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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제가... 더 도와줄 건 없을까요?”

이천용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서현우는 용국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쳤다. 적국을 때려잡아 항복시키는 것으로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지켰다.

이러한 호국 공신은 그에 걸맞은 상을 받지 못했을뿐더러 자리에서까지 물러나게 되었다.

“네가 날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건 바로...”

서현우가 덤덤히 말했다.

“지금 이 순간부터 나와 연락을 끊는 거야. 아니면 네 금용 감찰사의 위치도 위험해 질 거야. 그건 날 절벽 끝으로 미는 것이나 다름없어. 나 서현우는 이미 용국에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했어. 남은 여생은 중연시에서 평안하게 머물 수 있게 해줘. 내 가족의 곁을 지키면서 말이야. 이건 내 여동생과의 약속이기도 해.”

그 말을 한순간 서현우의 머릿속에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침대 커버를 가슴에 껴안고 자신을 쳐다보던 그 아이 말이다.

서현우의 가슴이 저릿해 왔다.

“몸조심해요.”

무거운 몇 글자를 내뱉은 후 이천용은 전화를 끊었다. 서현우의 말이 정확하다는 걸 그는 똑똑히 알 수 있었기에 그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병실 안, 서현우는 전화를 끊은 후 십몇 초짜리 영상을 다시 한번 재생시켰다.

남강 군사들이 천지가 떠나갈 듯 목놓아 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치열했던 6년 총사령관으로서의 시간이 이 순간 종지부를 찍었다.

서현우는 선봉에 서서 누비던 피와 불이 어우러져 기승을 부리던 전장이, 결연한 의지로 목숨을 걸고 싸우던 군사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안녕, 전우여.

안녕, 남강이여.

서나영은 여전히 기약 없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병실은 침 하나 떨어지면 그 소리도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서현우는 과거의 기억 속에 빠져 입꼬리를 살짝 올린 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 뒤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돌연 들려온 초인종 소리가 그를 현실로 복귀시켰다.

간호사가 서나영의 약병을 바꿔주러 온 것이었다.

서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에서 나설 때 텅 비어있는 옆방 병실에 시선을 돌렸다.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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