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서우는 막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신 대표, 나도 장난 아니야.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라고!”“그래, 그놈의 진지. 그럼 진지하게 한번 해봐?”신수아는 정장 외투를 벗어 던졌다. 안에는 타이트한 연 핑크색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화끈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그녀는 들끓는 분노를 참느라 가슴이 저절로 기복을 일으켰다.신수아는 컴퓨터를 열고 장 사장을 위해 일찌감치 작성했던 프로젝트 협력 계약서를 찾아냈다.그녀는 하얗고 긴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재빨리 두드리며 일부 내용을 수정했고 잠시 후 옆에 놓인 프린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곧이어 완전한 회사 지분 양도 계약서 한 부가 프린터에서 발급되었다.신수아는 곧장 펜을 꺼내 계약서에 서명하고는 임서우에게 그 계약서를 내던졌다.“자, 네가 회사 계좌에 24억 원을 입금하기만 하면 우리 회사 주식의 51퍼센트는 바로 너에게 돌아가. 그 밖에 내가 추가 항목을 하나 더 넣을게. 만약 네가 오늘 이 계약을 이행한다면 나 신수아는 오늘부로 네 여자야! 사인해. 어린 여자 꼬드기는 수작으로 날 속이려는 거잖아? 날 기분 좋게 해주고 침대로 끌고 가서 놀다 버릴 생각이겠지. 좋아, 받아줄게. 이 계약서에 사인하고 오늘 24억 원의 융자금을 회사 계좌로 보내기만 한다면 이 회사와 나까지 모두 다 네 거야. 얼른 사인해!”임서우는 멍하니 넋을 놓아버렸다.계약서의 융자금액과 지분율 모두 문제없지만 신수아가 고작 24억 원의 융자금 때문에 그와 잠자리를 가지려 하다니...“신 대표,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신수아가 입꼬리를 올리며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아니긴 뭐가 아니야? 난 남자친구 사귀어본 적이 없어서 아직 첫 경험도 못 해봤어. 너 좋을 노릇만 했네. 얼른 사인해. 사인하고 회사 계좌로 입금하면 우리 바로 호텔로 가. 우리 집도 되고 너희 집도 되니까 쭈뼛대지 말고 어서 사인하란 말이야.”신수아가 이렇게 나오니 임서우도 더 버틸 이유가 없었다.그는 펜을 들고 멋지게 계약서에 서명했다.그리고 휴대
신수아는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임서우를 쳐다봤다.그녀는 줄곧 임서우가 일부러 잘난 척하는 거라고 여겼다.회사 계좌에 24억 원이 입금된 걸 제 눈으로 확인해도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신수아는 다시 한번 계좌이체 기록을 열어 상세한 이체 내역을 확인했지만 이 돈은 확실히 임서우가 입금한 것이었다.이체 시간은 방금 임서우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던 시간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대체 어느 은행에서 이런 거액의 자금을 바로 회사 계좌로 이체할 수 있단 말인가? 그녀는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하지만 임서우는 오늘 확실히 딴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의 일련의 행동에 신수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주주가 되겠다더니 바로 돼버렸고 회사에 입금한다더니 그 자리에서 입금했다.이렇게 통쾌할 수가!‘너 내가 알고 있던 임서우 맞아? 이게 대체 무슨 경우냐고? 지금 이거 꿈 아니지?’신수아는 이제 그만 꿈에서 깨려고 손으로 허벅지 안쪽을 힘껏 꼬집었다.그녀는 너무 아파서 비명을 지를 뻔했다.이런 선명한 통증은 현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법, 이건 꿈이 아니었다. 눈앞에 일어난 모든 일이 진짜였다.그녀는 컴퓨터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자신을 마주한 덤덤한 표정의 임서우도 번갈아 보았다.하지만 여전히 눈앞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임서우, 이 24억 원 진짜 네가 입금했어?”눈부신 외모의 그녀가 자꾸만 멍한 표정만 지으니 임서우는 입꼬리가 씰룩거렸다.그의 인상 속에서 신수아는 항상 차갑고 도도한 여 대표의 이미지였는데 이런 귀여운 면이 있었다니, 임서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까짓 돈으로 널 속여서 뭐해?”“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신수아는 순간 어쩔 바를 몰랐다.그의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 한순간 좌불안석이 돼버렸다.그녀는 일단 꼬았던 다리를 내리고 새하얀 두 손을 얌전히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임서우는 지난날의 임서우가 아니니까.바로 전까지 회사 직원이고 그녀의 부하였지만 어느덧
그녀는 이런 사람을 인생의 친구로, 사업의 멘토로 줄곧 여겨왔으니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신수아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미안해, 서우야. 아까는 내가 널 오해했어.”임서우는 담담한 얼굴로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아니야, 이렇게까지 깍듯하게 대할 필요 없어. 비록 내가 회사의 절대다수 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회사의 그 어떤 일도 간섭하지 않아. 내 사람을 회사에 투입할 일도 없어. 겉으론 내가 이 회사의 최대 주주지만 실제 결정권은 여전히 너한테 있어. 난 오직 돈을 벌고 내 몫을 챙기거나 손해 보고 내 몫을 배상할 뿐이야. 그러니까 수아 너도 이 24억 원을 잘 이용해야 해. 절대 밑지면 안 돼!”임서우의 말을 들은 그녀는 그제야 모든 우려를 내려놓았다.만약 임서우가 24억 원을 회사에 투자할 걸 미리 알았더라면 그녀는 절대 주식의 51퍼센트를 그에게 양도하지 않았을 것이다.주식을 51퍼센트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임서우가 이 회사에서 절대적인 발언권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만약 그가 관리 능력이 없어 멋대로 굴었다가 회사를 쑥대밭으로 만들면 신수아가 수년간 기울였던 심혈이 수포가 돼버린다.다행히 임서우가 한 말은 그녀에게 안정제를 먹인 격이 되었다.신수아는 자신이 있었다. 임서우가 회사 경영과 관리에 관여하지 않는 한 그녀는 3, 4년 안에 반드시 임서우가 배당금으로 원금을 돌려받게 할 자신이 있었다.임서우의 도움으로 회사가 위기에서 벗어나니 그녀는 마음에 걸렸던 큰 바위를 드디어 내려놓게 되었다.불과 1시간 전까지 그녀는 16억 원의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해 사무실에서 초조해하며 눈물을 훔쳤는데 뜻밖에도 하늘에서 24억 원이 툭 하고 떨어졌다.신수아는 정신을 차리고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그녀는 눈앞의 구세주 임서우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지금 당장이라도 그를 벽에 밀어붙이고 터프하게 키스해버릴 심정이었다.그녀는 저 자신이 너무 행운스러웠다. 임서우라는 구세주가 떡하니 나타날 줄이야.임서우가 그녀 회사에
아까 왜 그렇게 충동적이었는지 그녀는 후회가 마구 밀려왔다!계약서에 이런 수치스러운 항목을 추가하다니.이젠 자업자득으로 제가 판 굴에 제가 빠져들게 되었다!신수아는 빨개진 얼굴로 계약서의 추가 항목을 보다가 또다시 난감한 표정으로 임서우를 쳐다봤다.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에 살짝 수줍은 기색이 역력했다.“임... 서우 씨...”임서우는 한창 계약서를 읽어보다가 그녀의 목소리에 머리를 들었다.“왜 그래 신 대표?”신수아의 빨간 두 볼이 곧 터질 것만 같았고 말까지 더듬거렸다.“그게... 아까 내가... 계약서에 넣은 추가 항목 말이야. 우리... 우리... 우리 그냥...”신수아는 머리가 복잡해 말을 더듬거렸다.임서우는 마지막 장을 펼치고 계약서의 추가 항목을 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계약서 맨 마지막의 추가 항목을 말하는 거지?”신수아는 재빨리 머리를 끄덕였다.“맞아, 바로 그거야.”임서우는 머리를 끄덕이며 사악한 미소를 날렸다.“신 대표, 너무 조급해하지 마. 앞으로 함께할 시간이 많잖아. 계약서에 쓰다시피 신 대표는 이젠 내 여자야! 지금 당장 이행하지 않아도 돼. 오늘 밤도 괜찮지 않아?”신수아는 순간 낯빛이 어두워졌다.‘뭘 당장 이행하지 않아? 마치 내가 한시라도 빨리 관계를 갖고 싶어서 안달 난 것처럼 말하네?!’“아니, 그게 아니라, 내 말은 이 추가 항목을 혹시 그냥...”신수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그는 신수아의 아름다운 얼굴과 혼을 쏙 빼놓을 것 같은 그녀의 몸매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수아야, 넌 정말 예뻐! 얼굴만 새하얗고 예쁜 게 아니라 몸매도 날 미치게 해. 이 셔츠 좀 봐. 너무 타이트해서 곧 터질 것 같잖아. 다리도 어쩜 이렇게 늘씬하고 예뻐? 스타킹을 신으면 유난히 더 섹시해 보이더라.”임서우는 허리를 숙이고 그녀의 귓가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그의 입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신수아의 귓불을 간지럽혔고 과감한 멘트까
신수아는 자신의 첫 경험을 이렇게 쉽게 임서우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녀 스스로 계약서에 똑똑히 써넣었으니, 오늘부로 임서우의 여자가 되겠다고 말이다.그녀는 임서우한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임서우가 커다란 두 손으로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그리고 사무실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안으로 잠가버렸다.“임서우, 자중해. 넌 이미 결혼했다고.”신수아는 그의 품에서 몸부림쳤다.“수아야, 아니, 여보. 나 오늘 막 이혼했어. 못 믿겠으면 이것 좀 봐.”임서우는 주머니에서 오전에 다 마친 이혼신고서를 꺼내 신수아에게 보여줬다.“이따가 우리 바로 혼인신고하고 이 계약서의 추가 항목도 실행해야지.”임서우가 사악한 미소를 날렸다.곧이어 대표 사무실 소파에서 끽끽 소리가 울려 퍼졌다...두 시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은 소파에서 일어났다.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소파를 치울 때야 임서우는 그녀가 처음이란 걸 알아챘다!신수아도 왜 그랬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줄곧 제 몸을 아끼던 그녀였는데 임서우에게 안긴 순간 그가 딴사람으로 변한 것만 같았고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뱉은 말은 지켜야 하는 법, 그녀 스스로 계약서에 이 추가 항목을 보탰고 임서우도 계약 내용을 완성했으니 이젠 그녀도 계약을 이행해야 했다.신수아는 매우 보수적인 여자라 첫 경험을 임서우에게 줬으니 이제부터 그를 남편으로 섬기리라 다짐했다.어쩌면 이 또한 인연이겠지!오늘 마침 할머니의 70세 생신날인데 임서우를 집에 데려가서 가족들에게 소개한다면 앞으로 어른들도 더는 그녀에게 부잣집 도련님과 결혼하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사무실 분위기가 조금은 어색해졌다.두 사람이 옷을 단정하게 입은 후 신수아가 수줍게 머리를 숙이고 그에게 물었다.“서우야, 이 24억 원이 대체 어디에서 난 건지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 너 회사 다니는 1년 동안 매일 배달 알바를 하면서 지냈는데 너한테 무슨 돈이 이렇게 많은 거냐고?”임서우는 그녀가 이 물음을 제기할 거라고 진작 예상했지만 바로 알려줄 수가 없었다.어
임서우는 그녀가 왜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갑자기 물티슈는 왜?신수아는 임서우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보더니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거울 좀 봐. 입술에 내 립스틱이 가득 묻었어. 얼른 지워, 딴 사람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어?”말을 마친 그녀는 안으로 잠근 문을 열고 밖에 나갔다.임서우는 그녀의 하늘거리는 뒤태를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기뻤다.그는 문득 손실은 때때로 이익과 바꿀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갑자기 얻은 행운에 그는 흐뭇할 따름이었다.회사 오피스 구역에서 다들 겉으로는 업무에 바쁜 척하고 있지만 뒤에서는 몰래 수군거렸다.동료들이 의논하는 화제는 다름 아닌 임서우, 허민서와 박건우에 관한 일이었다.“내가 볼 때 허민서가 박건우한테 가려고 임서우를 차버렸어. 다들 봤잖아? 아까 들어올 때 허민서가 보란 듯이 박건우의 팔짱을 꼈어!”“백 퍼센트야! 다들 아직 못 발견했어? 허민서가 요즘 입는 옷과 메고 다니는 가방, 휴대폰까지 예전과 아예 급이 틀려. 임서우 그 거지새끼가 무슨 돈으로 허민서를 사주겠어? 다들 봤지? 허민서가 들고 다니는 그 휴대폰만 해도 300만 원이야. 임서우가 3달 동안 꼬박 돈을 모아도 살 수 없다고!”“임서우 꼴 좋다. 거지 따위가 돈도 없는 게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허민서처럼 예쁜 애랑 결혼하냐고? 걔 분명 허민서를 감당하지 못할 거잖아.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여자는 예쁠수록 감당해야 할 유혹이 더 크다고 했어. 임서우가 돈이 없으니 허민서는 당연히 돈 많은 남자를 찾아가겠지.”동료들은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임서우를 비난했다.옆에 있던 김도현은 거울을 보며 코피를 닦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그는 일찍이 자신의 직업에 대한 전망을 계획해놓았다.이번에 박건우가 맡긴 일을 원만히 해결하여 박건우도 허민서를 품에 안았으니 앞으로 그가 아빠 박부장 앞에서 김도현을 몇 마디 칭찬하기만 하면 회사에서 김도현은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다.만약 이후에 행운스럽게 신 대표의 마음까지 얻는다면 이 회사가 그의 것이 될지
하지만 뜻밖에도 임서우가 신수아 뒤에 서 있었다.저 거지새끼가 미녀 대표님 뒤에 서서 뭐 하는 거지?방금 허민서에게 배신을 당해놓고 대표님을 찾아가 고자질을 할 기분이 나기는 할까?전체 사무실에서 김도현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수두룩했다.허민서와 박건우를 포함한 모든 동료가 이런 생각이었다.한편 신수아는 뭇사람들을 쭉 둘러보다가 결국 임서우에게 눈길이 멈췄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지금부터 중요한 일 하나 발표할게. 오늘부로 임서우, 임 사장님은 우리 회사 최대 주주가 되었어. 다들 박수!”신수아의 말이 떨어진 순간 사무실에 싸늘한 정적이 흘렀다.바늘 하나 떨어져도 다 들릴 만큼 소름 끼치게 조용했다.사람들은 멍하니 넋 놓고 있다가 입을 쩍 벌리고 임서우를 쳐다보며 모든 게 꿈만 같았다.신수아는 미간을 살짝 구겼다. 직원들에게 박수 치라고 했지만 아무도 그녀 말대로 하는 사람이 없으니 살짝 난처할 따름이었다.직원들 중에서 가장 놀란 사람이 허민서였다.그녀는 너무 궁금했다. 아침에 막 이혼하고 매정하게 뿌리쳤던 거지새끼가 어떻게 몇 시간 후에 회사 대주주로 변신한다는 말인가?그녀뿐만 아니라 박건우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김도현도, 자리에 있는 모든 회사 직원이 충격에 휩싸였다.결국 사무실의 싸늘한 정적 속에서 신수아가 먼저 박수 쳤고 곧이어 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나 활짝 웃으며 열정적으로 박수 쳤다.손이 부을 때까지 박수 칠 기세였다.“새로운 사장님을 환영합니다! 저희를 리드해주실 새로운 사장님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진작 보아냈어요. 임 사장님은 인물이 훤칠하여 우리 중에 깊숙이 파고들어 업무 상황을 알아보고 계신 거죠. 마침 제가 맞혔네요. 임 사장님 미래에 더 번창하시고 부자 되세요!”임서우는 어렴풋이 기억났다. 좀 전까지만 해도 이 입에 꿀 발린 녀석은 그에게 오늘 오전에 깎인 월급을 배상하라고 윽박질렀고 심지어 오피스 구역에서 임서우가 삭감된 급여를 갚지 않으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기승을 부렸다.한편
임서우가 비록 지금 이 회사의 사장으로 되었지만 아직 그만의 사무실이 없었다.그는 오피스 구역을 떠나면서 신수아와 어깨를 스치는 순간 나지막이 말했다.“여보, 나 지금 사무실이 없네. 어떡하면 좋아?”그가 한 말은 둘에게만 들리지만 임서우가 공공장소에서 신수아를 여보라고 부르자 그녀는 저도 몰래 얼굴이 빨개졌다.신수아도 전에 임서우가 동료들의 언어적 공격을 자주 당한 걸 알고 있다.두 사람이 아직 혼인신고는 안 했지만 신수아의 마음속에서 이미 임서우를 남편으로 생각했다.남편을 위해 앞장서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신수아는 망설임 없이 자기 사무실을 가리키며 말했다.“일단 내 사무실 써. 내가 자리 내줄게.”임서우가 재빨리 거절했다.“그건 안 되지. 우리 전에 얘기가 다 됐잖아. 넌 여전히 이 회사의 유일한 결정권자야. 내가 어떻게 네 사무실을 점용하겠어? 박부장의 사무실이 괜찮아 보이네.”좀 전에 임서우가 이 회사의 사장이라고 발표한 순간 허민서는 놀란 얼굴로 박건우와 서로 마주 봤다.그 순간 신수아는 허민서와 임서우의 이혼 사유가 대충 짐작이 갔다.그리고 지금 임서우가 박부장의 사무실을 점용하고 싶어 하니 그녀는 자신의 추측을 더욱 확신했다.“좋아! 지금 바로 나랑 함께 박부장 사무실로 가.”임서우는 가볍게 웃으며 그녀에게 꿀 발린 말을 해댔다.“여보, 다들 이 세상에 예쁘고 몸매 좋고 지혜로운 여자가 천만분의 일의 확률로 존재한다는데 바로 당신을 말하는 거잖아? 당신은 정말 내가 본 중에 가장 훌륭한 여자야.”신수아는 입이 귀에 걸릴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대시하는 사람이 끊기지 않고 예쁘고 일에 야망이 있다는 칭찬도 자주 들어왔지만 임서우처럼 직설적으로 대놓고 아양을 떠는 건 난생처음이었다.임서우는 이미 결정을 내린 듯싶다. 그는 박건우부터 괴롭힌 게 아니라 아들의 죄를 아버지에게 묻는 격이었다.박부장에게 대체 아들 교육을 어떻게 했길래 남의 결혼생활에 끼어드는 제삼자가 돼버린 것인지 따져 물을 생각이었다.그들이 박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