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우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의 마음속은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이 정도로 책임감이 없는 아버지도 고통이라는 것을 느낄까? 나와 동생을 걱정하기나 할까?’한줄기의 눈물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서현우의 눈동자가 눈물에 가려져 흐릿해졌다.그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줄곧 서태훈으로부터 병다리라는 욕을 듣고 살았다. 서태훈은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종일 바깥일에만 집중했다.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서태훈은 알코올 중독으로 세월을 보내며 집에 돌아오지 않는 날이 수없이 많았다.엄마를 잃은 두 남매는 아버지마저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환경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목숨을 연명했다.서현우는 그가 미웠다.얼마 후, 서태훈은 여자 한 명을 데려왔는데 여자에겐 그와 비슷한 나이의 아들이 있었다.그들이 바로 주지현과 주민식이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신지 반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아버지는 새장가를 갔다. 그것도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남자에게 의지하려고 하는 과부에게 말이다!서현우는 서태훈이 더더욱 미웠다.주민식은 틈만 나면 서나영을 괴롭혔다. 서현우가 나서서 혼내주면 그는 곧장 부모님에게 고자질을 했다. 그럴 때마다 서태훈은 자초지종도 모른 채 다짜고짜 서현우에게만 벌을 줬다. 무릎을 꿇고 잘못을 뉘우치라는 것이었다. 뉘우치지 않는다면 그날은 밥도 주지 않았다.하지만 서현우는 단 한 번도 굴복한 적이 없었다. 밤새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다고 해도, 배가 고파 정신까지 잃을 정도가 돼도 말이다.그때마다 서나영은 몰래 서현우에게 음식과 물을 가져다주었다. 서태훈은 서현우에게 단 한 번도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서현우는 자신이 왜 하필 서태훈의 아들로 태어났는지 분통하고 또 분통했다!그는 자애로운 아버지가 필요했다! 아버지가 대단한 서씨 가문의 가주가 아닌 일개 노동자, 농민, 심지어 거지라도 상관없었다. 아버지가 그의 생일을 기억하고, 생일날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아들, 아빠가 많이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만 해줄
“깨어나셨으면 이만 가세요.”돌연 서현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깜짝 놀란 서태훈이 눈을 뜨자 아무런 표정도 없는 경직된 아들의 모습이 들어왔다.그 눈빛은 낯선 이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서태훈이 입술을 떨며 말했다.“현... 현우야...”“가세요. 상처는 거의 회복됐어요. 이곳은 당신을 환영하지 않아요.”서태훈은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현우야, 내가 정말...”“듣고 싶지 않아요.”서현우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일 뿐이에요. 가세요. 이제 더이상 나영이가 당신의 짐이 되는 일은 없을 거예요.”그의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서태훈의 가슴에 박혔다. 하지만 그에게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서태훈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너희들에게 지은 죄가 많다. 이만 가마.”서태훈은 허리를 부여잡고 힘겹게 발걸음을 뗐다. 그 순간 서태훈의 얼굴엔 고독과 비통함으로 가득했다.서현우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지만 여전히 용서 할 수 없었다. 모든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니 말이다. 문밖에서 홍성이 음식을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서태훈을 마주친 그녀는 몸을 옆으로 기울이고는 고개를 숙이고 한마디도 하지 않고 지나갔다.그때 서태훈이 돌연 걸음을 멈추고 간절한 눈빛으로 홍성을 바라보았다.“아가씨.”홍성이 고개를 들어 서태훈을 쳐다보았다. 서태훈의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엔 간곡함이 담겨 있었다.그 모습에 홍성은 깜짝 놀랐다.“아... 아가씨가 우리 현우의 여자친구인가요?”서태훈이 물었다.홍성이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제가 어찌 감히...”서태훈이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말씀하세요.”“제발... 현우를 잘 보살펴주세요... 현우는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사랑도 못 받으며 자란 아이예요...”홍성은 마음속 어딘가에서 저릿함을 느꼈다.“부탁할게요...”서태훈이 떠났다.병원을 채 나서기도 전에
서현우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그는 더욱 지체하다가는 할머니는 목숨을 잃게 될 거라는 사실을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할머니의 옆엔 5, 6살 남짓한 여자아이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는데 아이가 입은 옷은 여기저기 꿰맨 자국이 있고 낡아 보였으나 아주 깔끔하고 청결했다. 아이는 새하얗고 백옥같은 피부를 갖고 있었는데 그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아이를 본 순간 서현우에게는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아이가 한 사람과 너무나도 닮아있었기 때문이었다.바로 서현우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많은 빚을 진 사람이자 가장 잊기 어려운 사람인 진아람이었다.“아저씨, 아줌마, 제발 부탁드릴게요. 할머니를 살려주세요... 제발이요... 엉엉엉...”서럽게 울고 있는 아이의 커다란 눈동자엔 간절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서현우는 잠시 고민하다가 아이에게로 향했다.거기엔 아이가 그 여자와 닮았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할머니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이유 또한 있었다. 그에게 살릴 능력이 있다면 시도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그는 남강의 총사령관으로서 천하를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었다. 이제 그 지위가 없다고 해도 사람 한 명의 목숨은 살려야 하지 않겠는가.“잠시 물러서 주세요.”서현우는 인파를 뚫고 할머니의 곁으로 다가가 앉아 그녀의 맥을 짚어보았다.서현우는 섬세하게 할머니를 살폈다. 병이 무엇인지 보아낼 수 있다고 해도 자만하지 않고 더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내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아저씨, 할머니를 살려주세요... 제발요...”아이는 급기야 일어나 서현우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아이야, 걱정하지 마. 할머니는 괜찮으실 거야.”서현우가 아이를 일으켰다.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는 이 여자아이에게 친밀감을 느꼈다.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저렸다.아마 진아람과 닮았기 때문이겠지.그때 구경하던 사람들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젊은이, 속임수에 당하지 말아요. 요즘은 좋은 일을 한 게 도리어 화가
할머니는 사회의 최하층에 머무르며 갖은 풍상고초를 겪었고 그 결과 사람들의 매정함에 습관이 되어있었다.수많은 멸시와 박대를 받았고 거기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까지 동반했다.할머니는 이미 오랫동안 누군가의 따뜻한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할머니, 우리 오늘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솔이도 크면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 거예요.”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솔이 착하네.”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바닥을 집고 천천히 일어나 아이에게 돈을 주며 길옆 편의점에 가 생수 한 병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할머니는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손수건을 꺼내 물에 적셔 조금 전 자신이 토해냈던 토설 물을 깨끗이 치운 뒤에야 아이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할머니 한 분을 살린 건 서현우에게 있어서는 그저 지나가는 작은 일에 불과했기에 크게 마음에 담지 않았다.서현우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병원에 돌아왔을 땐 간호사가 이미 서나영의 몸을 깨끗이 닦아준 뒤였다. 서나영의 얼굴엔 여전히 군데군데 멍든 자국이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많이 호전되었다.서현우가 늘 그랬던던 것처럼 침대 옆에 걸터앉아 서나영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던 그때, 돌연 핸드폰이 울렸다.이천용이었다.서현우가 전화를 받자 이천용이 먼저 입을 열었다.“총사령관님...”“난 이제 총사령관이 아니야.”서현우가 덤덤히 말했다.이천용은 잠시 침묵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항복한 적국과의 담판이 순조롭지 않아요. 낭연을 피운 일이 어떻게 그들의 귀에 들어갔는지 태도가 확연히 바뀌었어요.”서현우의 이마가 찌푸려졌고 눈빛은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알았어.”단 세 글자만 대답한 뒤 서현우는 전화를 끊었다. 이어 그는 단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뚜... 뚜...통화연결음이 몇 번이나 울려서야 전화가 통했다. 핸드폰 너머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총사령관님?”서현우가 입꼬리를 슥 올리며 말했다.“첼스, 난 이제 총사령관
“그 일은 이제 끝났어.”중앙에 자리 잡고 앉아있던 남자가 말했다.“용국은 서현우의 공로를 잊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라엔 지엄한 국법이 있어. 낭연을 피운 건 서현우가 자체적으로 남강 총사령관의 자리를 내려놓았다는 걸 의미해. 이제 더이상 거론할 필요 없어. 감찰사는 수고했어. 이제 돌아가서 쉬어.”이천용은 고통스럽게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를 떠났다.그 시각 남경에 있는 남경 무생군 십이장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서현우가 아니었다면 오늘날의 성과는 절대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평소 침착함을 잃지 않던 남강 책사도 울음을 터뜨렸다. 서현우가 없었다면 그는 이미 전장에서 가루가 되어 죽었을 것이다.남강은 조용히 가라앉았고 더는 환호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그 이유는 남강 군사들이 이번 전쟁으로 인해 비록 용국은 승리했지만 그들은 가장 존경하는 총사령관님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사자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공을 세운 군사들에게 훈장을 내리러 남강의 모든 장군들을 소집시켰다.홍성이 돌연 자리에서 한 발자국 나서며 입을 열었다.“상은 필요 없습니다. 총사령관님을 불러주십시오!”“상은 필요 없습니다. 총사령관님을 불러주십시오!”십이장이 일제히 일어나 소리쳤다.사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때 누군가 돌연 회의실 문을 열었다. 남강의 병사 몇 명이었다.그들은 퉁퉁 부은 얼굴로 씩씩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백 미터나 되는 천을 펼쳤다.그 위엔 군사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피로 적혀있었다.“보고드립니다! 남강 무생군 12단, 전략지휘부, 보급부, 척후군단... 도합 122만 3963명의 병사들이 피로 간청드립니다. 저희들은 상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총사령관님께서 남강에 돌아오게 해주십시오!”사자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창밖을 내다보니 군사들의 기대감과 비통함이 가득 담긴 두 눈이 그를 향해 반짝이고 있었다.그들은 모두 가무잡잡한 남강의 사내들이다. 그들은 무식하거나 또는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객기
“제가... 더 도와줄 건 없을까요?”이천용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서현우는 용국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쳤다. 적국을 때려잡아 항복시키는 것으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지켰다.이러한 호국 공신은 그에 걸맞은 상을 받지 못했을뿐더러 자리에서까지 물러나게 되었다.“네가 날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건 바로...”서현우가 덤덤히 말했다.“지금 이 순간부터 나와 연락을 끊는 거야. 아니면 네 금용 감찰사의 위치도 위험해 질 거야. 그건 날 절벽 끝으로 미는 것이나 다름없어. 나 서현우는 이미 용국에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했어. 남은 여생은 중연시에서 평안하게 머물 수 있게 해줘. 내 가족의 곁을 지키면서 말이야. 이건 내 여동생과의 약속이기도 해.”그 말을 한순간 서현우의 머릿속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침대 커버를 가슴에 껴안고 자신을 쳐다보던 그 아이 말이다.서현우의 가슴이 저릿해 왔다.“몸조심해요.”무거운 몇 글자를 내뱉은 후 이천용은 전화를 끊었다. 서현우의 말이 정확하다는 걸 그는 똑똑히 알 수 있었기에 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병실 안, 서현우는 전화를 끊은 후 십몇 초짜리 영상을 다시 한번 재생시켰다.남강 군사들이 천지가 떠나갈 듯 목놓아 군가를 부르고 있었다.치열했던 6년 총사령관으로서의 시간이 이 순간 종지부를 찍었다.서현우는 선봉에 서서 누비던 피와 불이 어우러져 기승을 부리던 전장이, 결연한 의지로 목숨을 걸고 싸우던 군사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안녕, 전우여. 안녕, 남강이여.서나영은 여전히 기약 없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병실은 침 하나 떨어지면 그 소리도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서현우는 과거의 기억 속에 빠져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 뒤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돌연 들려온 초인종 소리가 그를 현실로 복귀시켰다.간호사가 서나영의 약병을 바꿔주러 온 것이었다.서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에서 나설 때 텅 비어있는 옆방 병실에 시선을 돌렸다. 얼마
구양이 알아낸 정보를 모두 읊어낸 뒤에야 서현우는 손의 힘을 풀었다. 의자에 달려있던 철제 손잡이는 이미 변형되어 찌그러졌고 명확한 손자국이 남아있었다.“어르신, 주지현 이 여자 정말 지독합니다! 명령 한 마디만 내려주시면 당장 그 모자의 목을 잘라 바치겠습니다!"“아니야. 내가 직접 할 거야.”서현우의 목소리는 얼음장같이 차가웠다.주지현!이 여자가 바로 서씨 집안을 불구덩이에 집어넣은 진정한 범인이다!이천용은 그쪽으로 조사하지 않았나? 아니면 조사해냈음에도 감히 말하지 않은 건가?그의 몸속에서 살기가 미친 듯이 피어올랐다.복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그 순간 뼈를 파고드는 차가운 한기에 저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심지어 누군가는 충격에 바닥으로 넘어져 비명을 지르기까지 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서현우가 살기를 거두어들였다.그는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마음속에서 불타오르는 분노는 온 세상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대체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극악무도할 수 있단 말인가!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불사하는 사림이다!구양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어르신! 제가 사람을 보낼 테니 쓰세요. 천책 연맹의 사람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고요.”서현우는 본래 필요 없다고 하려 했으나 다시 고민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들에게 직접 날 찾아오라고 해.”“네.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어르신의 신분을 알려주지 않을게요.”구양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서현우는 이제 남강의 총사령관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적국 9대 군신을 죽인 무시무시한 전투력과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의술을 갖고 있다. 때문에 여전히 천책 연맹이 모든 대가를 지급해서라도 도움을 줄 만한 사람이기에 충분했다.많은 사람들은 서현우와 연을 맺거나 그의 도움을 얻고 싶어 하지만 그 연결 방식조차 찾기 힘들어한다!구양은 서현우와 연락할 수 있고, 서현우를 도울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건 천책 연맹에겐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했다.주지현을 떠올리자 만족
서태훈은 마음속의 고통을 철저히 숨겼다.그는 이미 모든 굴욕을 습관처럼 받아들였다."용 보스, 몇 년 전에 내게서 빌린 돈을 돌려줄 수 있나요?"서태훈의 눈에는 애원하는 빛이 보였다.예전의 용귀는 서 씨 가문 밑에서 일했고 서태훈은 그를 소홀히 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태훈은 흔쾌히 그에게 돈 까지 빌려주었다.심지어 빌려준 돈은 모두 합산하면 거의 몇 억에 달했다.그러나 농부와 뱀의 이야기에서 처럼.서태훈이 쫓겨나자 용귀의 태도는 금시 바뀌었고 예전에 서태훈 앞에서 비천한 만큼 날뛰었다.만약 이전의 서 씨 가문이라면 1억은 그다지 큰 돈이 아니었고, 서태훈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복수를 원하고, 주지현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며, 다시 재기해야 한다. 한 푼이라도 소중히 여겨여 할 마당에, 하물며 몇 억이라는 거금을?그래서 서태훈이 여기로 온 거였다.분명히 모욕을 당할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반드시 와야 했다."오오, 맞아요, 생각났어요!"용귀는 문득 깨달았다."맞아요, 내가 몇 년 전에 서 씨네 집에서 돈을 좀 빌렸는데, 얼마나 되죠?""1억 정도. 이자는 필요 없구요. 원금만 갚아주시면 되어요." 서태훈은 말했다."1억? 이렇게 적은 돈이었어요?"용귀가 눈살을 찌푸리며 "아니에요! 내가 10억 넘게 빌린 걸로 알고 있는데 잘못 기억하신 거죠? 에이, 서가주님, 왜 그러세요?"라고 말했다.용귀는 얼굴에 불만의 기색을 띄고, 말을 이었다."서가주님, 10억은 당신에게 아주 적은 돈이죠. 당신 손가락 틈새에서 새어나온 것도 이 정도보다 많아요. 천하의 서가주님께서 왜 이러십니까? 10억이 뭔데요? 그렇죠?"서태훈은 이를 악물며."용 보스, 1억만 빌렸으니 1억만 갚으시면 돼요."라고 답했다."차용증은요?" 용귀가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그 말을 듣고 서태훈은 고개를 숙였다.차용증?당시의 서가주는 그것이 필요했을까?1억, 확실히 손가락 틈새에서 새어나온 적은 돈이다. 그 당시의 서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