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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4화

신유리는 종래로 서준혁의 앞에서 송지음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이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외할아버지의 죽음과 송지음이 회개하지 않고 오히려 득의양양해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그녀는 줄곧 억눌러왔던 고통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송지음이 저지른 죄를 무조건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서준혁이 그녀를 감싸려 한다면 신유리는 서준혁마저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쁜 짓을 하고도 무사하다니 너무 억울한 일이었다.

신유리는 고개를 든 채 서준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의 눈은 마치 바다와 같이 깊고 어두웠으며 무거웠다. 마치 당장이라도 폭풍우가 몰아칠 것 같았다.

잠시 후 서준혁은 복잡한 눈빛을 거두어들이더니 잠긴 목소리로 내뱉었다.

“맘대로 해.”

그의 말투에는 분간할 수 없는 감정이 서려 있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떠났고 신유리는 문 앞에 잠시 서 있다가 돌아섰다.

마침 임아중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신유리에게 물었다.

“이신이 너 보러 부산시에 간다며?”

신유리는 그녀의 말을 바로잡았다.

“재료 주문하러 오는 거야.”

“다 똑같지 뭐. 암튼 부산시에 가잖아.”

임아중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유리야, 나도 너 찾으러 가면 안 돼? 나 혼자 성남에서 너무 지루해.”

지난번에 임아중이 진욱과 약혼해서 만취한 일을 그들은 누구도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 마치 일어난 적 없는 일처럼 말이다.

신유리는 어두컴컴한 하늘을 보며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요즘 부산시 날씨가 계속 흐려있어. 와서 놀 것도 없는데 어쩌면 성남보다 못할지도 몰라.”

임아중은 한숨을 내쉬고 신유리와 십여 분 동안 이야기를 더 나누고 나서야 전화를 끊었다. 때마침 신유리의 음식도 배달되었다.

방문을 열자 마르고 키가 큰 청년이 검은색 운동복을 입고 노란 조끼를 입은 채 서 있었다.

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렸고 청년은 검은색 캡모자를 푹 눌러썼다.

“신유리 씨, 배달입니다.”

신유리의 눈동자가 약간 흔들리더니 이내 진정하고 평온한 얼굴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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