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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주현과 서준혁이 가까이 앉은 탓에 주현의 향수 냄새가 서준혁의 코끝에서 맴돌았다. 주현은 무릎으로 서준혁을 터치하면서 낮게 말한다. “내가 당신 비서보다 더 괜찮을 수 있어요.”

주현을 바라보는 서준혁의 눈빛에 더 이상의 흥미가 없었다. “나는 문 대표님과 일 얘기를 하러 온 것이지 그분의 따님과 자러 온 게 아닙니다.”

주현은 잠시 굳었다가 서준혁의 옷소매를 잡았다. “엄마는 준혁 씨를 탓하지 않을거예요. 엄마도 준혁 씨 맘에 들어 하세요.”

서준혁은 담담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신유리가 테이블에 놓고 간 약을 들어서 본다. “이러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잠시 뜸을 드리고 다시 말한다. “더군다나 집에 사람도 있어서.”

서준혁을 바라보는 주현의 얼굴이 어두워졌지만 이내 그의 손에 들린 위약으로 눈길을 돌린다. “여비서가 사다 준거에요?”

“당신과 상관없을 텐데요.”

신유리는 샤워를 마치고 잠이 들었다. 시한은 날씨도 적당하고 낮에 이리저리 구경했어서 오늘 밤엔 푹 잘 수 있었다.

새벽이 되자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 미간을 찌푸리고 전화를 받자 서준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심한 밤에 목소리가 더 낮게 깔렸다. “올라와.”

신유리는 핸드폰을 쥐고 목이 잠긴 채 되물었다. “무슨 일인데?”

주현이 아직 방에 있을 텐데 서준혁은 올라오라고 한다.

그는 대답 대신 전화를 끊었다. 신유리는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외투를 걸치고 올라갔다.

방문은 열려있었지만 신유리는 뜸을 들이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하지만 방에는 누구도 없었다.

신유리가 나가려 하자 발코니 문이 열리면서 잠옷을 입은 서준혁이 보였다.

그는 키도 크고 다리도 길었다. 잠옷은 무심하게 걸쳐져 있었고 허리에는 벨트가 매여져 있었다.

통화할 때 신유리에게 눈길 한번 슥 주고 목소리를 낮춰 상대방과 굿나잇 인사를 했다.

신유리는 옆에서 목석처럼 서있었다. 서준혁이 자신을 부른 이유를 도저히 알지 못했다.

드디어 서준혁이 통화를 마쳤다. 굿나잇 인사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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