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행동과 하는 말을 강하영은 전부 알고 있었지만 눈을 뜰 힘이 없는 데다 너무 긴장한 탓에 많이 지쳐있었을 뿐이다.이제 안전하다고 느낀 그녀는 그제야 시름을 놓고 잠에 빠져들었다.……이틀 뒤.강하영은 정신이 들자 곁에는 정유준이 바로 곁에 누워 있어 눈을 뜨자마자 그의 잘생긴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그는 오랫동안 잠을 못 잔 사람처럼 눈빛이 검푸른 색을 띠었고, 심지어 잠을 잘 때도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나 때문에 이렇게 변한 거야?’강하영은 가슴이 따뜻해지는 기분은 느끼며 고개를 돌려 옆에 걸려 있는 수액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침대맡에 놓인 달걀죽 한 그릇을 발견하고는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켰다. 당장 먹고 싶었지만 차마 정유준을 깨울 수 없었다.“깼어?”남자의 쉰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강하영은 자신의 사소한 행동에 그가 깨어날 줄은 몰랐는지 멈칫하고 말았다.강하영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정유준은 몸을 반쯤 일으켜 그녀를 살피기 시작했고, 익숙한 체취가 다가오자 강하영은 저도 모르게 그를 쳐다봤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그녀는 정유준의 찌푸린 미간이 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강하영이 어색한 듯 시선을 돌리고 입술을 달싹이자 잠긴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배고파.”“그래.”정유준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침대맡에 놓인 죽을 들고 한 손으로는 강하영을 일으켜 침대 머리에 기대게 했다.그리고 죽을 한 숟가락 떠서 그녀의 입가에 가져가자, 그녀도 거절하지 않고 한 입 한 입 먹기 시작했다.죽 한 그릇을 비우고 나니 약간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강하영은 정유준의 헝클어진 머리를 보더니 물었다.“잠을 얼마나 못 잔 거야?”“얼마 안 됐어.”정유준이 그릇을 내려놓으며 대답하자 강하영은 눈을 내리깔았다.“또 한 번 나를 구해줘서 고마워.”“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까 행동으로 표현해 봐.”남자의 침착한 표정에 강하영의 심장이 저도 모르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정유준 씨, 우리 얘기 좀 해.”정유준은
강하영은 복잡한 마음을 말로 이루 표현할 수 없었다.그때 당시 확실히 정유준의 긴장한 듯한 외침을 들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임씨 아주머니가 얘기해 주셨는데, 대표님이 3일 동안 밥도 거의 드시지 않았다고 하더라고.”“아주머니와 꽤 많은 얘기를 나눴나 봐?”강하영의 말에 우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집으로 돌아온 날, 내가 아래층에서 하룻밤 묵었잖아. 그때 아주머니께서 많이 돌봐주셨어. 그래서 내가 슬쩍 얘기를 꺼내본 거지. 더 중요한 건 대표님이 너를 위해 양다인을 협박했다는 거야!”강하영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우인나가 아주머니한테서 들은 얘기를 강하영에게 전하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유준 씨가 양다인한테 아이를 지우라고 했단 말이야?”우인나는 입을 삐죽거렸다.“아주머니가 그렇게 얘기해줬어. 나는 대표님이 차라리 그 아이를 확 지워버렸으면 좋겠어! 그렇게 되면 네 뱃속의 세쌍둥이가…….”우인나가 말을 하다말고 바로 입을 다물자 강하영이 입술을 깨물었다.“인나야, 나 갇혀 있는 동안 생각해 봤어.”“뭔데?”“내 아이들이 아버지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어.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발견됐지만,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떨까? 나는 아이들의 목숨을 가지고 위험한 도박을 할 수 없어. 나는 그 책임을 질 수 없거든.”“그래서 정유준 곁으로 돌아가고 싶어?”“아니, 사실을 고백하려고. 예전에도 그랬듯 나는 정부도, 상간녀도 되고 싶지 않아. 그저 단순히 임신 사실과 내 생각들을 정유준 씨에게 얘기할 생각이야. 나머지 일은 그가 알아서 할 결정이고.”“대표님이 아이를 지우라고 하면 어쩔 거야?”“도박하는 심정으로 이번에 물어보려고.”강하영은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혔고, 한참 침묵을 지키고 있던 우인나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나는 네 편이야!”……30분 후.정유준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소씨 집안 별장에 나타났다.그는 차 문을 열고 온몸에 싸늘한 기운을 내뿜으며 별장 입구로 걸어갔고, 소씨
“나는 절대 정부 따위한테 사과할 생각은 없다!”소 노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정유준이 이런 식으로 자기를 찾아와 막말하는 것을 보고 미쳤다고 생각했다.정유준은 천천히 일어서더니 싸늘한 표정으로 실눈을 뜨고 소 노인을 응시했다.“그렇다면 저도 옛정을 생각하지 않겠습니다.”“정유준! 네놈이 이 김제에서 네멋대로 날뛸 수 있다고 생각해?”소 노인의 분노에 찬 고함에도 정유준은 느긋한 말투로 대답했다.“아직 상황 파악을 잘 못하시는 것을 보니 어르신께서도 이젠 나이가 드셨나 봅니다. 만약 소씨 집안에 소예준이 없었다면 이 집안은 아무것도 아닙니다.”말을 마친 남자는 몸을 돌려 떠났고, 소 노인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어 부들부들 떨며 그의 뒷모습을 주시했다.한참 그러고 있다가 비로소 정신을 차린 소 노인은 휴대폰을 꺼내 정 노인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사흘 동안 소씨 그룹은 연달아 MK 그룹의 공격을 받았다.주가 폭락은 말할 것도 없고, 중요한 계약 두 건마저 MK에 빼앗겼다.뻔히 알면서도 손을 쓸 생각이 없어 보이는 손예준을 보고 소 노인은 화병에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정 노인이 이 사실을 알고 여러 차례 정유준을 찾았지만, 매번 전화를 끊어버리고 만나주지도 않았다.빠르게 이 일은 강하영 귀에도 들어가게 됐고, 정유준의 행동에 강하영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소씨 집안은 비록 김제에서 뿌리가 깊었지만, 이번 여러차례의 타격에 소씨 집안도 경제적으로 많은 손실을 입었다.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소예준이 이를 알고도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인터넷에는 많은 찌라시가 돌고 있었고, 외부에서는 소씨 집안과 정씨 집안이 철저하게 사이가 틀어졌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지금 다들 흥분해서 소씨 집안이 과연 어떻게 이 국면을 만회할 것인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또 MK 그룹의 다음 행보가 어떨지 궁금해하고 있었다.심지어 어떤 네티즌은 정씨 집안과 소씨 집안의 약혼까지 들추어내기도 했다.더 많은 사람은 정유준이 정
문자를 확인한 양다인은 몸이 굳어졌다. 성형을 한 지 한 달밖에 안 되었는데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다.만약 자기가 지금 소씨 집안에 있다는 사실을 임해진이 알게 되면, 자신을 협박할 게 분명했다.그때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은 소예준이 지금 그녀를 눈엣가시로 여긴다는 사실이다.그런데 만약 임해진과 몰래 만나게 되면 조만간 들통날 게 틀림없다.양다인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머릿속에 좋은 수가 떠올랐다.바로 강하영과 임해진, 두 사람을 한꺼번에 처리할 좋은 방법이었다.“해진 씨, 돌아온 거 축하해. 마침 해줄 얘기도 있었는데.”“만나서 얘기하자, 정말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조급해하지 마, 나 지금 소씨 집에 있거든.”임해진이 깜짝 놀란 이모티콘을 보내왔다.“김제에서 3대 집안 중 하나인 소씨 집안 말하는 거야?”“맞아, 그러니까 우리가 만나는 것도 조심해야 해. 모레 내가 장소를 보내주면 그쪽으로 와.”“그래, 소식 기다릴게.”휴대폰을 내려놓은 양다인의 눈에는 음산한 빛이 감돌았다.‘이번에는 아무도 나한테 협박할 생각하지 마! 정유준과 소씨 집안도 다 내가 차지할 테니까!’저녁 7시 30분, 병원정 노인이 소 노인의 병문안을 갔다.병실에 도착하자 소 노인은 어두운 표정으로 그를 맞이했다.“이보게 정씨, 자네 정말 훌륭한 아들을 뒀더군! 당시 자네 정씨 집안이 금방 김제에 왔을 때 누가 자네 집안을 도와줬는지 잊지 마!”체면을 중요시하던 정 노인은 소 노인의 질책에 안색이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다.“이 일은 우리 두 집안의 문제가 아니라네!”정 노인이 싸늘한 말투로 대답했다.“우리 소씨 집안과 상관이 없다고? 그럼 어디 말해보게, 우리 소씨 집안의 손실은 대체 어떻게 책임질 건가?”“이 일의 발단은 바로 그 정부 때문이야!”소 노인의 고함에 정 노인도 질 수 없다는 듯 맞받아쳤다.“그래서 자네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생각인가?”소 노인의 물음에 정 노인은
그녀가 직접 선물을 들고 문에 들어섰고, 집사의 안내하에 정 노인을 만나게 됐다.양다인은 얼굴에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듣기 좋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저씨, 안녕하세요. 오늘 아저씨 초대를 받고 이렇게 찾아 뵙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허리를 살짝 굽혔다.정 노인은 그런 양다인을 훑어보며 웃음기 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앉아.”양다인은 선물을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건네고 소파에 앉았다.“오늘 너를 부른 것은 네가 강하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어서 불렀다.”그 말에 양다인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이런 때 정유준의 약혼녀로서 넓은 도량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아저씨, 강하영 씨도 3년 동안 유준 씨를 따라다니면서 공도 많이 세웠고, 고생도 많았다고 생각해요.”“강하영이 지금 유준이 곁에 붙어있는데 너는 아무렇지도 않더냐?”“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그건 단지 유준 씨 일이니 알아서 잘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요.”정 노인이 양다인을 떠보는 식으로 묻자, 양다인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마음이 참 넓은 아이로구나, 네 자리를 빼앗길까 봐 두렵지도 않아?”“만약 빼앗기게 되면 그건 다 제가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해요.”양다인은 이해심 많은 역할을 제대로 구현했지만, 그녀의 대답에 정 노인의 눈가엔 경멸의 빛이 스쳤다.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여자는 역시 자기 며느리가 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그 정부와 비교할 수 없었다.정 노인은 미소를 거두고 양다인을 자극하기 시작했다.“보아하니 너는 우리 집안에 들어올 생각이 없어 보이는구나.”그 말에 양다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고 부인하기 시작했다.“그런 뜻이 아닙니다, 유준 씨를 사랑하기 때문에 난처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그놈이 난처한 건, 네가 그놈한테 굽실거리며 많은 여지를 줬기 때문이다. 제거할 사람은 진작에 제거하고 네가 내조를 잘했더라면 이런 문제가 생겼을 것 같아?”정 노인의 꾸짖음에 양다인은 조금 놀라고 말았다.“아저씨, 아저씨 뜻은…….
남자의 목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란 강하영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유준 씨가 언제 곁에 누운 거야? 전혀 몰랐는데.’강하영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고 눈을 내리깔았다.“악몽을 꿨어.”그 말에 정유준이 일어나 앉더니 그녀를 위로하기 시작했다.“꿈은 반대니까 너무 신경 쓰지 않아도 돼.”강하영은 입술을 오므리며 말을 돌렸다.“언제 들어왔어?”“새벽 3시쯤에, 너무 늦은 시간이라 깨우지 않았어.”정유준은 이불을 들추고 침대에서 내려왔다.다소 피곤해 보이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강하영이 물었다.“소씨 집안과는…….”“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니까 몸조리에나 신경 써.”정유준은 입고 있던 가운을 정리하고 드레스룸으로 향했다.강하영은 입술을 깨물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정유준 씨, 예전에 양다인한테 한 얘기 진심이야?”정유준은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어떤 얘기?”“정부한테 당신 아이를 갖게 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말이야.”강하영이 시선을 맞추며 얘기하지 정유준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얘기가 하고 싶어?”강하영은 긴장한 표정으로 이불을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만약 내가 당신 아이를 가졌다면 어떻게 할 거야?”정유준이 입술을 달싹이며 입을 열려고 할 때 휴대폰이 울렸다.눈살을 찌푸리고 침대 머리맡에 있는 휴대폰에 시선을 옮긴 순간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갑자기 정유준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보고 의아함을 느낀 강하영이 시선을 휴대폰으로 돌려 확인하려던 순간, 정유준이 휴대폰을 가져갔다.전화기 너머의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지만, 정유준의 표정이 바로 진지하게 변하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도 대답했다.“그래, 지금 갈게.”강하영이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남자는 곧장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은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났다.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하영의 마음이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아쉽다는 듯 고개를 숙여 배를 어루만졌다.“이번에도 말을 제대로
강하영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양다인이 또 무슨 짓을 꾸미는 거지?’양다인이 일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가 궁금한 건 왜 굳이 자기한테 알려주려 하는지 의심이 갔다.서암동의 파롤로 카페는 번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양다인이 아무리 간이 부었다고 해도 많은 사람 앞에서 손을 쓰진 못할 것이다.저녁.강하영이 일을 처리하고 나니 저녁 11시 30이 되었다.한참 기다렸지만 정유준은 돌아오지 않자, 임씨 아주머니가 묵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문틈으로 불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이자 강하영은 문을 두드렸다.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강하영을 발견하고는 얼른 방으로 맞이했다.“왜 아직도 안 잤어요?”아주머니는 강하영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니, 강하영이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저 내일 잠깐 다녀올 곳이 있어요.”그녀의 말에 아주머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밖으로 나간다고요? 두 집안이 두렵지 않으세요?”“두려워요. 정유준 씨가 돌아오면 얘기해주려 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니 오늘은 집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네요.”“오늘 사장님이 나가실 때 보니까 표정이 많이 안 좋아 보였어요.”아주머니가 한숨을 내쉬며 얘기했다.강하영은 정유준이 어디로 갔는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유독 그녀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내일 양다인이 그녀에게 해줄 얘기였다.아주머니한테 인사를 하고 강하영은 자기 방으로 돌아가 녹음 펜을 찾아 충전하고 나서야 씻고 누웠다.다음날.알람 소리에 잠이 깬 강하영이 세수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다가왔다.“하영 씨, 사장님이 확실히 어젯밤에 집에 들어오지 않으셨어요.”강하영이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 제가 늦게 연락해 볼게요.”아주머니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강하영도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집을 나선 뒤 콜택시를 불러 카페로 향했다.2층으로 올라가자 양다인 혼자 창가에 앉아 여유롭게 물을 마시고 있는 것을 발
‘정 어르신이라고?’귓가에 들리던 양다인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졌고,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강하영은 자신의 셋방 침실에 있었다.공기 중에 짙게 풍기는 피비린내에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바로 몸을 일으켰다.침대에서 내려오려는데 손에 딱딱한 것이 느껴져 고개를 숙이니 피에 물든 비수가 손에 쥐어져 있었다.강하영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바로 비수를 내던졌고, 이와 동시에 자신의 몸에 대량의 혈흔이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그녀는 온몸을 떨며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을 향해 천천히 발길을 옮겼다.그러자 바닥에 두 눈을 부릅뜬 채 피투성이가 된 남자를 발견하고는 순간 다리가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갑자기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이어 총을 든 형사들이 방안으로 뛰어들었고, 형사를 보는 순간 강하영은 깨달았다.이 모든 건 바로 양다인이 짠 판이었다.형사들은 이내 강하영을 제압해 경찰서로 데려갔다.같은 시각, 난원.임씨 아주머니는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불안한 마음에 허시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다급히 물었다.“허 비서님, 혹시 사장님과 함께 계십니까?”“대표님은 아직 바쁘시니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요.”허시원은 전화를 끊고 침대 옆에 앉아 있는 정유준을 바라보았다.“대표님, 임씨 아주머니 전화입니다.”“조용히 해!”정유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허시원 쪽을 쳐다보며 고함을 치자 허시원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말이 끝나자마자 소 노인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정유준은 침대에서 조용히 잠든 여자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린 뒤 방에서 나와 전화를 받았다.“정유준! 네놈이 키우던 여자가 내 손녀를 죽일 뻔했어! 이번 일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줄 알아!”소 노인은 전화기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더니 자기 할말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