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이는 몸을 벌벌 떨면서 두려운 눈길로 송지아를 쳐다보았다. 좋은 기회였다.계속 고집부렸다가 정말 그 약물을 맞기라도 한다면 큰일 날 터였다. 송지아는 이 약물로 그녀를 통제하려 할 것이고, 뜻대로 안 되면 약물을 과량 주사해 숙이를 처참하게 죽게 할 것이다.죽으면 안 돼, 숙이의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꿇어앉아 송지아에게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전하, 열다섯 살부터 전하를 보필하면서 갖은 일은 모두 겪어왔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지만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저도 사정이 있었어요!”“그래? 어떤 사정?”“윤씨 집안 아가씨가 제 동생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대신 옥이 언니와 저더러 증인이 돼 달라고...”“그럴 줄 알았어!”“폐하,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다 하겠습니다!”“무엇이든?”“네!”송지아가 웃으며 그녀에게 편지봉투 한 장을 던져줬다. 숙이는 떨리는 두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편지봉투를 열었다. 어두운 불빛을 빌어 그녀는 사진 속의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았다.“혁준 폐하? 최연준 씨?”“눈썰미 있네. 무엇이든 다 하겠다고 했으니, 날 도와 이것만 좀 처리해 줘. 일이 성사되면 섭섭하지 않게 챙겨줄 거야.”숙이가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서지현은 머리가 흐리멍덩한 것이 마치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잠깐 사이에 그녀는 황궁의 보물 같은 존재가 되었다. 남양왕이 직접 그녀에게 왕관을 씌워줬고, 공작과 백작들이 모두 그녀를 전하로 모셨다.과거 궁에서 그녀를 쉽게 봤던 시녀들도 지금은 그녀 앞에 납작 엎드린 채 아부하고 있었다.서지현은 이 상황이 썩 편하진 않았다. 그녀는 왕관의 보석들과 옷에 새겨진 수놓이들을 매만지며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실감하고 있었다. 게다가 서궁의 정신 나간 임월 전하가 그녀의 어머니라니...서지현은 천천히 걸어가 송임월의 앞에서 몸을 숙였다. 송임월은 아직도 침대에 앉아 그 베개를 끌어안은 채 아가, 아가 하
얼마 지나지 않아 송임월의 약 먹을 시간이 돌아왔다.서지현은 특별히 윤정재에게 부탁해 송임월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약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윤정재는 난처한 듯 아동용 약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을 불러왔다.덕분에 송임월은 특제 약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반딧불 모양에 달콤한 맛이 나는, ‘반딧불 에너지’라 불리는 약이었다.서지현은 시녀의 손에서 물컵과 약을 받아 들고는 웃으며 송임월에게 말했다.“반딧불 에너지 먹을 시간이에요!”“이렇게 오래 먹었는데, 언제 반딧불이로 변하는 거야?”“반딧불이가 되고 싶어요?”송임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지현이 송임월의 베개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럼 아가는 어떡해요?”그 말에 송임월은 표정을 굳히고는 급히 베개를 끌어안았다.“미안해요, 잘못 말했어요! 엄마, 엄마가 반딧불이로 변한다면 아이도 따라서 변할 거예요!”“진짜?”“네! 서궁에서 제가 제일 좋다면서요? 그런 제 말도 안 믿는 거예요?”송임월이 한참을 생각하다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믿어.”“그럼 어서 약 먹어요. 반딧불 에너지가 있다면 금세 좋아질 수 있을 거예요. 그래야 아가도 보호할 수 있고요. 그렇죠?”그 말에 설득된 송임월이 순순히 약을 먹고는 물까지 꿀꺽꿀꺽 마셨다. 윤정재는 물을 많이 마셔야 신진대사를 촉진해 약효가 더 빠르게 돈다고 신신당부했었다.서지현은 묵묵히 송임월의 곁을 지켰다. 어느새 송임월이 잠들었다.서지현이 궁전을 나섰다. 오후의 태양이 나른하게 대지를 비추고 있었다. 풀과 꽃들이 모두 내리쬐는 햇볕에 축 늘어진 채였다. 새들도 지쳤는지 똑같은 소리만을 뽑아내고 있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뜨거웠다.서지현은 서늘한 정전에 앉아있었다. 다섯 명의 고용인이 그녀에게 부채질까지 해줬다. 그녀 옆에도 시녀 세 명이 서있었고, 앞에도 시녀 두 명이 꿇어앉아 그녀에게 과일을 먹여주고 있었다.갈증을 느낀 서지현이 손을 뻗자 옆의 시녀들이 웃으며 유리잔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서지현은 그들의 대우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감히 명령을 거스를 순 없다는 듯이 그들은 모두 물러갔다. 마지막 시위가 나가면서 내전의 문을 조심히 닫았다.서지현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앉아있다가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나석진이 웃으며 달려가 서지현을 안으려는데...“잠깐만요.”서지현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실 말씀이 있다면 거기서 하세요!”“응?”나석진이 어리둥절해졌다.‘또 뭐 하는 거야?’서지현은 몰래 나석진을 쳐다보았다. 이런 모습도 제법 재미있었다. 계속 놀리고만 싶었다.“지현아, 뭐 하는 거야?”“지현아? 지금 제 이름을 마음대로 부르시는 건가요?”“...”혹시나 송임월의 약을 잘못 먹은 게 아닐까 하고 나석진은 생각했다.“이제 그만해! 황궁에 한 번 들어오기도 쉽지 않아, 오늘은 혁준이 즉위식을 준비하느라 아버지와 함께 들어온 거야. 지현아, 시간도 없는데...”“어! 가만히 서 있어요!”“너...”“왜, 제 말이 우스워요?”나석진은 주먹을 쥔 채 솟구쳐 오르는 혈압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서지현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라면 차라리 괜찮았으나, 방금 분명히 서지현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장난치는 게 분명했다.“그래, 여기 있을게. 전하, 더 하실 분부라도?”“음... 난 속이 좁고 뒤끝도 있어요.”“뭐?”“처음 봤을 때 아저씨가 날 살인범 취급했었죠?”“아...”“병원에서 두 번째로 봤을 때는 날 비웃고, 내 머리도 눌렀고요. 내가 호텔에 있을 땐 시도 때도 없이 내 머릴 때렸잖아요!”“어...”“그리고, 헬기에서 남양 거주 증명서를 줄 때에도 던져서 줬잖아요? 그게 마침 내 머리를 명중했고요.”나석진이 얼굴을 감싸쥐었다. 190의 건장한 남자가 얼굴을 감싼 채 혼나는 모습도 볼만한 구경거리였다.“아저씨, 내 머리와 뭐 있기라도 한 거예요?”“그럼 말해, 어떻게 복수할 건데?”서지현은 나석진이 방심한 틈을 타 그의 곁에 다가가 섰다.“우리 사이에 무슨 복수에요? 아저씨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사람
나석진의 눈이 커다래졌다.“너...”어릴 적부터 금이야 옥이야 자라왔는데,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맞다니? 이럴 수가!나석진은 화가 나 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신난 서지현을 보니 화가 사르르 풀려버리고 말았다.“이렇게 말랐는데, 손힘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나석진이 미소 지었다. 서지현은 턱을 한껏 쳐들고 득의양양하게 나석진을 쳐다보았다. 이때 나석진이 서서히 서지현에게 다가갔다. 어느새 서지현은 벽 한구석으로 몰려 있었다.나석진은 지난번처럼 한쪽 손을 벽에 짚은 채 천천히 허리를 숙였다. 그윽한 눈에 온통 그녀의 모습이 담겼다.서지현은 얼굴이 한껏 달아올랐다. 고요한 내전 속에 자기 심장 소리만이 울리는 것 같았다.“뭐... 뭐 해요? 전하 앞에서 무례하게!”서지현이 외쳤다. 하지만 나석진의 눈에 그녀는 그저 발톱을 세운 새끼 고양이처럼 아무런 위협도 없는 존재였다.나석진이 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전하, 방금 인사를 올렸잖아요!”“그래도 이건 무례한 거예요!”나석진이 약지에 끼워진 반지를 매만졌다.“이것도 전하께서 주신 건데.”“네?”“혼사와 같은 일은 홀로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전...”“당연히 제가 해야죠!”서지현이 어리둥절한 사이 나석진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가 몸부림쳤지만 끄떡없었다. 나석진은 서지현의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에 밀착시켰다.서지현은 그의 가슴을 퍽퍽 치며 고개를 돌려 환하게 웃었다.“전하, 황궁 생활이 불편하시죠?”“네...”“가요, 나가서 놀아요!”그 말이 끝나자 베개 하나가 나석진의 뒤통수를 명중했다.“아!”나석진이 짜증이 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어떤 자식...”하지만 베개를 던진 장본인의 얼굴을 확인한 뒤 나석진은 순식간에 표정을 바꾼 뒤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어머니! 깨셨어요? 어머님 보러 왔다가 마침 전하를 만나 얘기하던 참이었어요. 몸은 좀 어떠세요? 약은 계속 쓰고 있죠? 걱정 마세요, 윤 회장님은 제 이모부시니, 가장 좋은 약을 주셨을 거예요. 호전되실
그녀는 두 손을 허리에 얹고 나석진을 쳐다보다가 서지현의 앞으로 달려가 자기 몸으로 두 사람을 떼어내려 애썼다. 나석진도 그녀 앞에서는 순순히 물러나는 수밖에 없었다.“나쁜 놈! 나쁜 놈! 지난번에 우리 아가 괴롭힌 놈!”나석진은 말문이 막혔다. 방금 어머니라고 부른 건 다 헛수고가 되고 말았다.서지현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엄마, 그게 아니라요, 아저씨는 날 괴롭힌 게 아니라... 그런데 잠깐, 아저씨를 알아요?”송임월은 정신이 오락가락해 종종 사람을 잘 알아보지 못했지만 나석진더러 ‘지난번’의 나쁜 놈이라고 했다.서지현은 기쁜 나머지 소리 지를 뻔했다.“엄마! 윤 회장님 약이 효과가 있나 봐요,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어요!”“윤 회장... 아, 아니야, 윤 회장 아니야. 어릴 때 봤는데, 이 사람보다 윤 회장이 훨씬 잘생겼어!”송임월이 나석진을 쳐다보며 말했다. 나석진은 순간 굳어버렸다. 자기 아빠보다 못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윤정재보다 못하다니! 송임월이 또 어떤 말을 뱉어낼지 벌써부터 무서워졌다.“흥, 나쁜 놈!”나석진을 흘겨본 송임월이 서지현의 팔을 이끌며 말했다.“나랑 가자... 저놈이랑 놀지 마, 나쁜 놈!”“풉...”서지현은 크게 웃으며 나석진에게 괴상한 표정을 지어 보인 후 엄마 뒤를 따라갔다. 18년 동안 느껴보지 못한 사랑이라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행복했다.‘아저씨는 잠깐만 있어요... 어차피 다른 데 가지도 않을 테니까.’나석진은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는 심호흡하고는 다시 궁전 밖으로 걸어갔다.본래는 서지현을 황궁 밖으로 데리고 나가 보통의 커플들처럼 데이트하려 했다.놀이공원에 가고 싶었다. 회전목마를 타는 그녀에게 사진을 찍어주고, 태양 아래 서서히 녹아가는 콘 아이스크림을 먹고, 솜사탕도 먹고 싶었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영원히 그의 마음속에 박혀있을 것이었다.하지만 지금은...나도훈은 아직도 송이수의 서재에 있었다. 아직 한참은 더 걸릴 것 같았다.갈 곳 없는 나석진은 황궁 속을 정처
나석진이 허리를 숙여 여자의 모자를 벗겼다. 숙이였다!“너 얼굴이...”숙이가 슬픈 얼굴로 황급히 면사포를 써 얼굴의 상처를 가렸다. 나석진은 알겠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여기 말고, 다른 데서 얘기하자.”나석진이 숙이를 부축했다. 숙이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린 채 주춤거리며 나석진을 따라나섰다.두 사람은 바깥의 찻집을 찾았다. 주인이 숙이의 차를 식탁에 올려놓자 숙이가 본능적으로 이를 피했다.나석진은 인상을 썼다. 그녀의 얼굴에 생긴 흉터가 생각났다.“도련님... 저, 송지아 전하에게 잡혀갔었어요.”나석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재판이 끝난 뒤 윤씨 가문에서 사람을 시켜 숙이와 옥이를 보호하게 했었다. 가연 왕후가 형을 선고받고, 옥이도 문제없이 빠져나왔는데, 숙이는 왜?“제 동생이 아직 병원에 있어서요. 어느날 집에 갔는데 송지아 전하 부하들이 거기 있었어요. 저도 그날따라 경호원을 데리고 가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잡혀갔어요.”“그래서?”숙이가 면사포를 벗었다. 핏자국이 역력하게 드러났다.“이게 다 송지아 전하 짓이에요.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마약을 주사하겠대요... 그 말에 응하고서야 겨우 도망 나왔어요.”“어떤 일을 시켰어?”숙이가 사진을 꺼냈다. 최연준과 송혁준의 사진이었다. 정상적인 포옹이었지만 각도 탓인지 두 사람 사이에 이상한 기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나석진이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지만 이를 티 내지 않고는 물었다.“이게 다야? 혁준이는 나 씨, 윤씨 가문과 모두 친해, 매제와는 학교 친구이기도 하고. 친구 사이에 포옹은 별거 없잖아. 사진 한 장이 뭘 설명할 수 있는데?”“혹시... 모르세요? 혁준 전하 어떤 분인지 잘 아시잖아요.”“너...”“혁준 전하가 왕위를 계승한다면, 왕후를 맞아들이진 않을 거잖아요. 남양의 보수적인 분위기로 봐서 이런 국왕을 받아들일 것 같지도 않고요.”“그게 무슨 뜻이야? 혁준이가 국왕 자격이 없다는 거야? 네가 그런 걸 평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걱정하지 마, 경호원을 붙여 데려다줄게. 동생 쪽은 윤씨 가문이 경호원을 불러 보호하고 있어. 송지아도 병원에서 손쓸 만큼 멍청하진 않을 거야.”숙이가 감격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떠나려 할 때, 두 사람의 핸드폰에서 거의 동시에 알림음이 울렸다.뉴스 알림창이었다.[단독: 친왕 송혁준과 오성 최연준, 혹시 연인 사이?]나석진이 흠칫했다. 숙이의 얼굴도 창백해졌다.“제가 한 게 아니에요! 전 송지아 전하에게서 도망치자마자 도련님을 찾아왔어요! 제 동생의 목숨을 걸고 맹세해요, 제가 한 게 아니에요!”나석진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단 몇 분 사이에 이 뉴스는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모든 사이트의 서버가 마비되었다. 댓글들이 홍수처럼 쏟아져나왔다. 대부분은 부정적인 여론이었다.[친왕이 게이였어? 이럴 수가!][이건 남양의 권위에 도전하는 거야! 이런 사람은 우리 국왕이 될 수 없어!][황실에서 이런 추문이 터지다니, 이미지가 뭐가 돼? 얼른 내려와!][후계자 바꿔! 이런 국왕은 필요없어!]......나석진은 가장 빠른 속도로 윤 씨네 집에 도착했다. 강서연과 최연준은 진작에 이 뉴스를 보았었다. 두 사람은 서재의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는데, 핸드폰에 불이 날 듯이 전화가 걸려 왔다.“서연아, 연준아, 너희...”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석진은 소파에 또 한 사람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혁준아? 이런 판국에서도 여길 오고 싶어? 내 동생과 제부가 덜 피곤한 것 같아?”송혁준이 모자를 벗자 준수한 얼굴이 드러났다. 그리고 입가의 미소까지...나석진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삼켰다. 송혁준이 연예계에 있었다면 차세대 남신은 그였을 것이다.“어이, 나 배우. 우리 사이가 아무리 좋다 한들, 친왕을 봤으면 예의는 차려야 하는 게 아닌가?”“너...”나석진은 옅게 인상을 쓰며 강서연과 최연준을 바라보았다.두 사람은 모두 계획에 있었다는 듯 담담한 얼굴이었다.나석진은 어리둥절해졌다.“너희, 무슨 뜻이야? 다 설계한 거야?”
“그런 셈이죠!”강서연이 웃으며 화면을 쳐다보았다. 이때 집사가 노크하고 들어왔다.“아가씨, 도련님. 이건 홍보팀이 발견한 정황입니다. 가장 많이 보인 계정은 이것들입니다.”“뭐 이상한 거라도 있어?”“이 계정들은 계속해서 친왕 폐하에게 불리한 댓글을 작성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폐하를 반대하려 했습니다!”“그러니까 댓글 알바란 말이네. 이런 허접한 수단으로도 여론몰이하려고?”“우리 누나는 원래 단순한 사람이에요. 전에는 숙모가 감싸줬었는데, 지금은 안 계셔서...”송혁준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송지아 짓인 걸 알고 있었어?”나석진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알고 보니 그의 소식이 가장 느렸다!“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이 뉴스를 터뜨린 거예요!”최연준이 웃으며 나석진의 어깨를 두드렸다.“뭐?”“서연이 공이 컸죠.”최연준이 아내를 바라보았다. 애틋한 눈빛에 자랑스러움이 더해졌다. 나석진은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손으로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놓았다.“어떻게 된 일인지 얘기부터 해 주는 게 어때? 오늘 숙이가 찾아와서 하는 말이, 송지아가 자신더러 이 사실을 터뜨리라고 했대. 그런데 마침 이 뉴스가 터진 거야! 얼마나 급했는지 알아?”“공이라 할 것도 뭐한 게... 집 근처에 CCTV를 많이 달아둔 것뿐이에요.”강서연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군형이가 한창 뛰어다닐 나이라서, 혹시라도 다칠까 봐 걱정됐는지 서연이가 여기저기에 CCTV를 달아뒀어요. 실내뿐만 아니라 정원, 수림, 사바 우림까지 전부 말이에요!”“그러니까... CCTV가 도촬하는 사람을 찍었다는 거야?”“응! 작별의 포옹이었는데 서연 씨한테 딱 걸렸지 뭐야. 얼마나 창피하던지.”“정말 죄송해요, 전하.”“죄송한 건 오히려 저죠. 그래도 덕분에 도촬한 사람을 발견했고, 우리 누나의 계략도 알아냈어요.”“그래서 그 도촬범을 잡아내 사진을 얻어냈어요. 정말 그렇고 그런 것 같이 찍혔더라고요! 그래서 우리가 먼저 터뜨리기로 했어요.”“미친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