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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방안엔 촛불이 켜져 있었다.

끝까지 버티고 이사를 가려 하지 않는 자들은 물과 전기를 쓸 자격이 없다.그래서 최윤정은 흙아궁이로 나뭇조각들을 태워 저녁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색이 빠져 누렇게 된 탁자 위에는 반찬 네 종과 국 한 그릇이 놓여져 있었다.고기는 없지만 색깔과 향기가 모두 갖추어져 있어 충분히 침을 꼴깍하게 만들었다.

제한된 조건으로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다니.최윤정의 요리 솜씨는 보통이 아니었다.

잠자고 있던 솔이가 코를 찡긋거리며 일어났다.향기로운 반찬 냄새에 깬 듯했다.

서현우는 솔이를 안아서 식탁 앞에 앉혔다.최윤정이 깨끗한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솔이는 젓가락을 받지 않고 먼저 서태훈을 향해 인사를 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저는 솔이라고 해요."

마음이 아플 정도로 철이 들었다.

"솔이 참 착하네."

서태훈은 솔이를 보자마자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그를 바라보노라니 상처가 가져다주는 아픔도 많이 줄어드는 듯했다.

서현우가 입을 열었다.

"솔이야.밥 먹어."

"할머니는?"

"할머니는 아직 안정이 필요하셔.하지만 아저씨가 약속할게.내일 아침이면 할머니께서 깨여나실 거야."

솔이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피곤함이 고스란히 묻은 그림자 하나가 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그러다 집안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재빨리 달려갔다.

"솔이야!"

여자의 목소리는 매우 듣기 좋았다.목소리의 주인이 얼마나 예쁠지 안 봐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 빛이 여인의 얼굴에 비추는 순간 솔이를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다 멍해졌다.

여자는 하나도 이쁘지 않았다.심지어 험상궂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러 개의 흉터가 나있었다.

"엄마."

솔이는 그릇과 젓가락을 내려놓고 여인을 향해 달려갔다.

여인은 솔이를 품에 안고 고개를 들고 경계하는 듯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눈빛이 서현우를 향한 순간 온 몸이 떨렸다.

그 순간.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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