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화

임서우는 막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신 대표, 나도 장난 아니야.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라고!”

“그래, 그놈의 진지. 그럼 진지하게 한번 해봐?”

신수아는 정장 외투를 벗어 던졌다. 안에는 타이트한 연 핑크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화끈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녀는 들끓는 분노를 참느라 가슴이 저절로 기복을 일으켰다.

신수아는 컴퓨터를 열고 장 사장을 위해 일찌감치 작성했던 프로젝트 협력 계약서를 찾아냈다.

그녀는 하얗고 긴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재빨리 두드리며 일부 내용을 수정했고 잠시 후 옆에 놓인 프린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완전한 회사 지분 양도 계약서 한 부가 프린터에서 발급되었다.

신수아는 곧장 펜을 꺼내 계약서에 서명하고는 임서우에게 그 계약서를 내던졌다.

“자, 네가 회사 계좌에 24억 원을 입금하기만 하면 우리 회사 주식의 51퍼센트는 바로 너에게 돌아가. 그 밖에 내가 추가 항목을 하나 더 넣을게. 만약 네가 오늘 이 계약을 이행한다면 나 신수아는 오늘부로 네 여자야! 사인해. 어린 여자 꼬드기는 수작으로 날 속이려는 거잖아? 날 기분 좋게 해주고 침대로 끌고 가서 놀다 버릴 생각이겠지. 좋아, 받아줄게. 이 계약서에 사인하고 오늘 24억 원의 융자금을 회사 계좌로 보내기만 한다면 이 회사와 나까지 모두 다 네 거야. 얼른 사인해!”

임서우는 멍하니 넋을 놓아버렸다.

계약서의 융자금액과 지분율 모두 문제없지만 신수아가 고작 24억 원의 융자금 때문에 그와 잠자리를 가지려 하다니...

“신 대표,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신수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난 남자친구 사귀어본 적이 없어서 아직 첫 경험도 못 해봤어. 너 좋을 노릇만 했네. 얼른 사인해. 사인하고 회사 계좌로 입금하면 우리 바로 호텔로 가. 우리 집도 되고 너희 집도 되니까 쭈뼛대지 말고 어서 사인하란 말이야.”

신수아가 이렇게 나오니 임서우도 더 버틸 이유가 없었다.

그는 펜을 들고 멋지게 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회사 계좌로 24억 원을 입금했다.

신수아는 임서우의 척하는 연기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곧이어 임서우가 뻔뻔스럽게 그녀에게 말했다.

“입금됐을 거야. 한번 확인해봐.”

신수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좋아. 굳이 놀고 싶다면 내가 놀아줄게. 지금 바로 확인해봐야겠어. 임서우 씨가 과연 무슨 실력으로 자신이 내뱉은 거짓말을 무마할 수 있을지 말이야.”

말을 마친 그녀는 키보드를 두드리며 회사 재무 계좌에 로그인했다.

비밀번호까지 입력하고 로그인한 순간, 그녀는 임서우를 힐긋 쳐다보며 비아냥거렸다.

“이따가 바로 호텔 가는 거야.”

신수아는 홀가분하게 말을 내뱉으며 모니터에 시선을 옮겼는데 그대로 굳어버렸다.

일십백천만... 공이 대체 몇 개인 거야...

회사 계좌에 정말 24억 원이 입금됐고 계좌이체 내역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체인은 임서우였다!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