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27화

마르고 가느린 몸매를 가진 신유리는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있었는데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고양이 같았다.

검고 긴 머리를 뒤로 늘어뜨린 신유리는 소파가 조금 불편한 듯 인상을 조금 찌푸리고 있었다.

서준혁은 그런 그녀를 새까만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었고 빵빵하게 튼 에어컨 때문에 추워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깊은 잠에 들었던 신유리는 시끄럽게 울려대는 핸드폰 벨소리에 눈을 떴고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유리야, 좀 어때? 몸은 괜찮아졌니?”

수화기 너머 할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의 목소리에 놀란 신유리는 얼른 나지막한 소리로 대답했다.

“네, 많이 나아졌어요.”

잠에서 금방 깬 탓인지 잠기고 비음마저 섞인 신유리의 목소리를 들은 할아버지는 안타까워하며 물었다.

“내가 너 자는 걸 방해한 모양이구나.”

“아니에요, 저 그냥 조금 힘들어서...”

신유리가 말했다.

“그래 알았다. 푹 쉬고... 내가 너랑 그 못난 놈한테 밥을 시켜줬으니 제때에 밥 챙겨먹으렴. 준혁이 상처가 감염됐다고 이석민 씨가 알려주더구나.”

할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어갔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내 친손자니 걱정이 되는구나.”

그는 신유리와 몇 마디 더 나누다가 그녀의 휴식에 방해될까 얼른 전화를 끊어버렸고 신유리는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소파에 앉아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소파에서 잔 탓인지 다리와 손이 저려오는 신유리는 불현 듯 자신의 몸 위에 덮여진 담요 하나를 발견했고 잠시 당황하더니 안쪽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신유리가 체온계와 약을 들고 들어갔을 때 자는 줄 알았던 서준혁은 아직까지도 업무를 보는 중이었고 그녀는 담요를 한쪽에 내려놓으며 작은 소리로 입을 뗐다.

“체온 한번 재요.”

서준혁은 신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하던 행동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아까보다 조금 나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푹 잤습니까?”

“네, 고마워요.”

자신에게 덮여있던 담요가 서준혁이 가져다준 것임을 아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