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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9화

한현진의 마음이 조금씩 찢겼다.

‘몽롱이라...’

‘상처가 얼마나 심각했어야 매일 같이 진통제를 정신이 몽롱해질 정도로 썼을까?’

한현진은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늘 생각했다. 만약 그때 강한서를 꼭 잡았었더라면 나중의 모든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그러면 강한서가 제일 힘든 순간에 그를 외롭게 혼자 놔두지도 않았을 텐데...

우울한 한현진의 기분을 눈치챈 강한서는 어쩐지 자기 마음도 침울해지는 것 같았다.

강한서는 한현진을 쳐다보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한현진과 같은 발걸음을 유지하며 그녀의 곁을 지켰다.

가로등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강한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한현진 씨와 그 사람... 은 예전에도 이렇게 자주 산책했어요?”

그의 말에 잠시 멍해졌던 한현진은 강한서가 말하는 그 사람이 바로 예전의 그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혹은 그녀와 결혼했었던 그를 말하는 걸지도 몰랐다.

왜냐면 전에 한현진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최소한 날 사랑했던 강한서가 무사한지는 알아야겠어요.”

한현진이 시선을 내리며 대답했다.

“아뇨. 저희는 같이 산책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산책하더라도 제 손을 잡은 적이 없었죠.”

그건 강한서에게는 꽤 의외의 대답이었다. 그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한현진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은 속이 좁고 삐딱한 성격이라 절 좋아하면서도 늘 자존심 때문에 표현하기를 꺼렸어요. 선물을 줄 때도 분명 자기가 고심해서 고른 거면서도 늘 클라이언트가 준 거라고 했었고 제가 해 준 음식을 좋아했으면서도 맛이 별로라고 했죠. 항상 마음과 다른 말을 해서 늘 저를 화나게 했어요.”

“전 이제껏 나이 30 먹은 남자가 그렇게까지 유치하고 삐딱한 방법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처음 봤어요. 그때 전 산책할 때마다 생각했었어요. 다른 부부는 손을 잡거나 어깨를 껴안고 걷는데 왜 우리만 늘 앞뒤로 걸어야 하나, 하고요.”

“나중에야 알았죠. 저와 손을 잡기 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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