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몸에 닿는 순간, 하영은 갑자기 눈을 떴다.그녀는 벌떡 일어나더니 경계에 찬 눈빛으로 진석을 바라보았다.하영의 이런 반응을 보며 진석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는 바닥에 떨어진 외투를 힐끗 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너 나 무서워하는 것 같아.”하영은 재빨리 슬리퍼를 신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USB가 여전히 주머니에 있자, 하영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살인범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딨겠어요!”하영은 낯설면서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석은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는 외투를 주워 별장으로 향하는 하영에게 말했다.“어떤 사람은 다신 돌아오지 않을 거야. 지나친 슬픔은 오히려 아이들에게 부담일 수 있어.”하영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진석을 바라보았고, 차갑게 비웃었다.“뭐라고요?”하영은 코웃음을 연발했다.“당신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니 당연히 한가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겠죠!”“내가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해?” 진석은 하영과 시선을 마주쳤다.하영은 그의 말을 따라 받아쳤다.“자신이 겪어봤다고 다른 사람까지 끌어들이고 싶은 거예요?”진석은 씁쓸하게 웃었다.“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도 모르면서.”하영은 콧방귀를 뀌었다.“언젠간 천벌을 받을 거예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결연히 별장으로 돌아갔다.하영의 기운이 곁에서 사라지자, 진석은 문득 공허감을 느꼈다.하영이 들어가자마자 앨리가 나왔다.진석을 보고 그녀는 앞으로 다가와서 인사했다.“선생님, 왜 들어가시지 않는 거죠?”진석은 고개를 들어 분부했다.“앞으로 이런 일은 나에게 보고할 필요 없어. 하영이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둬.”“선생님, 저는 그 여자가 선생님에게 불리한 짓을 할까 봐 두렵습니다.”“그만해.” 진석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하영의 곁에는 이미 아무도 없는데, 그런 사람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진석의 말을 듣고, 앨리는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불여우.’그러나 앨리는 감히 반박하지 못했
“네, 엄마.” 세준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엄마, 나랑 희민이는 학교에 가고 싶은데. 부진석 아저씨 좀 설득해줘요”하영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그동안 너희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거야?”“네, 병원에서 돌아온 후, 나와 희민이, 그리고 할머니는 별장에서 나간 적이 없었어요.”“알았어.” 하영이 말했다.“이따 바로 전화해볼게.”“좋아요.”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가장 먼저 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진석은 주민을 데리고 다이아몬드 반지를 고르고 있었다.휴대전화가 울린 순간, 주민의 시선은 진석의 휴대전화에 떨어졌다.그러나 진석의 동작이 매우 빨랐기에 주민은 단지 발신자의 이름이 두 글자란 것밖에 보지 못했다.전화를 받은 후, 진석은 주민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바로 한쪽으로 걸어갔다.“아가씨?” 판매원은 웃으며 물었다. “이 반지도 꽤 예쁜데, 한 번 착용해 보실래요?”주민은 시선을 돌려 판매원을 향해 억지로 웃었다.“잠깐만.”“네.”다른 한편.하영은 직접 진석에게 말했다.“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는데, 왜 계속 집에 가둔 거죠?”“이 일을 깜박했군. 이따 사람을 안배하여 아이들 등하교 시키라고 할게.”하영은 참을성 있게 물었다.“도대체 언제 내 아이들을 아크로빌로 데려다줄 거예요?”“때가 되면.” 진석이 대답했다.“난 아직 일이 좀 있어서...”“진석 씨, 누구랑 얘기하는 거예요?”진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석은 그녀를 한 번 보더니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일단 끊어.”핸드폰을 내려놓은 후, 진석은 담담하게 주민을 바라보았다.“다 골랐어요?”주민은 진석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진석 씨, 방금 누구랑 통화한 거예요? 설령 우리 사이에 감정이 없다 하더라도, 난 당신이 내게 뭐 숨기는 거 없었으면 좋겠어요.”진석의 눈동자는 여전히 담담했다. “강하영 씨요.”“강하영?!” 주민은 눈을 부릅떴다.“우인나 친구? 그 여자와 어떻게 안 사이죠?!”진석은 눈
하영은 놀란 눈빛으로 소정을 바라보았다.“넌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얼마나 마실 수 있다고.”소정은 헤헤 웃었다.“에이, 사장님. 저희 집안은 다 술꾼이라서 저도 주량이 꽤 좋아요.”“좋아, 그럼 앞으로 네가 날 대신해서 술을 좀 마셔줘야 할 것 같군.”“안심하세요, 사장님.”소정이 말을 마치자마자, 책상 위에 놓은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그녀는 수신 버튼을 눌렀다.프런트 직원이었다.“사장님, 아래층에 지금 성이 주 씨인 아가씨가 사장님을 뵙고 싶어합니다.”이 말을 듣자, 하영은 바로 주민을 떠올렸다.‘그런데 주민이 왜 날 만나러 온 거지?’‘날 찾아올 면목이 있긴 한 거야?’하영이 말했다.“올라오라고 해.” “네, 사장님.”전화를 끊은 후, 하영은 소정에게 말했다.“소 비서, 차 좀 끓여와. 그리고 진홍색으로 된 찻잔 두 개 준비하고.”“네, 사장님.”사무실 밖.주민은 경호원 두 명을 데리고 하영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밖에 서 있는 앨리를 보며 주민은 그녀를 한 번 훑어보았다.“진석 씨 곁에 있던 사람인 것 같은데.”앨리는 주민을 알고 있었기에 공손하게 인사했다. “사모님,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주민은 이 호칭에 무척 만족했다.“강하영에게 볼일이 좀 있어서. 넌 진석 씨에게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사모님, 안심하세요. 눈에 거슬리는 사람들을 해결하면 사모님과 선생님에게 모두 도움이 되죠.”주민은 고개를 끄덕였고, 앨리는 문을 열어주었다.인기척이 들려오자, 하영은 연한 노란색 원피스를 입고 들어온 주민을 쳐다보았다.그러나 하영은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그리고 천천히 차를 따르며 말했다.“주씨 가문도 그리 대단한 가문이 아닌 것 같네요. 들어오기 전에 노크를 해야 한다는 예의조차 가르쳐 주지 않았다니.”주민은 멈칫했지만 곧바로 웃음을 띠고 하영 앞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뻔뻔한 사람들을 대할 때, 자연히 예의를 차릴 필요가 없겠죠.” 주민은 담담
주민이 말했다.“지금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거예요?”“간단한 설명조차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왜 굳이 날 찾아와서 욕을 먹으려는 거죠?” 하영은 주민을 비웃었다.주민이 말했다.“날 자극할 필요 없어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을 테니까.”“아.” 하영은 일부러 놀란 척했다. “주민 씨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에게 매달리기 좋아하나 봐요.”“뭐야!!”주민의 정교한 얼굴은 금세 일그러지더니 더 이상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왜요?” 하영은 주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내 말이 틀려요? 당신은 예전에 인나를 좋아하는 현욱 씨를 좋아했고, 지금은 또 날 좋아하고 있는 부진석 씨와 약혼했잖아요. 남자들이 자신에게 마음이 없으니까 오히려 그들이 좋아하는 여자를 찾아가서 겁을 주려 하다니. 주민 씨, 당신도 참 비겁하네요.”“지금 진석 씨는 내 사람이라고요! 당신은 눈치도 없는 거예요?!”하영의 말에 주민은 더 이상 성질을 참지 못했다.사무실 안은 주민의 날카로운 함성으로 메아리치고 있었다.심지어 문밖에 있던 앨리까지 그 소리를 듣고 호기심에 눈살을 찌푸리며 사무실을 바라보았다.하영은 태연하게 계속했다.“자신의 남자를 붙잡을 능력이 없으니 지금 남 탓을 하는 거예요?”주민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당신이나 우인나 씨나, 어쩜 이렇게도 뻔뻔한 거죠?!”말이 떨어지자, 하영은 앞에 있는 찻잔을 들더니 주민을 향해 매섭게 던졌다.“으악!”찻잔은 마침 주민의 이마에 떨어졌고, 아픔에 주민은 비명을 질렀다.하영은 벌떡 일어서서 성큼성큼 주민의 곁으로 걸어갔고 여자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며 위로 들어올렸다.하영은 차갑게 주민을 바라보았다.“인나의 일, 나 지금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내가 여태껏 꾹 참고 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눈치 없이 내 앞에서 인나를 언급하다니! 억울하다면 부진석에게 가서 말해요! 만약 말할 용기가 없다면, 오늘의 굴욕을 꾹 참을 수밖에 없겠죠!”“앨리... 앨리!!”주민은 황급히 문밖의 앨
주민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그렇게 애써 진정을 되찾은 후에야 주민은 앨리를 바라보았다.“널 원망하진 않아. 결국 너도 진석 씨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니까.”“사모님, 지금 시간 있으십니까? 잠깐 얘기 좀 하고 싶은데.”10분 뒤, 앨리와 주민 두 사람은 카페에 앉았다.앨리는 바로 입을 열었다.“오늘 이곳까지 찾아오신 이유는 틀림없이 선생님과 강하영의 일을 아신 거겠죠?”주민은 아픈 이마를 비볐다.“응.”“그럼 선생님은 이 일을 아시는 겁니까?” 앨리가 물었다.주민은 고개를 저었다.“이 일은 진석 씨에게 말할 필요 없어. 그러니 비밀로 해줘.”“사모님, 이 일을 그대로 넘어가시려는 겁니까?”“그렇지 않으면?” 주민은 화를 참으며 말했다.“나와 진석 씨의 감정은 강하영과 진석 씨보다 훨씬 못하거든. 진석 씨가 만약 오늘 이 일을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날 원망할 거야!”“이왕 이렇게 된 이상, 저도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앨리가 말했다. “사모님, 지금 강하영을 제거할 방법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선생은 지나치실 정도로 강하영을 봐주고 있으니, 하루빨리 그 여자를 제거하지 않으면, 선생님의 마음은 하루도 안정될 수 없을 겁니다. 선생님은 아직 최종 목적을 달성하지 않으셨으니 사모님은 선생님의 날카로운 칼이 되어 선생님의 길을 가로막는 모든 사람들을 해결하셔야 합니다.”“앨리야, 말은 참 쉽지.”주민은 앨리가 무슨 뜻인지 잘 알고 있었다.‘만약 앨리가 말한 대로 한다면, 진석 씨에게 들키는 순간, 난 모든 책임을 면하기 어렵겠지.’‘그리고 내가 파혼을 당했단 소식이 퍼지면, 난 김제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거야!’‘심지어 우리 가문조차도 나 때문에 온갖 체면을 잃을 거야.’앨리가 말했다.“그것은 확실히 어렵지만, 방법을 바꾸면 되지 않겠습니까?”“앨리, 너도 강하영이 진석 씨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이상, 왜 스스로 그 여자를 해결하지 않는 거지? 난 바보가 아니니 너도 네 마음대로 날 지휘할 생각하지
앨리는 시선을 거두었다.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이런 물건은 보통 중요한 인물을 상대할 때 쓰는 것이지. 쥐도 새도 모르게 그 사람들을 죽일 수 있으니까.’“네가 말하고 싶지 않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을게.”주민이 말했다.“하지만 이건 확실히 무서운 약이야. 중독된 다음, 또 고통에 시달리며 죽을 수밖에 없다니.”“네.” 앨리가 말했다. “사모님께서 직접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강하영을 지켜보느라 시간을 낼 수가 없습니다.”“그 사람들은 나한테 약을 줄 수 있는 거야? 확실해?”“네, 제 이름만 말씀하시면 그들은 바로 약을 사모님께 드릴 겁니다.”“그래, 그럼 내가 직접 찾아가 보지. 나중에 주소 보내줘.”“네, 사모님. 그 약을 손에 넣으면 강하영은 곧 죽는 사람과 다름없죠.”말을 마치자, 앨리는 주민을 향해 찻잔을 들었다.“선생님의 미래를 위하여.”주민은 웃었다.“그래.”저녁, 하영은 아크로빌로 돌아왔다.간단하게 밥을 먹은 후, 하영은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다.비록 세준과 5일째 연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앨리의 방에 관한 소식이 없었다.하영은 오늘 주민에게 선전을 했으니 앞으로 자신의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그러니 빨리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문을 잠근 후, 하영은 다른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세준아, 앨리 방에 CCTV가 있는 거야 없는 거야?]이때 세준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그는 희민과 함께 다시 암호화된 아크로빌 별장의 방화벽을 돌파했다.그리고 하영에게 문자를 보내려는 순간, 뜻밖에도 먼저 하영의 문자를 받았다.문자 내용을 확인한 세준은 바로 답장을 보냈다.[엄마, 나 오늘 별장의 인터넷 방화벽을 돌파했어요.][그 사람들은 너무 경계를 하고 있어서 며칠이 지나서야 완성할 수 있었고요.][그리고 방금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는데, 엄마가 먼저 문자를 보냈네요.][앨리의 방에는 확실히 감시카메라가 있는데 그
얼마 지나지 않아, 소희원은 답장을 보냈다.[지금 날 난처하게 하려는 거예요??][앨리가 내 옆에 있으니 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가 없어.][알았어요. 알았으니까 내 동창에게 연락할 방법 좀 생각해 볼게요.][부탁할게.][그럼 수고비라도 줘야죠!]하영은 웃으며 답장을 했다.[그래, 계좌번호 보내줘.]소희원은 즉시 하영에게 계좌번호를 보냈다.몇 분 지나지 않아, 소희원은 하영이 입금해준 천만 원을 받았다.‘천만 원을 이렇게 쉽게 입금해 주다니.’소희원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렇게 많이 달라고 한 적은 없는데...][넌 내 사촌 동생이야. 그리고 그동안 줄곧 시간을 내서 부진석까지 미행하고 날 도왔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지.][내가 당신의 돈에 넘어갈 것 같아요? 나한텐 이런 수법 안 먹혀요!]하영은 이 문자를 보며 담담하게 웃었다.소희원은 츤데레한 성격이라 말을 항상 듣기 싫게 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일을 통해 하영은 그녀가 꽤 믿을 만한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예준이 죽은 것은 하영에게 있어 괴로운 일뿐만 아니라 소희원 역시 마찬가지였다.하지만 소희원은 여전히 정신을 가다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었으니 이는 그 누구보다도 대단했다.사흘 후, 하영은 회의를 마치자마자 소희원의 문자를 받았다.그녀는 사무실 문을 힐끗 보더니 문자를 클릭했다.[앨리가 한 말을 번역한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요 며칠 누군가 BHN-37 약제를 가지러 갈 거야. 그때 그 사람은 내 이름을 말할 것이고, 너희들은 바로 약을 그 사람에게 줘.][이건 내 마지막 요구야. 너희들은 나에게 갚을 빚이 있으니 약제 하나로 맞바꾸는 건 지나친 요구가 아니잖아?][해독약은 필요 없어.][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해 난 아주 잘 알고 있어. 너희들은 그때 주민이란 아가씨에게 맡기면 돼. 더 이상 쓸데없는 말 할 필요 없어.]이것을 본 후, 하영은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앨리는 주민을 언급했어.’‘두 사람은 손을 잡아서 뭐 하
“여보세요.” 하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염주강의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갑자기 전화해서 하영 씨 방해한 거 아니죠?”하영은 컴퓨터에 나타난 시간을 보았다.“주강 오빠, 농담도 참. 지금 아직 점심시간이 아니에요.”“그럼 하영 씨 일을 방해한 거네요.”“아니에요.” 하영은 얼른 설명했다.“방금 회의를 끝내서 지금은 아무 일도 없어요.”“그럼 같이 점심 먹을 시간 있어요?”하영은 살짝 놀랐다.“주강 오빠, 지금 김제에 왔어요?”“음, 볼일이 좀 있어서요.” 주강이 말했다. “괜찮아요?”“그럼요! 레스토랑은 내가 정할 테니까 이따 주소 보내줄게요.”“아니요.” 주강은 웃으며 말했다.“내가 이미 예약했어요. 11시 30분에 회사 아래층에서 기다릴게요.”하영은 거절하지 않았다. “좋아요.”11시.하영이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주강을 만나려 할 때, 앨리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하영이 주강 앞으로 걸어가는 것을 보자, 앨리는 눈살을 찌푸리며 하영에게 물었다.“이 사람은 누구죠?”하영은 앨리를 아랑곳하지 않고 주강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주강 오빠, 내가 직접 가면 되는데, 괜히 힘들게 날 찾아오게 하다니.”주강은 앨리를 힐끗 바라보았다.“이분은?”하영은 웃으며 소개했다.“공기예요.”주강은 멍하니 있다가 곧 웃음을 터뜨렸다.“많이 유머러스해졌군요.”말이 끝나자, 주강은 하영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타요, 차에서 이야기하죠.”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하영이 차에 오르자, 앨리는 즉시 기사를 불러 하영을 따라갔다.차 안.주강은 백미러를 쳐다보았다.“그 여자는 하영 씨를 감시하는 사람이겠죠?”하영의 미소가 점차 굳어졌다.“네.”주강은 시선을 돌려 하영의 가슴을 바라보았다.그러나 그것도 한순간일 뿐, 그는 즉시 시선을 거두었다.“상처는 다 나았어요?”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거의 다 나았어요.”“부진석이라는 사람이 한 짓이죠?”주강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