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빨리 가세요, 대표님 못 봤어요? 유리 씨 찾으러 온 거 맞죠?"장수영은 연신 손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기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신유리는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고 말했다. “절 찾으러 온 게 아니에요.”송지음도 아직 가지 않았기에 신유리는 서준혁이 그녀를 데리러 온 것이라고 여겼다.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깔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송지음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얄미운 사람이 앞에서 날뛰는 것을 보면 짜증 나기 마련이다. 장수영은 그녀를 붙잡고 물었다. “유리 씨를 기다리는 게 맞는 것 같은데요? 유리 씨가 나오자마자 그의 눈이 유리 씨 몸에 달라붙은 것처럼 계속 보잖아요.”장수영은 고개를 저으며 신유리를 붙잡고 서준혁 앞으로 직접 데리고 가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대표님께서 유리 씨를 기다리고 있었죠?”신유리의 안색은 굳어졌고 서준혁은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그럼 왜 그렇게 가만히 있어요? 다행히 제가 똑똑해서 알아차렸지, 아니면 틀림없이 대표님께서 다른 사람을 기다리러 온 줄 알았을 거예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흔쾌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 “그럼 전 먼저 갈게요.”장수영이 떠나자 서준혁은 차 문을 열고 담담하게 말했다. “타.”신유리는 제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고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일 있으면 여기서 얘기해.”서준혁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가볍게 혀를 내둘렀다. “난 네가 신기철이 나 찾으러 온 걸 아는 줄 알았네. 중요한 미팅 자리에서 나보고 자기 사위라며 오늘 저녁에 식사를 초대하겠다던데?”그의 일목요연한 말에 신유리는 대뜸 눈동자가 흔들렸다. 신기철이 직접 서준혁을 찾아갈 줄 생각지도 못했다.답답한 정서가 용솟음치자 신유리는 주먹을 움켜쥐고 불편함을 참으며 말했다. “그냥 거절하면 돼. 그가 생각이 너무 많아서 그래.”서준혁은 깊고 새까만 눈동자로 신유리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신유리는 서준혁의 눈빛에서 더는 거절할 수
“임산부가 집에 있지 않고 뭐 하러 돌아치나?”신기철은 미간을 찌푸리며 서준혁에게 경고했다. “우리 집은 비록 부자가 아니지만 유리는 어려서부터 내가 총애하며 받들어 키웠네. 자네가 설령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감히 우리 딸을 괴롭힌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자네가 딸바보인 줄은 몰랐네. 젊은 부부의 일에 네가 무슨 참견이야?”옆에 있던 사람은 농담을 건넸다. 신기철은 눈을 부릅뜬 채 노려보며 의젓하게 말했다. “내 딸은 당연히 내가 편들어줘야지. 아직 결혼하지 않지만 이후에 결혼하더라도 유리는 여전히 말할 것 없는 내 하나뿐인 딸이라네.”신유리는 그들이 서로 치켜세워주는 말에 무료함을 느꼈다. 그러나 신기철이 찾은 이 두 배우는 그의 말을 잘 받아 겨우 몇 마디 만에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신기철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어 서준혁과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만약 신유리가 그날 그의 진면목을 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진심 어린 그의 얼굴에 감동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서준혁에게 물었다. “유리는 이미 임신까지 했는데 언제 결혼할 계획인가?”신유리는 순식간에 마음을 가라앉히며 덤덤하게 말했다. “전 결혼할 생각 없어요.”“뭐라고?”신기철의 목소리는 한결 높아졌다.“너 바보야?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니? 왜 아직도 어리광이나 부리느냐?”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떠보았다. “유리가 자네 아이를 임신했으니 책임져야지?”서준혁은 손가락으로 무심코 책상을 툭툭 내리치더니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길로 신유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유리를 바라보더니 여유로운 말투로 말했다.“당연하죠, 제 아이라면.”신기철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유리에게 예물은 준비하고 있는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신유리는 손을 들어 찻잔을 테이블 위로 내리치고는 신기철을 바라봤
관성 탓에 신유리의 손은 자연스럽게 서준혁의 팔을 부여잡았고, 서준혁은 냉랭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끔 쳐다보고는 몸을 일으켰다.그는 그녀의 뒤에 서서 신유리의 팔을 꽉 잡았고 그녀가 다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었다.신유리와 서준혁은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서있었고 서로의 호흡과 심장소리마저 들릴 듯 했다.“그쪽이 말한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배웠습니다.”신기철은 화가 나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서준혁의 눈과 마주쳤을 때 그의 기에 눌려 몸이 굳었지만, 다시 신유리를 쳐다볼 땐 그녀를 죽을 듯 노려보며 고함을 질렀다.“이런 불효자 같은 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봐라, 내가 지금 누구를 위해 이러고 있는데. 유리 너를 위함이 아니면 내가 왜...”신기철의 말에 대답을 해주는건 열렸다 닫힌 문 소리 뿐이었다.신유리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서준혁을 끌고 방밖으로 나왔고 신기철의 당당함에 할 말을 잃었다.이런 느낌은 전에 이연지가 자신을 찾아왔을 때보다 더 힘이 들고 짜증이 났다. 그래서 방밖으로 나온 신유리는 성큼성큼 걸었고 호텔 로비에 도착해서야 천천히 발걸음을 멈췄다.그녀는 누군가 자신의 가슴속에 몇 톤이나 되는 솜을 집어넣은 것 같은 무겁고, 답답한 느낌에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가만히 서있었다.서서히 조금 진정이 되어서야 그녀는 지금 자신이 계속 서준혁의 팔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서준혁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며 신유리가 진정되기까지 기다려줬다. 신유리는 천천히 그의 팔에서 손을 떼고는 한숨을 푹 쉬고 나지막한 소리로 말을 했다.“오늘 밤 일은 죄송했어요.”신유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을 애써 했지만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하려던 말을 삼켜버렸고 미간을 찌푸리고 멍을 때렸다.한참 뒤, 신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먼저 호텔로 돌아가세요. 나중에 신기철 씨가 찾아가면 그때 똑바로 말하시면 돼요.”그녀와 신기철 사이의 일에 서준혁까지 끌어들이면 좋지 않다는 것
확신에 차 물어보지 못하는 그는 그녀의 대답을 조용히 기다려줬다.신유리는 잠시 망설이는 듯싶다가 자신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입원 팔찌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의사선생님은 병원에서 며칠 쉬다가 퇴원하라고 하셨는데...]하지만 서준혁은 신유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로 퇴원수속을 밟아버렸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란 쪽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신기철이 있기에 일은 꼬일 대로 꼬여버렸고 신유리는 이 일을 어떻게 이신에게 알려줄지를 고민했다.신유리는 자신이 그 어떠한 것도 제대로 처리하지를 못했다는 생각에 자책했다.이신은 그런 그녀의 상태를 인차 발견하고는 차분하고 자상한 말투로 나지막하게 물었다.“무슨 일 있는 거는 아니지?”신유리는 이신의 물음에 깊은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대답해줬다.“이신아, 나 너희들이 기대하는 만큼 잘못한 것 같아.”그녀는 송지음과 신기철, 그리고 한세형에 관한 일은 모조리 이신에게 털어놓았지만 병원에서 발생했던 일은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그 일을 말하면 마치 핑계이자 변명거리가 되는 것만 같아 숨길 수밖에 없었다.이신은 송지음이 한세형의 비서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이렇게까지 끈질기게 신유리를 잡고 늘어질 것이라고는 더더욱 몰랐다.그는 그녀의 말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오히려 신유리를 위로해주며 다독였다.“너무 걱정 하지마, 송지음 씨는 아직 비서니까 그렇게 많은 일에 간섭하지는 못할 거야. 네 아빠랑 신연 씨 쪽은 네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한 것 일수도 있잖아.”“그래도 괜찮아, 나 내일 오전 비행기야. 다녀와서 자세하게 얘기해, 오늘 밤엔 푹 쉬고.”이신의 나지막하고 자상한 목소리는 사람을 다독여주는 힘이 있었고 신유리는 짧은 대답을 해줬다.사실 그녀도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행여나 그들이 이신에게 무슨 악한 영향을 입히진 않을지, 그를 귀찮게 굴지는 않을지 자꾸만 걱정이 되었다.어렸을 때부터 신유리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아주 싫어했
서준혁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병실 문이 스르르 열렸고 이신은 아까 급히 들어오는 바람에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조금의 틈을 남겨둔 상태였다.문 밖에는 사람들로 붐볐고 이신은 신유리의 침대 맡에 기대 담담한 얼굴로 서준혁을 쳐다보았다.서준혁의 발걸음도 그를 보자 천천히 멈췄고 눈빛은 마치 초겨울의 얼음 마냥 서서히 얼어붙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이신에게 떨어져 있다가 신유리에게로 옮겨갔고 심판이라도 하듯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신유리는 그런 그가 탐탁치 않아 그에게 먼저 물었다.“왜 또 오신 거예요?”병실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서준혁은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더니 얇은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옆에 있던 이석민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얼른 대답했다.“신유리 씨, 오늘 검사 하나가 남았는데 서 대표님께 전화가 와서... 대표님께서 신유리 씨와 함께 검사를 하려고 오신 겁니다.”아침에 병실에서 떠날 때, 서준혁은 신유리 혼자 힘들게 검사를 받지 않도록 특별히 의사에게 부탁해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말해줬었다.그래서 의사 또한 검사목록을 확인해보고는 바로 그에게 연락을 했고 서준혁은 회의를 끝마치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한달음에 달려왔다.이석민은 서준혁이 진심이 담긴 말들을 혼자 속으로 삼키고 있는 습관을 잘 알기에 말을 마치고 슬쩍 옆으로 비켜줬다.만약 서준혁의 성격이 이렇지 않았더라면 할아버지도 그를 따라 부산에 왔을 때 그를 대신해 말을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신유리는 눈꼽만큼도 감동한 기미 없이 무뚝뚝한 말투로 대답했다.“병원에 간호사분들도 많은데요.”그녀의 말에 담긴 뜻은 서준혁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이신도 때마침 몸을 일으켰는데 서준혁과 체격이 비슷했지만 포스는 서준혁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먼저 입을 열었다.“서 대표님께서 유리에 대한 보살핌은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유리는 우리 버닝스타의 사람이니 앞으로 서 대표님께
신유리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고 의사가 증상에 대해 채 묻기도 전에 이신이 손에 방금 검사를 예약한 영수증을 들고 들어왔다.의사의 말을 들은 이신은 얼른 발길을 돌려 간호사한테서 휠체어 하나를 빌려왔고 신유리는 자신이 휠체어를 타는 것이 마음에 썩 내키지 않아 인상을 잔뜩 썼다.“나 이정도로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않나?”이신은 휠체어 위에 보들보들하고 따뜻한 담요 하나를 깔아주며 신유리에게 대답해줬다.“의사선생님 말 못 들었어? 너 지금 마음대로 다니면 안 된다고.”이신과 고집을 부려봤자 쓸모없다고 생각한 신유리는 고분고분 올라탔고 그가 이끄는대로 향해 검사를 받았다.휠체어에 앉아있는 신유리는 등을 곧게 펴도 불편하고, 그렇다고 기대앉기도 이상해 표정이 잔뜩 찡그러져 다른 사람이 보기엔 아주 엄숙한 표정이 돼버렸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이신이 한숨을 푹 쉬더니 휠체어를 끌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나 너 넘어지게 안 만들어, 그러니까 좀 편하게 있어.”이신의 말에 신유리는 당황하고 민망해하며 대답했다.“내가 휠체어에 앉아본적이 없어서....”검사를 받는 곳은 병실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 굉장히 빠른 속도로 검사를 마친 신유리지만 검사결과는 오후가 다 돼서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검사실에서 나올 때, 신유리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조금 망설이며 이신에게 먼저 말했다.“시간이 너무 이른데... 지금 회의실로 당장 달려가면 오늘 회의는 참석할 수 있을 것 같아.”신유리는 병실 안에만 박혀있는 것이 도저히 적성에 안 맞았고 홍란의 일도 산더미처럼 밀려있고 게다가 장수영의 말로는 오늘 다른 사업파트너도 온다고 들었었기에 마음은 더 급해났다.이신도 그녀의 뜻을 모를 리가 없었고 잠시 생각에 잠기다 말했다.“건강이 제일 중요해, 그쪽은 너무 급해 하지마. 오혁 씨도 있으니까 무슨 상황이 벌어진다면 오혁 씨와 부 선생님께서 나한테 먼저 말해줄 거니까.” “근데 오늘 다른 회사에서도 온다 그랬는데... 한세형 쪽이
서준혁의 말은 누가 들어도 이신을 조롱하는 것 같았고 해란 다리가 신유리인지 그의 눈빛은 시종일관 신유리에게 고정돼 있었다.그의 말에 신유리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시선은 자연스레 한세형을 쳐다보았지만 그는 이미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하고 앉아있었다.이번 홍란이 버닝스타에게만 엄격하고 버닝스타만 지켜야 하는 룰을 세운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었지만 서준혁과 이신이 서로 물고 뜯는 모습은 한세형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신유리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신에게 낮은 소리로 그만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서준혁이 또 다시 말을 했다.“그런데 뭐 버닝스타도 확실히 실력은 있어 보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규칙도 규율도 없이 막 나가는 거겠죠. 다만 저희 화인은 버닝스타를 위해 그 해란 다리를 만들어줄 의향이 가득합니다.”서준혁의 말투는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아까보다는 고개를 조금 수그린 것 같았지만 이신이 던져준 물음을 그대로 다시 그에게 던져 보냈다.원래 이신이 송지음의 이름을 들먹였을 때 그냥 한세형에게 송지음은 사적인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니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말라는 뜻으로 충고를 해주고 싶었다.하지만 서준혁은 지금 물음을 다시 돌려보냈고 겉으로는 버닝스타와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버닝스타가 자신의 힘으로 홍란에게 보여줄 수 있으니 발을 슬쩍 빼겠다는 말이었다.신유리는 인상을 찌푸린 채 서준혁을 보았고 머릿속에서는 빠르게 이 주제를 넘길 다른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그 순간, 송지음이 갑자기 입을 뗐다.“이 사장님,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분명 버닝스타에서 책임을 똑바로 안 져서 난 사고를 왜 저한테 미시는 거죠?”그녀는 목을 빳빳이 들고 서준혁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전 이미 오래전 화인에서 나온 사람이에요, 전 그냥 당신들의 물품질량 문제가 걱정돼서 그랬던 것뿐인데 이렇게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돌 던지기 있어요?”“당신이랑 신유리 씨 사이가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것은
송지음은 화가 잔뜩 나 주먹을 꽉 쥐었는데 그 힘이 어찌나 센지 손이 다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분명 자신이 그리 오랜 시간을 서준혁을 사랑했는데 왜 그는 자신을 한 번도 보지 않는지, 왜 그의 눈에는 온통 신유리 뿐인지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유를 몰라 했다.자신과 함께 있을 때 아무리 유혹을 하고 기회를 줘도 망부석이던 서준혁이 지금 신유리에게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게 만들었으니 송지음은 서준혁의 두 얼굴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이런 차별대우는 더욱더 싫었다.그리하여 송지음은 이 모든 원망과 속상함을 전부 다 신유리에게로 쏟아부었다.만약 신유리만 아니었다면-신유리만 사라진다면.송지음은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던 망설임을 뒤로 한 채 핸드폰을 꺼버리고는 몸을 돌려 정반대의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신유리는 밖의 베란다에서 바람을 쐬고 있었고 여기엔 난간도, 손잡이도 있어 장수영이 회의하다가 지치면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와 휴식을 하게 해줬다.그녀는 지금 홍란의 일이 걱정돼 온 신경을 거기에 쓰고 있었고 이신이 계속 위로해주는 바람에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지도 덜지도 못했다.하지만 그녀는 이신과 한 약속이 있으니 절대로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핸드폰에는 임아중과 곡연이 만든 단톡방에서 문자가 떴고 임아중은 열심히 인터넷에서 유명한 맛집들을 공유하고 있었는데 신유리가 돌아오면 같이 가자는 말도 남겼다.신유리가 마침 타자를 하며 답장을 해줄 준비를 하던 그때, 뒤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귀를 쨍하게 만들었다.“뭐하는 거예요? 저기 사람있는거 안보여요?”장수영의 목소리였다.신유리가 너무도 놀래 뒤를 돌아보았고 20대 즈음 돼 보이는 젊은 사람이 큰 방망이 같은 물건을 들고 자신의 뒤에 서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나무 막대기 같기도 방망이 같기도 한 물건은 깔끔하게 처리돼 있었고 그 위에는 수많은 가시들이 박혀있었다.제일 중요한 점은 그 방망이가 아주 길었는데 만약 장수영이 큰소리로 부르지 않았더라면 무조건 신유리의 허리를 가격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