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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주제를 모르는구나

‘어르신?’

강하영이 노인을 자세히 살펴보니 눈매가 어딘지 정유준과 닮은 것 같았다.

‘설마 정유준 씨 할아버지인가?’

강하영은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3년 동안 정유준만 따라다녔기에 정씨 집안의 가족구성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다.

강하영은 마음 한구석에 의심을 품고 소파에 가서 앉았고, 정 노인은 그런 그녀를 한번 훑어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생긴 것은 반반한데 주제를 모르는 것 같군.”

자신이 언제 이 노인한테 원한 살 일을 했는지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렸지만 여전히 차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르신, 제가 뭘 잘못했기에 그런 막말을 하시는 겁니까?”

“막말? 내 말이 듣기 싫으면 그만 유준이 곁을 떠나지 그래.”

정 노인의 비웃는 듯한 말투에 강하영은 미소르 지었다.

“저도 떠나고 싶은데 정유준 씨가 못 가게 하네요.”

“유준이가 못 가게 하는 거야, 아니면 네가 무슨 수단으로 유준을 홀리고 있는 거야?”

“어르신, 정유준 씨는 아시아 지역에서 몸값조차 가늠할 수 없는 MK 대표님입니다. 그런 높은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건 머리도 좋고 계략에도 능한 사람이라는 것인데 그런 사람이 제 속셈 하나 꿰뚫어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강하영의 말엔 조리도 있고 평정심도 잃지 않았으나 아쉽게도 신분 차이로 정씨 집안에 들어올 수는 없다.

“1억을 주고 다른 도시에 별장 한 채를 주겠다. 위치는 네가 고르는 곳으로 해줄 테니, 단 한 가지 요구는 네가 유준이 곁을 떠나는 거다.”

“신분 따위는 한 번도 원해본 적이 없어요, 돈이라면…… 저도 이제 관심 없어요.저를 설득하기보다는 정유준 씨한테 저를 그만 놓아줘라고 얘기하는 건 어때요?”

강하영의 말에 정 노인은 코웃음을 쳤다.

“돈이 필요 없어? 그럼 3년 동안이나 내 아들 정부 노릇을 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거야?”

“…….”

‘아들이라고? 외모만 봐서 정유준 씨 할아버지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데.’

강하영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그건 저의 개인적인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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