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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폭우가 미친 듯이 대지를 휩쓸고 있었다.마치 모든 어둠을 깨끗이 씻어내려는 것 마냥.

하지만 어두운 건 세상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고막을 진동하는 빗소리 속에서 사람들의 신경은 모두 서현우의 손에 집중되었다.

서현우의 침술을 보는 것은 일종의 즐거움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 자연스럽고 거침없는 손길은 서현우가 자신의 의술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과 극도의 공제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그것이 그가 사신의 손에서 목숨을 빼앗아 올수 있는 배짱이기도 하다.

서현우의 침이 한참 노부인의 몸에서 오간 후 노부인은 차차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침을 회수한 후 서현우는 노부인을 들어 안았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솔이에게 물었다.

"솔이야.집이 어디야?"

"저기요."

솔이는 부서진 나무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서현우는 노부인을 안고 그들의 집으로 향했다.집에 들어가기도 전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방안은 어두컴컴했다.전등은 있지만 누군가가 고의적으로 전원을 끊어버린 게 분명했다.

천장엔 몇 군데가 구멍이 났고 빗물이 그 구멍들을 타고 바닥에 놓인 대야에 떨어지고 있었다.

서현우는 노부인을 구석진 침대에 눕히고 나서 집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집은 아주 허름했다.

집안엔 침대 하나와 커버에 패치투성이지만 두부처럼 가지런하게 개여져 있는 이불 한 채.

낡아 빠진 옷장 하나와 나무 탁자 하나.나무 의자 두 개가 전부였다.

부서진 나무문 옆에는 벽돌로 쌓은 흙아궁이이고 다른 한쪽에는 깨진 타일에 나무토막으로 만든 탁자가 있었다.그 위에는 깨끗한 그릇과 젓가락.그리고 아직 다 먹지 못한 남은 음식들이 있었다.

다른 한 구석에는 물병.깡통.고철 등이 많이 쌓여 있었다.

그 외엔 아무런 가구도 없었다.전기 제품은 말할 것도 없었고.

이것이 바로 최하층에서 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가장 진실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서현우가 가장 신경 쓰였던 건 문을 마주하고 있는 벽에 걸려 있는 흑백 액자 두 개였다.

왼쪽 액자속에는 주름이 가득한 백발 노인이 남강군만이 입을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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