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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4화

강서연은 어깨와 목을 주물렀다. 금방 걸음마를 뗀 최군형이 걷기 싫어졌는지 매일 엄마 주변만 맴돌았다. 최군형이 부쩍 살이 오른 지라 매일 최군형을 안고 있는 강서연은 죽을 맛이었다.

최연준은 급히 강서연을 소파에 끌어다 앉히고는 그녀의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강서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왜 혁준 씨가 싫지 않냐면... 혁준 씨는 정말 좋은 사람 같아서요. 김유정, 임나연 씨는 모두 다른 목적을 가지고 당신에게 접근했지만, 송혁준 씨는 정말 당신에게 진심이에요. 아무리 둔하다 해도 그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요.”

“응? 어떻게 구분한 건데?”

“송혁준 씨는 당신이 날 대하는 것처럼 당신을 대하니까요!”

강서연이 주저 없이 대답했다. 최연준은 따뜻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며 그녀의 볼을 어루만졌다.

“결이 비슷한 사람끼리는 눈빛 하나로도 알아볼 수 있잖아요. 송혁준 씨는 김유정, 임나연 같은 사람들과 아예 달라요. 그리고 난 송혁준 씨가 당신을 좋아해도 상관없어요.”

“왜?”

“당신은 언제나 내 옆에 있을 거니까요!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다다음 생에도...”

강서연이 몸을 돌려 최연준의 목을 끌어안았다.

최연준은 순간 너무나 기뻐 머리가 멍해졌다. 그는 애틋한 눈길로 강서연을 쳐다보며 엄지손가락으로 강서연의 볼을 어루만졌다. 창문 너머로 별이 반짝였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었다. 모든 게 완벽했다.

그런데 너무나 기뻐서였을까, 최연준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그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언제나 네 옆에 있는다고? 여보, 자신감이 대단한걸?”

“그게 무슨 뜻이에요?”

강서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최연준이 순간 정신을 차렸다. 한기가 척추를 타고 온몸에 퍼졌다.

강서연이 최연준의 손을 뿌리쳤다.

“최연준 씨,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자신감이 대단하다니?”

“...”

“나는 그 정도 사람이 못 된다 이거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럼 뭔데요!”

강서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최연준은 후회막심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제 혀를 뽑아버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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