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옆에 있던 세희가 문득 입을 열었다. “엄마, 나 이 신발 신을 줄 모르니까 좀 도와줘요.”하영은 세희에게 주의를 돌렸다. 그녀는 몸을 웅크리고 앉아 세희를 도와 스키화를 신었다.인나는 손으로 옷을 잡으며 팔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장비를 모두 정비한 뒤, 하영은 인나의 팔을 잡고 세희와 함께 탈의실을 나섰다.밖에서 캐리와 두 아이는 이미 그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희민은 인나의 배를 한참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이모, 내가 이모랑 같이 여기서 눈사람 만들게요.”인나는 두 눈에 빛이 났다.“스키 타러 가지 않을 거야?”희민은 고개를 저었다.“난 아직 이런 운동을 할 수 없어서요. 마침 이모와 함께 놀아줄 수 있잖아요.”인나는 희민의 스키화를 보았다.‘희민은 조금만 놀아도 문제가 없는데.’‘하지만 나와 함께 하기 위해 일부러 스키를 포기했다니.’인나는 감동에 눈시울을 붉혔다.“고마워, 희민아. 우리 얼른 놀러 가자.”희민은 인나와 함께 눈사람을 만들러 갔고, 하영과 캐리는 세준 세희를 데리고 스키를 타러 갔다.처음에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연습을 했는데, 세희는 도무지 탈 줄 모르는 데다 하영은 힘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결국 캐리가 하영을 대신했다.세준과 하영이 쉽게 배운 것을 보고 세희는 억울함에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녀는 풀이 죽은 채 캐리에게 물었다.“아저씨, 세희 정말 멍청한 거 맞죠?”캐리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뒤적이고 있었다.“뭐가 멍청해? 세희 너 엄청 똑똑하잖아.”“이거 봐요, 오빠도 처음 스키를 타는데 벌써 스스로 탈 줄 알지만, 세희는 아직도 할 줄 모른단 말이에요!”세희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난 널 날게 할 방법이 있어!”캐리는 주머니 속의 물건을 보여주었다.세희는 캐리의 손에 있는 탄력띠를 보며 아주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세준과 하영은 한 바퀴 탄 뒤, 다시 원래의 곳으로 돌아왔다.제자리에 서자마자 세준은 세희와 캐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는데, 하마터면 똑바로
다른 한편.인나와 희민은 엄청 빨리 작은 눈사람 두 개를 만들었다.두 사람은 기뻐서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세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이모!! 인나 이모 빨리 비켜요!!”인나와 희민은 저도 모르게 세희를 바라보았다.아직 사람을 똑똑히 보지 못했지만, 캐리에 의해 끌려가던 세희는 그들 두 사람 앞에서 휙휙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바람이 부는 동시에, 캐리의 환호소리도 들려왔다.희민과 인나 두 사람은 멍하니 상대방을 바라보았고, 그들이 방금 만든 눈사람은 이미 캐리에 의해 산산조각 났다.정씨 가문 본가.집사의 전화를 내내 기다리던 정창만은 안절부절못하며 서재를 배회했다.‘소예준을 해결하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텐데.’‘하지만 지금 반나절이나 지났어!’정창만이 집사에게 전화하려고 할 때, 밖에서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창만은 집사가 돌아온 줄 알고 얼른 문을 열었다.그러나 문이 열리자, 그는 검은색 외투를 입고 표정이 엄숙한 유준을 보았다.“네가 뭐 하러 온 거야?!” 정창만은 짜증이 났다.유준은 손에 든 서류를 흔들었다.“연례 보고서를 잊으신 거 보니 확실히 나이가 드신 것 같군요.”정창만은 콧방귀를 뀌며 몸을 돌렸다.“들어와!”유준은 따라 들어간 다음, 그는 유유히 자리에 앉아 집사에 관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정창만을 잠시 쳐다본 후에야 유준은 다시 입을 열었다.“정주원의 일로 많은 고위층들 지금 불만이 생겼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실 작정이죠?”정창만은 고개를 번쩍 들더니, 노발대발하며 책상을 두드렸다.“내가 모를 줄 알았어? 이거 다 네가 꾸민 짓이지! 내가 아직 따지지 않았는데, 오히려 스스로 찾아와서 욕을 먹으려 하다니!!”유준은 천천히 반박했다.“정주원이 재료에 손을 대지 않았다면 내가 또 어떻게 그의 약점을 잡았겠어요?”“네가 몰래 주원의 재료를 바꿨겠지! 전에 구입한 재료를 내가 직접 본 적이 있는데, 설마 내 눈이
정창만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앞으로 어떻게 유준을 제압해야 할지 생각했다.이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정창만은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들어와!”문이 열리자, 경호원이 재빨리 다가왔다.“어르신, 양다인 아가씨가 돌아왔습니다.”정창만은 눈썹을 찌푸렸다.“혼자 돌아온 거야?!”“네.”“데려와!”“네, 어르신!”말을 마치자, 경호원은 바로 떠났다.정창만은 차갑게 유준을 바라보며 말했다.“넌 꺼져!”유준은 천천히 일어섰고, 차가운 눈동자는 정창만을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떠났다.그는 거실로 향하던 중, 경호원 뒤를 따라오던 양다인을 보았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쳤고, 양다인은 유준에게 살려달라는 시선을 보냈다.유준은 힐끗 보더니, 양다인의 곁을 지날 때, 목소리를 낮추어 경고했다.“나가고 싶으면 네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잘 생각해.”양다인은 두 손을 꽉 쥐더니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침착하게 경호원을 따라 서재로 향했다.서재에 들어간 후, 경호원은 떠났다. 양다인은 음산하고 분노로 가득 찬 정창만의 두 눈과 마주쳤다.“왜 너 혼자야?! 집사는?!”양다인은 일부러 공포에 떨며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숙였다.“가는 길에 소예준의 사람들에게 붙잡혔어요.”“소예준의 사람?!” 정창만은 두 눈을 부릅떴다.“그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난 거야?! 네가 내 계획을 누설한 건가?!”양다인은 고개를 세게 저었다.“아니에요! 제 핸드폰이 전부 압수됐는데, 어떻게 누설하겠어요?!”정창만은 분명히 믿지 않았지만, 양다인의 얼굴에서 아무런 실마리도 찾지 못했다.“집사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저도 몰라요. 그 사람들은 제 눈을 가렸거든요. 그리고 그들은 끊임없이 운전했고 안대가 벗겨진 후에야 전 이미 집으로 돌아온 것을 발견했어요!”정창만은 비꼬며 말했다.“넌 강하영을 그리도 많이 모함했는데, 소예준이 강하영의 오빠로서 이렇게 쉽게 널 돌려보냈다고??”“제가 또 어떻게 알겠어요?! 여기에 갇힌 지 얼마나 됐는데, 제가
“어르신, 진정하세요. 제가 곧 사람 시켜 집사를 찾으라고 하겠습니다.”“빨리 찾아야 해!”“네!”그러나, 정창만의 말은 전부 그대로 유준과 예준의 휴대폰에 전해졌다.증거를 확보한 순간, 유준은 재빨리 본가를 떠나 예준과 연락했다.30분 후, 유준은 난원에 도착했고, 예준도 잇달아 황급히 도착했다.두 사람이 거실에 앉자, 하인은 얼른 그들에게 커피를 가져다주었다.“유준아, 역시 네 방법이 효율적이었어. 지금 증거가 확보되었으니 이제 경찰에게 보내주기만 하면 괘.”“아직은 안 돼.” 유준은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왜?” 예준은 영문을 몰랐다.“설마 후회한 거야?! 정찬만이 네 아버지이기 때문에?!”유준은 담담하게 유준을 쳐다보았다.“만약 내가 마음이 약해졌다면, 애초에 널 협조하지 않았을 거야.”“그럼 똑똑히 설명해, 도대체 왜 안 되는데!”예준이 노발대발하며 물었다.유준은 커피를 마셨다.“그 사람은 MK 그룹의 회장이고, 지분은 45% 에 달하지. 만약 그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누가 그의 지분을 물려받을 것 같아?”예준은 미간을 세게 찌푸렸다.“정주원.”“맞아.” 유준이 말했다.“이렇게 되면 정주원이 그 사람의 모든 주식을 받을 거야. 이건 나에게 좋은 점이 하나도 없거든.”“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이 일은 더 이상 상관하지 마.”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내가 그들을 철저히 무너뜨릴 테니까.”여기까지 말하자, 예준도 유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잠시 앉아 있다가 떠났다.저녁 여덟 시, 하영은 인나를 집으로 바래다주었다.현욱은 이미 아래층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차가 오는 것을 보고 얼른 와서 맞이했다.캐리는 차에서 내려 차 문을 열며 현욱에게 말했다.“인나는 잠이 왜 그렇게 많은 거야? 가는 길에 자고, 좀 놀아도 자다니. 돌아오는 길에 아주 인사불성이 되었어요.”현욱은 매섭게 캐리를 바라보았다.“그럼 당신도 임신해 봐요. 인나는 집
캐리는 차문을 닫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알았어, 알았으니까 빨리 올라가. 추워 죽겠네.”현욱이 인나를 데리고 올라가는 것을 보자, 캐리는 웃으며 감탄했다.‘인나 정말 좋은 남자를 찾았구나!’차에 탄 후, 그들은 30분 만에 아크로빌에 도착했다.정원에 들어서자, 하영은 마치 감지한 듯 유유히 깨어났다.캐리는 하품을 계속하며 말했다.“G, 빨리 세 아이 깨워. 나 혼자서는 셋이나 안을 수 없단 말이야.”하영은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이려 했지만, 차 문이 갑자기 열렸다.그녀와 캐리는 즉시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유준이 차 밖에 담담하게 서 있는 것을 보았다.유준은 검은 눈동자로 세 아이를 바라보았고,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모두 잠들었어?”하영은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다.“우리가 돌아온 건 어떻게 알았어요?”유준은 허리를 굽혀 잠든 세희를 안았다.“현욱이 말했어.”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세준이 안을게요.”“아니에요.” 세준은 갑자기 잠긴 목소리로 말하더니 작은 몸을 받치며 말했다.“나 깨어났으니 혼자 갈 수 있어요.”세준의 소리에 희민도 덩달아 깨어났다.그는 멍하니 사방을 둘러본 다음, 세준을 따라 함께 내렸다.캐리는 허리를 굽혀 두 아이의 어깨를 감쌌다.“밖은 추우니 빨리 들어가자.”말을 마치자, 캐리는 차에서 내린 하영과 유준을 바라보았다.‘난 더 이상 커플들이 알콩달콩 하는 거 보고 싶지 않다고!’정원의 따뜻한 등불은 하영의 살짝 붉어진 얼굴에 떨어졌다.유준은 세희를 옆으로 안으며 하영이 머리를 기대게 했고, 이어 하영의 손을 잡고 물었다.“오늘 즐겁게 놀았나 봐?”하영은 웃으며 유준의 정교한 옆모습을 바라보았다.“그럭저럭이요, 저녁은 먹었어요?”유준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하영을 바라보았다.“이거 물어보기엔 너무 늦은 거 아니야?”하영은 멈칫했다.“그런가요?”유준이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옆의 별장에서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하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대체 어
하영은 유준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왜 말을 한꺼번에 다 하지 않고 오히려 내가 묻고 나서야 대답하는 거지?’‘그리고, 유준 씨는 무엇 때문에 직접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던 거지?’하영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씨 가문 이 몇 사람들의 관계에 대해 잠시 생각했다.잠시 후, 하영은 점차 평온해졌다.“당신이 직접 경찰에 신고하면 MK에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정창만의 지분도 당신에게 남겨지는 건 아니니까. 이 점이라면 나도 당신을 응원해요.”이 말을 듣자, 유준은 무척 흐뭇해했다.그는 넓은 손으로 하영의 이마에 있는 잔머리를 빗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내가 널 가장 좋아하는 이유가 뭔지 알아?”유준의 행동에 하영은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녀는 시선을 살짝 떼며 대답했다.“모르겠어요.”“사람 마음 잘 헤아려줘서.” 유준은 입을 열었다.“분명히 네 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경찰에 넘길 수 있었지만, 넌 오히려 나를 위해 뒤로 물러났어.”하영은 멍해졌다.“난 물러난 게 아니라, 그냥 당신이 나를 위해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으니, 나도 당신을 위해 잠시 기다려주고 싶었어요.”하영은 작은 얼굴이 붉어지더니 어색하게 일어섰다.“나 샤워하러 갈게요!” 몸을 돌리려 할 때, 유준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속으로 와락 안았다.코끝에서 익숙한 향기가 전해오자, 하영은 몸이 약간 경직되어 고개를 들어 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 씨, 나 아직 샤워를 하지 않...”유준은 하영을 약간 풀어주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이 몇 년 동안 자신이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그 작고 깨끗한 얼굴을 바라보았다.“우리도 할 건 다 했잖아.”유준은 천천히 하영의 입술에 다가갔다.“지금 널 원해.”말이 떨어지자, 유준은 하영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리고 유준의 능숙하고 뜨거운 키스에, 하영은 몸이 점차 나른해졌다.그러나 이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부진석 씨가 왔습니다.” 경호원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하영은 진석 앞으로 걸어갔다.“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진석은 하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별일은 아니고, 그냥 하영 씨가 아직 자지 않았을 것 같아서, 오늘 오전에 산 보양식 들고 왔어요.”하영은 보양식을 바라보았다.“왜 이런 걸 샀어요? 여긴 이것저것 다 있는데...”“이건 품질이 아주 좋은 보양식이에요. 얼마 전에 하영 씨 안색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몸보신 좀 잘 하라고.”“괜히 돈만 쓰게 했네요.”하영은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다음엔 이런 거 사지 마요.”“우리 사이에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는데.”진석의 목소리는 여전히 온화했다.하영은 눈을 들어 진석의 옆모습을 바라보았고, 마음속으로 다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유준은 그들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잘생긴 얼굴은 점차 어두워졌다.‘우리 사이?’‘5년이란 시간이 흘렀으니 그들은 친구처럼 간단한 사이가 아닐 텐데!’가슴이 답답한 유준은 유난히 불쾌했다. 그는 손을 뻗어 하영의 어깨를 안더니 고운 미간에 경계심이 나타났다.“부 의사는 자신의 호의가 내 여자에게 일정한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군.”하영은 골치가 아팠다.‘정유준 씨 왜 또 이러는 건데!’진석의 시선은 유준의 손에 떨어지더니 이내 부드럽게 웃었다.“정 대표님, 굳이 이렇게 애정을 과시할 필요가 없어요. 내가 하영 씨와 함께 한 시간은 당신보다 적은 편은 아니기에, 친구들끼리 서로 관심을 갖는 것도 정상 아닐까요?”유준은 싸늘하게 웃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 생각, 네 마음이 지금 얼굴에 다 적혀 있는데,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정 대표님 지금 하영이 친구를 사귀는 자유를 박탈하려는 건가요?”진석은 담담하게 반문했다.“하영이 어떤 친구와 지내는지 난 간섭을 하지 않겠지만, 만약 그 사람이 하영에게 어떤 분수에 맞지 않는 생각을 가진다면, 난 절대로 가만있지 않을 거야.”“지금 내가 보양식 두 상자로 하영의 마음을 샀다고 생각하나요?”진석의 말은 분명히 다른 깊은 뜻이
“정 대표님 만약 정말 그렇게 한다면, 아마 하영 씨와의 관계가 점점 더 멀어질 텐데.”순간, 유준은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쥐도 새도 모르게 너 하나 제거하는 것은 나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이 간단한 일이야! 하영은 절대로 알아차릴 수가 없다고!”진석은 가볍게 웃었다.“정 대표님 만약 하영 씨와 헤어지고 싶다면, 얼마든지 해봐요.”“하영이 병원보다 더 중요한 건가?” 유준의 검은 눈동자에는 한기가 감돌았다.“맞아요.” 진석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유준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진석의 멱살을 꽉 잡았다. 그리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검은 눈동자는 진석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하영에게 조금이라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한다면, 김제에서 사라지게 하는 수가 있어!”비록 유준이 발산하고 있는 무섭고 포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진석은 여전히 평온했다.“그럼 정 대표님은 하영 씨에게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말아야겠네요. 아니면 내가 틈을 타서 하영 씨를 빼앗아갈 수도 있으니까.” 진석은 웃었다.유준은 분노가 치솟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었고, 이 순간, 뒤에서 갑자기 무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유준은 바로 고개를 돌려 주방을 바라보았다. 그는 심장이 갑자기 조여오더니 진석을 풀어주며 급히 주방으로 걸어갔다.하영은 땅에 쪼그리고 앉아 그릇 조각을 줍고 있었고, 유준은 얼른 그녀를 붙잡으며 들어 올렸다.화풀이할 곳이 없던 유준은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하영에게 소리쳤다.“손 베이고 싶어?!”하영은 멍하니 유준을 바라보았다.“뭘 그렇게 화를 내요? 그냥 좀 치우고 있을 뿐인데.”유준은 짜증이 났다.“앞으로 이런 일은 하인에게 시켜!”“주희는 하인이 아니라고요. 앞으로 말 좀 똑바로 해요.”“그럼 하인을 찾든가!”하영은 유준과 따지고 싶지 않았다.“그럼 지금 누군가 주방을 치워야 하지 않겠어요? 설마 내일 하인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건 아니겠죠?”“내가 할게!”유준은 사방을 둘러보다가 주방 문 앞에 있는 빗자루를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