥 먹는 거 어때?”신기철은 신유리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바로 누군가에게 전화하려고 했다.신유리가 한숨을 내쉬면서 인내심 없는 말투로 말했다.“할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유리야!”신기철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하는 일 그만두고 아빠 회사에서 출근할래? 지금보다는 훨씬 편할 거야.”신유리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아까부터 계속 아빠, 아빠 하시는데 십몇 년 동안 한 번이라도 저 생각한 적 있었어요? 성남에 저희를 버렸던 거 생각나지도 않으세요? 저를 관심해 주는 척하지 마세요. 고등학교 입학시험 치던 그해 여름날 이후로 연락한 적도 없으면서! 제가 걱정된다면 왜 병원에 왔는지 묻지도 않았겠죠. 그리고, 어떻게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때려치우라고 말할 수 있어요?”신유리가 또박또박 내뱉는 말에 신기철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는 신유리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말했다.“지금 나를 탓하는 거야? 십몇 년 동안 보러 가지 않았다고?”신유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더 이상 필요 없어요.”신기철은 비통하고 실망스러운 표
신유리는 입술을 꽉 깨물면서 시선을 거두고는 약을 옆에 두고 서준현의 옆에 앉았다.어깨에 있는 상처는 쇄골까지 퍼져있었고 심지어 살결이 찢어져 있었다. 신유라는 약을 발라주기 전, 먼저 상처 주위에 있는 물기부터 닦아냈다.약 발라주다 보면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서준혁이 소파에 앉아있었다면 약 발라주기 어려웠을 것이다.신유리는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정성스레 서준혁의 상처를 소독해 주었다.반듯하게 누워있는 서준혁의 배에는 복근이 선명하게 보였다.느슨해진 수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치골 라인에 더욱 미칠 것만 같았다.약 발라주다 우연히 이 모습을 발견한 신유리는 멈칫하더니 애써 침착하면서 시선을 돌렸다.“석민 씨한테 돌아올 때 예방약 좀 사 오라고 해. 감염되면 안 되니까.”“응.”누워있어서인지 목소리가 더욱 매력 있어 보였다.서준혁은 우연히 고개 숙여 약 발라주는 신유리의 모습을 쳐다보게 된다. 대충 묶은 포니테일, 가늘고 긴 목.서준혁도 왠지 모를 감정을 느끼고 애써 시선을 피했다.신유리가 모든 걸 다 끝내고 고개를 들었다.“약 다 발랐어. 일단 옷 입지 마.”서준혁이 의미심장하게 쳐다보자 신유리가 급히 설명했다.“옷 입으면 약 묻으니까. 어차피 나갈 일도 없잖아.”서준혁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병원을 나설 때부터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신유리가 말했다.“그러면 휴식 방해하지 않을게. 이따 석민 씨한테 언제 오는지 연락해 봐야겠어. 너도 필요한 거 있으면 석민 씨한테 전해.”신유리의 명령식 말투에 서준혁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뭐 병신 된 것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돌봐줄 필요 없어.”신유리가 멈칫했다.“그러면 프론트 데스크에 좀 부탁할까?”서준혁은 신유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들쑥날쑥 반복되는 숨소리, 성난 가슴, 성난 이두박근, 완벽한 A라인.스킨십도 해본 사이라 그의 몸매가 좋은 줄 알았지만 자꾸만 시선을 피하게 된다.아까는 약 바르는데 정신이 팔려있어 괜찮았지만 지금은 어색할 따름이다.서준혁이
신연과의 통화를 마친 신유리는 그제야 자신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신연과의 약속은 내일 밤, 포시즌스 호텔 16층이었다.신유리는 자신의 핸드폰을 한쪽에 던져버리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신연과 신기철의 얼굴이 서로 정신없이 바뀌고 있었고 귓가에는 서준혁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기 때문이다.그녀는 지금 가슴이 꽉 막혀 답답할뿐더러 우울감이 극도로 치솟은 상태였다.신유리는 자기 스스로를 방안에 반나절 간 가두다 시피 안에만 있었고 점심시간이 되자 장수영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자 빙빙 돌던 머리가 조금 진정이 되는 것 같았다.“무슨 일이에요? 왜 신유리 씨랑 서 대표님이 같이 교통사고를 당한 거죠?”전화를 받자 장수영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들려왔고 신유리는 별 다른 말을 하고 싶지 않아 간단한 상황설명만 해줬다.“뒤에 오던 차가 저희 차를 박는 바람에... 단순한 추돌사고 일 뿐이에요.”장수영이 그저 궁금해서 물어보는 줄 알았지만 그녀는 순간 말을 바꿔 얼른 신유리에게 말을 했다.“그럼 저희가 지금 갈게요. 신유리 씨랑 서 대표님 같은 호텔이니까 주소 보내주세요. 위안이라도 삼아 드릴게요.”신유리가 괜찮다는 대답을 하려고 입을 막 떼려고 할 때, 장수영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오해하지 마요, 저는 그저 이 기회에 서 대표님께 조금이라도 얼굴을 더 비추려고 이러는 거지 절대 다른 뜻은 없어요. 저희 사무실에서 다 갈 건데... 서 대표님께서 투자 좀 해주길 바라는 거예요.”이런 장수영의 말을 거절하기 조금 어렵다는 생각이 든 신유리는 하는 수 없이 주소를 장수영에게 보내주면서 자신은 보러 올 필요 없으니 직접 이석민에게 연락해 서준혁을 만나면 된다고 연신 강조했다.하지만 장수영 일행은 신유리의 예상과는 달리 영양제를 한 아름 들고 와 그녀를 보러 왔고 신유리는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서 대표님은 위층에 계세요.”“알아요, 위층에 계시는 거. 근데 저희도 바로 올라 갈수는 없어서...
“안에서 피가 고여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갑작스런 충격에 반응을 못한 것 일수도 있고... 저번에 지연이도 그랬어요. 문에 세게 부딪혔는데 다음날에 바로 부어오르더라고요.”장수영은 신유리의 손을 보며 중얼중얼 거리며 신유리에게 응급치료 방법을 알려줬고 말을 하는 중간에 갑자기 차가운 시선이 느껴져 몸이 굳어 고개를 돌려 뒤를 봤을 때 서준혁의 검은 눈동자랑 눈이 마주쳐버렸다.머리가 빠르게 돌아가는 장수영은 얼른 말을 바꿔 안타까워하는 말투로 말했다.“근데 될 수록이면 병원에 가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 누구도 뼈까지 다쳤는지 아닌지는 모르니까요.”“근데 저희가 지금 얼른 돌아가야 하니까... 서 대표님께서 번거로우시겠지만 같이 가주시는 게 좋을 거예요. 서 대표님도 다치셨지만 그래도 남자니까. 그리고 누군가가 함께 병원에 가주면 얼마나 편한데요.”장수영은 랩을 하듯 빠르게 말을 하고 몸을 일으켜 자신의 가방을 들며 자신의 회사 동료들더러 서준혁에게 인사를 하라고 눈짓까지 하며 말을 이어갔다.“그럼 저희 먼저 가볼게요. 손목 빨리 병원 가는 게 좋을 거예요.”말을 마친 장수영은 미련 하나도 없이 동료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신유리도 따라 나서려고 준비하는 순간 서준혁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못 들었습니까? 손목뼈까지 영향된다잖아요.”신유리가 그의 말에 짧은 대답을 했다.“병원 가서 검사할거예요.”“그래요.”서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소리로 대답을 이어갔다.“기다려요, 옷만 바꿔 입고 올 테니까.”신유리는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쳐다보며 얼른 거절의사를 내비췄다.“저 혼자 갈 수 있어요.”이미 몸을 일으킨 서준혁은 자신보다 키가 작은 신유리를 내려다보며 변하지 않은 말투로 말했다.“제가 말했잖습니까. 이석민 씨가 지금 피해보상에 대해 애기중이라고.”서준혁의 말은 무조건 신유리와 함께 병원에 가겠다는 뜻이었고 또 다시 차를 불러 병원까지 향해 이런 저런 검사를 마치자 그냥 단순한 멍이라 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