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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할머니는 사회의 최하층에 머무르며 갖은 풍상고초를 겪었고 그 결과 사람들의 매정함에 습관이 되어있었다.

수많은 멸시와 박대를 받았고 거기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까지 동반했다.

할머니는 이미 오랫동안 누군가의 따뜻한 도움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할머니, 우리 오늘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났어요. 솔이도 크면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살 거예요.”

아이는 눈물을 훔치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솔이 착하네.”

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바닥을 집고 천천히 일어나 아이에게 돈을 주며 길옆 편의점에 가 생수 한 병 사 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다.

할머니는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손수건을 꺼내 물에 적셔 조금 전 자신이 토해냈던 토설 물을 깨끗이 치운 뒤에야 아이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

할머니 한 분을 살린 건 서현우에게 있어서는 그저 지나가는 작은 일에 불과했기에 크게 마음에 담지 않았다.

서현우가 점심 식사를 마치고 병원에 돌아왔을 땐 간호사가 이미 서나영의 몸을 깨끗이 닦아준 뒤였다.

서나영의 얼굴엔 여전히 군데군데 멍든 자국이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많이 호전되었다.

서현우가 늘 그랬던던 것처럼 침대 옆에 걸터앉아 서나영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던 그때, 돌연 핸드폰이 울렸다.

이천용이었다.

서현우가 전화를 받자 이천용이 먼저 입을 열었다.

“총사령관님...”

“난 이제 총사령관이 아니야.”

서현우가 덤덤히 말했다.

이천용은 잠시 침묵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항복한 적국과의 담판이 순조롭지 않아요. 낭연을 피운 일이 어떻게 그들의 귀에 들어갔는지 태도가 확연히 바뀌었어요.”

서현우의 이마가 찌푸려졌고 눈빛은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알았어.”

단 세 글자만 대답한 뒤 서현우는 전화를 끊었다. 이어 그는 단 한 번도 걸어본 적 없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뚜... 뚜...

통화연결음이 몇 번이나 울려서야 전화가 통했다. 핸드폰 너머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사령관님?”

서현우가 입꼬리를 슥 올리며 말했다.

“첼스, 난 이제 총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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