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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서지현은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벽에 기대 머리카락을 만지작대고 있었다.

얼마 뒤 맨 앞에 선 의사가 조용히 서지현에게 말했다.

“임월 전하에게 약물을 주사하려고요.”

“어떤 약이죠?”

“당연히 병을 고치는 약이죠, 전부터 써왔어요. 진정 효과가 뛰어나서요.”

“아, 네... 그럼 주사기는 어디 있나요?”

의사가 가방 속에서 약물이 든 주사기를 꺼냈다. 서지현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주세요!”

“네?”

“임월 전하는 누구든 가까이 오지 말라 하세요, 주사를 놓는다 해도 말이에요. 전에 윤 회장님이 침을 놓았는데, 그때도 너무 무서워 오열했어요! 그러니 제게 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거예요. 이건 정맥주사죠? 저도 놓을 줄 알아요.”

송혁준이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그래요, 이분에게 주면 돼요. 임월 전하가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 바로 이분이에요.”

“하지만...”

“제 말도 못 믿겠다 이거에요?”

송혁준이 매서운 표정을 지었다. 의사들은 몇 번이나 황궁을 드나들었지만 이런 모습의 송혁준은 처음 본 지라 모두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서있었다.

“이분에게 주지 않아도 돼요, 스스로에게 주사를 놓거나, 모두 버려도 안 되는 건 없어요. 하지만 당신들이 돌아가면 숙모님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을 텐데...”

“하, 할 줄 안다니 잘됐네요,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의사가 주사기를 서지현에게 돌려주었다. 서지현은 웃으며 송혁준에게 눈을 찡긋하고는 내전으로 달려갔다. 내전을 지나 바깥의 작은 화원으로 들어가자 풀숲에 엎드린 윤찬이 보였다.

“자, 여기요! 그들이 임월 전하에게 주사하려던 약이에요.”

윤찬이 조심히 약물을 건네받아 시약병에 담은 뒤 뚜껑을 닫았다.

“이게 뭔지 정말 알아낼 수 있어요?”

“당연하죠! 이건 제 전문인데요.”

“얼마나 걸려요?”

“내일이면 결과가 나올 거예요.”

“너무 잘됐네요!”

“벌써부터 기뻐하지 마요. 아빠가 말했어요, 이건 그저 추측일 뿐, 약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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