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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0화

그는 신유리를 포옹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그저 속으로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는 것을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신유리가 그의 얼굴을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부산에서 성남까지 비행기로 두 시간밖에 안 걸려요.”

신유리가 입술을 깨문 채 신기철을 쳐다보았다.

신기철이 성남을 떠난 뒤로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다.

이연지는 이혼하자마자 신기철과 찍은 사진들을 모조리 버렸다. 신유리는 몰래 가족사진 한 장을 간직하고 있다가 이연지에게 발견되어 욕을 한 바가지 먹었고, 그 유일한 가족사진마저 활활 타버리고 말았다.

만나면 알아보지 못할 줄 알았는데 기억 속 어렴풋한 아버지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얼굴에 세월의 흔적이 나 있었지만 깔끔한 정장을 입은 성공한 사업인으로 변한 것 외에 별로 달라진 바가 없었다.

완전히 달라진 이연지와는 달리 꽤 잘살고 있는 것 같았다.

신연준을 봐도 잘살아 보이는 것 같았다.

신유리는 입술을 깨문 채 그의 답변을 기다리느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신기철이 말로는 신유리가 커가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고 했지만 십몇 년 동안 한 번도 만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전부 거짓말처럼 들렸다.

신유리는 전혀 믿지 않았다.

십몇 년 동안 정말 하루라도 시간을 낼 수 없었던 걸까?

신유리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신기철은 당황해하면서 핑계를 찾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핑계를 찾기도 전에 아까 그 여자가 다가왔다.

그녀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신유리를 쳐다보면서 신기철의 팔짱을 끼려고 했지만 신기철이 피했다.

그러자 더욱 불쾌해졌다.

“누군데 이렇게 혼이 빠져나갈 정도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거예요?”

신기철은 마른기침하더니 성질을 부렸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 딸 신유리라고.”

신기철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 여자를 신유리에게 소개해 주었다.

“해령 씨라고 해. 우리 회사에 새로 온 실습생. 혼자 부산에 와서 독립한다고 돈이 아까워서 병원도 가지 못하는 걸 내가 데려왔어.”

신유리는 자기보다도 어려 보이는 해령을 보면서 말했다.

“회사 복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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