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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5화

숙이는 몸을 벌벌 떨면서 두려운 눈길로 송지아를 쳐다보았다. 좋은 기회였다.

계속 고집부렸다가 정말 그 약물을 맞기라도 한다면 큰일 날 터였다. 송지아는 이 약물로 그녀를 통제하려 할 것이고, 뜻대로 안 되면 약물을 과량 주사해 숙이를 처참하게 죽게 할 것이다.

죽으면 안 돼, 숙이의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꿇어앉아 송지아에게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전하, 열다섯 살부터 전하를 보필하면서 갖은 일은 모두 겪어왔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지만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저도 사정이 있었어요!”

“그래? 어떤 사정?”

“윤씨 집안 아가씨가 제 동생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대신 옥이 언니와 저더러 증인이 돼 달라고...”

“그럴 줄 알았어!”

“폐하,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네!”

송지아가 웃으며 그녀에게 편지봉투 한 장을 던져줬다. 숙이는 떨리는 두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편지봉투를 열었다. 어두운 불빛을 빌어 그녀는 사진 속의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혁준 폐하? 최연준 씨?”

“눈썰미 있네.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했으니, 날 도와 이것만 좀 처리해 줘. 일이 성사되면 섭섭하지 않게 챙겨줄 거야.”

숙이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

서지현은 머리가 흐리멍덩한 것이 마치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잠깐 사이에 그녀는 황궁의 보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남양왕이 직접 그녀에게 왕관을 씌워줬고, 공작과 백작들이 모두 그녀를 전하로 모셨다.

과거 궁에서 그녀를 쉽게 봤던 시녀들도 지금은 그녀 앞에 납작 엎드린 채 아부하고 있었다.

서지현은 이 상황이 썩 편하진 않았다. 그녀는 왕관의 보석들과 옷에 새겨진 수놓이들을 매만지며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실감하고 있었다. 게다가 서궁의 정신 나간 임월 전하가 그녀의 어머니라니...

서지현은 천천히 걸어가 송임월의 앞에서 몸을 숙였다. 송임월은 아직도 침대에 앉아 그 베개를 끌어안은 채 아가, 아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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