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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송혁준은 머리가 하얘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의 눈앞에는 웃는 얼굴의 최연준이 보였다.

방금의 포옹은 우정의 상징이었으나 그에게는 평생 기억할 만큼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송혁준이 크게 웃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몇 미터 걸어 나가다 다시 뒤돌아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최연준은 그곳에 잠깐 서있다가 찬바람이 불어오자 심호흡하고는 빠른 걸음으로 실내로 들어갔다. 아내를 품에 안고 그녀의 내음을 느끼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언뜻 비친 검은 그림자가 카메라 렌즈를 서서히 내렸다.

......

최연준이 집으로 들어오자 그를 맞이한 건 강서연의 모습이 아닌 부엌에서 풍겨오는 향기였다. 그는 씩 웃으며 걸어들어가 바삐 돌아치는 이 작은 여인을 꼭 끌어안았다.

“아!”

강서연은 깜짝 놀라 그녀의 허리께에 감싸진 두 팔을 팡팡 쳐댔다.

“기척 좀 내고 다녀요!”

“여보.”

“왜요?”

“여보.”

“왜 그래요?”

“여보!”

“미쳤어요?”

강서연이 인상을 쓰며 손을 최연준의 이마에 갖다 댔다. 최연준이 크게 웃으며 그녀를 꼭 안았다. 그저 강서연을 부르고 싶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혁준 씨랑 하루 종일 얘기하더니, 왜 갑자기 이래요?”

“서연아, 혁준 씨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알고 싶지 않아요.”

“혁준 씨가 날 좋아한대.”

“그래서, 그거 자랑하려고 온 거에요?”

“네 생각이 어떤지 궁금해서.”

강서연이 흠칫했다.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최연준은 구현수 행세를 할 때를 제외하곤 강서연을 속인 적이 없었다. 어떤 일이 있든 그녀만은 절대 속이지 않겠다고 했다.

제법 약속을 잘 지키는 모양새였다. 송혁준에게 고백받은 일까지 강서연에게 알려주다니...

강서연은 웃으며 조금 생각한 뒤 진지하게 대답했다.

“혁준 씨 좋은 사람 같아요, 우리 사이를 망치지도 않고 오히려 나서서 지켜줬으니, 우리가 혁준 씨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최연준은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담담하고 따뜻한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강서연이 다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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