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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61화

명원제는 결국 장문전에서 나갔다. 오래되고 중후해진 정문이 닫히면 나는 끼익하는 소리가 황귀비와 매사에 서로 돕고 지내던 동병상련의 추억들을 밖으로 내모는 듯했다.

명원제가 목여태감에게 말했다. “짐은 황귀비를 잃었어.” 적적한 그의 목소리는 체념으로 가득찼다.

“폐하 곁에는 아직 호비 마마께서 계시고, 후궁의 많은 마마님들께서 계십니다.” 목여태감은 위로하는 척하면서 은근히 비꼬았다.

“달라!” 명원제는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파쇄석이 깔린 길을 걸었다. 발걸음이 붕 뜬 게 기분이 가라앉으며 마음이 은은하게 아렸다.

목여태감이 명원제의 걸음에 맞춰 밖으로 걸었다. 당연히 다르고말고. 온 후궁에서 유일하게 황귀비가 가장 이해심이 풍부한 성품으로 다른 사람을 잘 헤아려줬지만 알고보면 상당히 원칙적이었다.

황귀비는 자신을 장문전 안에 가둔 채 명원제의 숙고를 다시 한번 거치게 한 뒤 후궁의 권한을 손왕의 어머니인 정비 마마에게 주고 경귀비로 책봉하도록 했다.

경귀비는 궁 안에만 틀어박혀 좀처럼 밖에 나오지 않았고, 후궁 일에도 거의 참여하지 않았으니 갑자기 후궁의 권한이 자신에게 떨어져도 별로 기뻐하지 않았다. 경귀비 위로도 주 황후와 적귀비, 그리고 총애를 받는 호비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성지가 내린 이상 경귀비는 그저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장문전에 가서 황귀비에게 인수인계를 받은 경귀비는 깊은 한숨을 토하며 처량하게 말했다. “반평생, 폐하의 은총을 구한 적 없이 지냈는데 권세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고 황공하기 그지없네요. 행여나 시비에 휘말려 두 아들에게 해가 될까 두렵습니다.”

황귀비가 말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분수껏 하면 됩니다. 혹여나 문제가 있으면 절 찾아오셔도 되고 아니면 태자비를 찾아가셔도 돼요. 태자비는 후궁의 일을 간여할 수는 없지만 의견을 제시해 줄 수는 있을 겁니다.”

경귀비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럴 수 밖에요. 동생도 몸 조심해요. 그런 시끄러운 일로 몸 상하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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