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죽고 싶지 않아, 도적의 대를 내 손에서 끊을 수는 없어!’‘어쨌든 죽기 전에는 앞으로 도적왕의 대를 이어갈 사람을 찾아야 해.’유노적의 마음은 혼란스러웠다. 담배 한 대도 끝까지 타올랐다.탁탁탁.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오고, 돌이는 성큼성큼 홀로 들어가 담배꽁초가 꺼진 구석을 바라보았다.“뭐하는 거예요?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돌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헤헤, 오랜만에 일하니까 좀 긴장이 돼서 마음을 가라 앉힐 겸 사람 없는 데 가서 담배라도 피우고 있었어요.”유노적이 거짓말을 했다.“평소에 실력이 좋다며 자랑하지 않았나요? 왜 긴장을 해요, 훔치지 못할 경우 우리가 나서면 되니까 그리 걱정하지 마세요.”돌이는 약간 비꼬는 듯이 말했다.유노적도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아마 돌이 손에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마음을 접었다.“내 건인데, 내 기술 선보일 기회 빼앗지 말아요.”유노적은 그렇게 말하고 꽁초를 내던진 다음 오른발을 들어 꽁초를 매섭게 밟았다.“이강현 집에 가보죠,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도 하네요.”유노적이 당당하게 돌이에게 다가가 웃음을 지었다.“전투팀은 다 훌륭한 용사라서 물건을 훔치는 것 같은 더러운 일은 제가 하죠, 그쪽은 대응만 잘 해주세요.”돌이는 헤벌쭉 웃었다. 유노적의 아첨이 먹혔다.“말 참 잘하시네요, 걱정 마세요, 그쪽 공은 빼앗지 않을 테니까.”“그럼 더할 나위 없이 좋죠, 이번 일 끝나면 제가 한 톡 크게 쏠게요.”유노적이 말하면서 밖으로 나갔다.돌이는 빙그레 웃으며 유노적의 어깨를 툭툭 쳤다. 유노적의 야윈 몸이 휘청거렸다.“좋아요, 그럼 저도 작은 소식 하나 줄게요, 이번 건 잘 처리해야 행, 권 집사 압력이 장난이 아니에요.”“걱정 마세요, 방금 저도 멋지게 해내겠다 담보했어요.”“하하하.”돌이는 크게 웃으며 유노적의 어깨를 감싸 안고, 두 사람은 건물 밖으로 나와 문 밖에 주차된 차에 올라탔다.두 차 모두 시동을 걸고 함께 어둠 속에서 장원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진효영의 손가락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손가락 사이로 진효영은 부러운 듯 이강현과 고운란을 바라보았다.이강현이랑 침대에 뒹구는 게 자신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게 아쉬었다.지금 진효영의 마음은 안타까움으로 가득 찼다.‘몇 년 전에 이강현을 만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이강현은 눈을 부릅뜨고 진효영을 바라보며 진효영이 고의로 들어온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수줍은 뺨이 붉어진 고운란은 두 손으로 이강현을 힘껏 밀치고는 허둥지둥 침대에서 일어났다.“우리, 우리 아까 그, 그거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고운란은 말하며 수줍은 마음에 이강현을 노려보았다.이강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뺨을 불룩하게 부풀리며, 속으로는 진효영을 문 밖으로 밀어내고 싶은 심정이다.“무슨 일이야?”이강현은 다소 욱하는 말투로 말했다.진효영은 억울한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고, 고운란 곁으로 다가가 고운란의 팔을 잡았다.“운람 언니, 이강현 오빠 무서워요.”이강현은 어이가 없는 얼굴로 불쌍한 척하는 진효영을 바라보았다.“시치미 떼지 마, 손해 본 게 누구인데? 왜 억울한 척해?”“저는 그냥 소식 전하러 왔을 뿐인데, 너무 해요.”진효영은 고운란의 품에 안겨 우는 척하였다.고운란은 진효영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강현에게 말 조심해라는 뜻으로 눈짓했다.“왜 애한테 그래, 효영도 일이 있어서 들어온 거잖아.”“내 보기에 일부러 들어온 것 같은데.”이강현은 말을 마치자 입을 삐죽거렸다. 진효영이 소식을 전하러 왔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지 않았다.“정말 소식 알리러 왔다고요, 이건 방금 권무영과 통화한 기록인데 오늘 저녁 사람을 시켜 물건을 훔치러 오겠다고 했어요, 나도 배은망덕한 사람 아니라고요, 그래서 전화를 끊고 바로 알리러 왔죠.”진효영은 핸드폰을 꺼내 통화 기록을 이강현에게 보여 주었다.이강현은 통화 기록을 보고 나서 진효영이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알았다.이강현이 말이 없자 진효영은 득의양양하게 고개를
“히히, 그럼 내일 아침 시장에 가서 같이 장 봐요.”진효영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옥룡벽이 운란 언니의 화장대에 있다고 말했어요, 오늘 밤 꼭 훔치러 올 거예요. 오빠 우리를 잘 지켜야 해요.”고운란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안한 듯 말했다.“이래도 되나? 밤에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내가 있으니 아무 일 없을 거야. 너희 둘은 평소처럼 방에서 푹 자면 돼.”이강현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저녁에 우리 방에 안 있어요? 그 도둑이 들어와서 우리를 보고 무슨 나쁜 마음을 품으면 나와 운람 언니 어떻게 해요.”진효영의 마음도 걱정으로 가득 찼다.한밤중에 도둑이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결코 좋은 추억이 될 수 없었다.이강현은 웃으며 말했다.“너희 둘 방에 들어갈 수 없어, 그러니까 마음 편이 있어, 나 먼저 나갈게.”손을 흔들며 이강현은 재빨리 방을 나갔다.고운란과 뭔가 하려는 생각은 이미 깨졌고, 방에 계속 있으면 온몸에 뜨거운 피가 가득 치솟아 나가서 몸을 좀 식히고 싶었다.베란다로 가서 이강현은 담배에 불을 붙여 피우기 시작했다.창밖을 내다보니 차 두 대가 아래층에 주차돼 있었다.미간을 살짝 움직인 후 이강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너희들이야? 꽤 많이 왔는데, 오늘 밤이 기대되네.”이강현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와 동시에 유노적은 차창 너머로 멀지 않은 아파트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문 여는 거는 어렵지 않고, 실내 구조도 있어요?”돌이가 옆에 있던 팀원을 쳐다보자 팀원이 핸드폰을 꺼내 실내 구조도를 열었다.“빨간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게 이강현의 방이에요, 집 구조가 간단해요.”유노적은 대전화를 꺼내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그림을 확대해 출입 경로를 샅샅이 뒤졌다.이것은 유노적이 여러 해 동안 남긴 습관이다. 훔치기 전에 먼저 물러설 길을 남겨두라는 옛 가르침으로 유노적은 이렇게 오랫동안 붙잡힌 적이 없었다.여러 차례 위험하고 위험한 순간에 유노적은 미리 계획한 도망 경로에 의지하여 재난을
밝은 달이 하늘에 높이 걸려 있었다. 새벽 2시 반 유노적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날렵한 발걸음으로 유노적은 빠르게 아파트 문 앞으로 돌진했다.미리 준비한 마스터 카드를 꺼내 들고 유노적은 출입문을 가볍게 긁었다.뚝.출입구가 소리를 내며 아파트 문을 열렸다. 유노적은 재빠르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돌이는 차창을 통해 유노적이 건물 안으로 들어간 것을 지켜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솜씨는 괜찮은데 만일을 대비해 대기하고 있어, 만약 실패하면 우리가 나서야 해.”“형님 분부만 내리세요, 다들 명에 따라 움직이겠습니다.”“1팀과 2팀은 건물 앞과 뒤를 경계해, 4팀은 차를 지키고, 3팀은 나와 함께 아파트 안으로 들어갈 거야, 유노적이 실패하면 바로 돌진해.”“예!”전투팀은 돌이의 분부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돌이는 3팀 4명을 데리고 아파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한편 유노적은 마스터키로 열고, 가볍게 밀고 들어갔다.방문에는 유노적이 옆으로 지나갈 수 있는 틈이 보였다.유노적은 몸을 옆으로 하고, 방으로 들어간 후 방문을 살짝 닫았다.눈을 3초간 감은 뒤에야 유노적이 살며시 눈을 떠 방 안의 빛에 적응했다.방 안은 어두웠다. 커튼이 가려 달빛도 들어오지 않아 어두컴컴해 보였다.유노적은 손전등을 켜고 나서 복도를 비추더니 맨 안쪽 방문에 눈을 돌렸다.유노적이 살금살금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문득 발밑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발밑에 끈적끈적한 느낌이 전해지면서 유노적의 가슴에는 불길한 예감이 떠올랐다.고개를 숙이고 손전기로 발밑을 비추자 발밑에 투명한 점액층이 보였다.오른발을 살짝 들어 올렸는데 맡밑에 콜로이드로 같은 것이 붙어 있었고, 밟기만 하면 바닥에 달라붙었다.그러나 가만히 서 있으면 10~20분 후 바닥의 콜로이드와 신발 밑창이 완전히 달라붙을 것 같았다.“X발.”유노적은 낮은 욕설을 퍼붓고는 황급히 신발을 벗고 양말을 신은 채로 뒤로 물러났다.‘매복이 있어!’‘일반 집에 어떻게 이런 것이 있어
이강현의 불안정한 목소리는 어두운 밤에 매우 괴이하게 들렸다.유노적은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두 걸음 앞으로 걸어가서야 비로소 몸을 돌려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았다.유노적의 오랜 경험 덕분인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을 때 급하게 뒤를 돌아보다 보면 바로 이변이 일어나기 일쑤다.앞으로 두 발짝 나가 후방과 간격을 벌린 뒤 되돌아가는 게 옳은 선택이다.돌아선 유노적은 이강현을 바라보며 온 몸이 닭살 돋는 듯한 서늘한 기운이 들었다.‘방금 들어온 후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어.’‘그런데 지금 이 귀신 같은 자는 어떻게 내 뒤에 나타난 거지?’생각하면 할수록 두려운 유노적이 입술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너, 사람이 귀신이야?”“그쪽 생각은 어때?”이강현은 가벼운 한마디를 던지고는 마치 귀신같이 몸을 날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유노적 앞으로 달려들었다.유노적은 당황한 나머지 두 다리에 힘이 빠져 이강현 앞에 무릎을 꿇었다.과거에 유노적은 각종 기괴한 일을 많이 들었고, 심지어 직접 기괴한 사건을 접한 적도 있었다.유노적은 이렇게 정체불명인 것에 찌질함을 인정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했다.“신선 님, 살려주세요.”유노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기가 온다는 걸 미리 알고도 이렇게 자기를 놀리는 것을 보니 전설속의 신선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원래 유노적을 놀래키려는 의도였는데 신선으로 인정받은 데 대해 이강현도 약간 어이없어 하였다.“누가 보냈느냐? 옥룡벽 훔치려 온 거지?”이강현은 생각한 대사대로 말을 계속했다.유노적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네, 권무영이 저를 보내서 옥룡벽을 훔치라고 한 것이 맞는데, 신선 님께서 이미 알고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허허, 내가 진작에 알아내고, 오늘 밤 특별히 너에게 기회를 주러 왔어.”유노적은 놀란 얼굴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이강현이 귀신같이 제일 안쪽 방문을 향해 날아가고, 곧이어 이강현의 모습이 문앞에서 불쑥 사라졌다. 그러나 안방 문은
“네, 네,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일찌감치 겁에 질린 유노적은 자신의 생각에 현혹되어 이강현의 신분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이강현은 옛날 나무상자를 꺼내 유노적 앞에 내밀었다.“이것이 바로 권무영이 너에게 훔치라고 한 물건이야, 근데 내가 조금 손봤어, 어떻게 얘기할 지는 네 그 똑똑한 머리로 생각해봐.”“네, 네, 스토리는 제가 만들겠습니다. 신선 님, 그리고 이 물건에 관해서 절대 들키지 않게 할게요.” 유노적이 말하는 동안 계속 머리를 조아렸다. 이강현은 만족한 듯 말했다.“가셔도 됩니다, 밖에 누군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너무 오래 끌면 설명하기 어려울 거야.”“밖이요?”유노적은 약간 놀라 하였다. 그리고 곧 이강현이 말한 것은 바깥 차 안의 돌이 등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역시 신선 님이세요, 밖에서 누가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까지 아시네요, 권무영이 보낸 사람들이 바로 밖에 차에서 저를 감시하고 있어요.”“허허, 내 말은 누군가 복도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거야, 어서 나가라, 티 내지 말고.”이강현은 몸을 뒤로 젖히고 맨 안쪽 방문 앞에 이른 다음 갑자기 사라졌다.유노적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두 손으로 나무통을 들고 일어섰다.“밖에서 누가 기다린다고? 설마 돌이가 사람을 데리고 들어왔단 말인가?”유노적이 의심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얼굴 근육을 열심히 움직여 평소대로 표정을 바꾸었다.그리고 두 번 숨을 크게 들이킨 다음 신발을 힘껏 들어올렸다. 신발을 챙겨 신고서 유노적은 날렵한 발걸음으로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방문을 살짝 열고 나간 다음 유노적은 다시 뒷손으로 방문을 닫았다.그리고 시선이 닿은 곳에서 마침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누군가 정말 밖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어, 신선 님의 말이 맞아, 신선 님이 시킨 일 최선을 다해 처리해야 겠어.’유노적은 쏜살같이 복도로 걸어갔다. 그리고 복도에 있는 돌이 등을 보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어, 왜 여기 있어요?”“그쪽 도와주러 왔죠. 무슨 일
얼마 지나지 않아 유노적 일행은 곧 도착하고, 돌이는 유노적과 함께 권무영의 방으로 들어갔다.의자에 앉은 권무영은 돌이와 유노적이 돌아오자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어때요? 일은 잘 처리되었나요?”“덕분에 잘 마쳤습니다. 이강현의 집에 들어가서 바로 옥룡벽 훔치고 나왔어요, 한번 봐 보세요, 이것이 훔친 그 옥룡벽입니다.” 유노적은 손에 들고 있던 나무상자를 권무영에게 건네주며 말을 이었다.“여기 돌이도 많이 도와주었어요, 돌이 도움이 없다면 저도 이렇게 빨리 훔치지 못했을 겁니다.”권무영은 돌이를 힐끗 보았고, 돌이는 그 시선에 따라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소리 없이 소통하고 있었다. 권무영은 돌이에게 유노적의 말이 사실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돌이가 약간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유노적이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는 뜻이다.돌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마침내 마음을 놓은 권무영은 나무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권무영은 상자 속의 옥룡벽을 들어 자세히 본 다음 핸드폰을 꺼내 진효영이 전에 보내온 사진을 찾아내 비교했다.꼼꼼히 비교해 본 후 한 치의 오차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이번 당신 공이 크니까 보상 기대하셔도 됩니다.”“그럼 고맙게 받겠습니다. 근데 저만 주시면 안 되죠, 다른 사람분들도 수고했는데 저만 받는 건 좀 그렇네요.”“하하하, 배려 잘 하시네요, 걱정 마세요, 돌이를 포함한 기타 애들도 두툼하게 상 내릴 테니까. 일단 돌아가 쉬세요.”권무영은 말을 마치고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유노적과 돌이가 몸을 숙여 물러간 후 권무영은 옥룡벽을 상자에 넣은 뒤 나무 상자를 단단히 닫았다.“어쨌든, 내일은 황후에게 줄 물건이 있어 다행이야, 요 며칠 드디어 일다운 한 건 했어.”한 마디 중얼거린 뒤 권무영은 나무통을 살며시 만지며 이 옥룡벽이 전설의 열쇠임을 어떻게 증명해야 할지 궁리했다.그러나 한참을 생각했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한숨만 내쉬었다.“아직도 참아야 해, 내
진효영은 눈을 감고 입을 삐죽하며 이강현의 입술에 천천히 다가가 몰래 입을 맞추려 했다.그러나 최대한 머리를 숙이고 있는데 이강현의 입술에 여전히 닿지 못했다.이를 눈치챈 진효영은 눈을 번쩍 떴고, 눈앞은 텅 빈 채 이강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응?”진효영은 놀란 나머지 낮은 소리로 외치며,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머릿속에는 귀신 이야기 장면이 떠올랐다.“한밤중에 잠도 안 자고 뭐해, 몽유병이야?”이강현의 낮은 목소리가 진효영의 머리 뒤에서 울렸다.놀란 진효영은 두 손으로 입을 꽉 막고, 비명을 참았다.천천히 고개를 돌려 뒤에 서 있는 이강현을 바라보고, 진효영은 그대로 주저앉았다.“깜짝이야! 오빠 너무 해요!”진효영은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허허, 빨리 가서 자, 하루 종일 허튼 생각만 하지 말고.”이강현의 정색한 모습을 보고 진효영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왜 이렇게 얄밉게 굴어요, 남의 비위도 맞춰줄 줄 알아야죠, 공짜도 안 먹어요?” “공짜를 먹다가 배탈 날 수도 있어.”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진효영은 어이가 없는 듯 이강현을 째려보고는 화가 나서 끙끙거리며 방으로 돌아갔다.이강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소파에 다시 누웠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고운란도 이렇게 주동적이 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였다.고운란을 생각하니 이강현의 마음은 다시 뜨거워졌다.한참 후 어렴풋이 꿈나라에 들어간 이강현은 동이 틀 때까지 잠을 이루었다.기지개를 켜고 화장실로 간 이강현은 마침 씻고 있는 진효영과 마주쳤다.진효영은 코를 찡그리며 이강현을 노려보았다.“빨리 씻어, 뭘 째려봐.”이강현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물었다.“흥!”진효영은 끙끙거리며 이강현에게 자리를 내주었다.“나는 돼지갈비찜, 닭찜, 오리찜을 먹을 거예요.”진효영은 손가락을 꼽으며 오늘 이강현을 단단히 괴롭힐 작전이다.이를 닦던 이강현은 고개를 갸웃하고 의아한 표정으로 진효영을 바라보았다.“아침부터 주문 연습하는 거야?”입안에 치약 거품을 가득 머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