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착장의 남자가 두 다리를 책상 위에 걸어 놓고 느긋하게 회전의자를 돌리고 있었고 오만방자함을 잔뜩 풍기고 있었다. 그는 빵떡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잘생긴 콧날과 얇은 입술만 드러냈다.그가 바로 수많은 IT 인사의 우상인, 글로벌 해커 리그에서 4년 연속 우승을 거머쥔 사람. 해킹계 양대 산맥 중 한 사람인 거장 바람이다.“바람 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저희 성 대표님 곧 도착하십니다. 곧!”“기다리는 거 힘드시죠? 제가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다리도 두드려 드릴게요!”오늘 운 좋게 우상을 만났다고 친필 사인받으러 온, 또 같이 사진 찍으러 온 직원들이 IT팀에 모여있었다. 이건 완전 핫한 연예인의 행차가 따로 없었다.“다들 한가해?”앞장서 걸어오던 진무열이 모여서 난리부르스를 떠는 직원들을 보고는 화가 났는지 엄포를 놓듯 물었고 직원들은 뒤에서 느껴지는 강한 기세에 갈래 길을 만들면서 뿔불히 흩여졌다.“바람 씨,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분이 저희 성 대표님이십니다.”“대표님,해킹계 거물 바람 님입니다.”진무열은 중간에 선 채 조심스럽게 서로를 소개 해주었다. 바람은 여전히 거들먹거리는 자세로 의자에 기대 채 전혀 일어나 예의 차려 인사할 의지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까딱하고는 삐딱하게 성도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성도윤도 바람을 내려다보면서 훑었다. 바람이 비아냥거리며 웃어 보였다.“그분이시군요. 최근 들어 실검에 자주 오르신다는. 조강지처 버리고 밖에서 내연녀하고 애까지 만들어서 욕을 바가지로 드신다는 성도윤 씨?”그 말에 모두가 흠칫 놀라며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성도윤 옆에 서 있던 차설아 역시도 감탄해 마지않았다.‘바람 이 인간, 성격이며 코딩하는 스타일이 정말 빼박이네. 공격력 만랩이야!’“허허, 바람 씨 농담도 참!”진무열은 한편으로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시도했고, 한편으로 성도윤이 혹여나 불쾌해하는지 슬쩍 눈치를 보았다. 걱정과 달리, 성도윤은 그쯤이야 전혀
“그 정도 요구는 얼마든지 들어드리죠.”성도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눈에 힘을 주고는 컴퓨터 모니터의 실행 버튼을 응시하며 말했다.“시작해요.”“시원시원하니 좋네요!”바람도 꾸물거리지 않고 프로그램을 돌렸고 모두가 숨을 죽이고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했다.그중 일부 스파크의 팬들은 흥분하며 주먹을 불끈 쥐고 긴장했다.“성공! 성공?”“해킹계의 제일 신비스러운 거물 스파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가?”15분이 금방 지나갔고 다 같이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10. 9. 8. 7......”차설아가 홀가분한 모습으로 스파크를 찾는 현장에 다시 돌아와서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긴장한 바람을 보며 조롱하듯 웃어 보이며 말했다.“아이, 뭐야. 아직도 안 나왔어요? 실력자 맞아요? 코드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추적했는데 막 결과가 본인이 나오고 그러지는 않겠죠? 그건 너무 좀 그렇다.”“쓰레기 줍줍 하는 여자가 뭘 안다고!”바람난 남편을 알면서도 손을 놓지 못하고 매달려 사는 그런 여자를 바람은 제일 경멸했다. 그런 차설아를 바람은 하찮게 생각했고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자존심도, 능력도 없고, 생각도 없는 여인이 코드를 읽을 줄이나 알면서 껴드나?’팀원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거장 바람이 코드엔 늘 완벽하기로 소문났기에 문제 있을 거라는 의심조차 하지 않았고 차설아의 말을 헛소리로 치부했다.“3! 2! 1!”역사적인 순간이 다가왔다. 프로그램 추적이 끝났고 모니터엔 확실히 결과 나왔다.“아니... 이게.”화면에 뜬 결과를 본 사람들, 순간 정적이 밀려왔다. 결과는 바로 스파크가 바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역대급 어이없는 사태는 보는 사람들을 말문 막히게 했다!“헐, 봐봐. 내가 맞췄어! 코딩이 진짜 문제가 있다니깐요!”차설아는 바람의 어깨를 툭툭 치며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말을 했다.“총각. 보고 있는 게, 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에요. 너무 자만하지는 말죠!”“이럴 리가 없는데, 절대 이럴 수가 없는데! 나의 프로그래밍
갑자기 요주의 인물이 된 차설아는 되레 아무렇지 않은 듯했다.“하하하, 다들 설마 내가 스파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그냥 화장실을 잠깐 다녀왔는데, 그걸로 내가 명성 자자한 거장 스파크가 된다고? 에이. 그런 좋은 일이 나한테 떨어지면 내가 나가서 축제라도 벌이고 불꽃놀이라도 해야죠.”진무열이 나서서 아니라고 했다.“제가 봐도 이번 일은 우연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모님은 마음이 세심하고 가정적인 분이지, 컴퓨터 같은 건 동영상을 보는 정도지 게임도 잘 못하실 거예요. 이분이 해킹계 거장이면 저는 XX 국의 대통령이게요?”그 말이 비록 듣기엔 거북해도 차설아를 곤경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말이긴 했다. 모두 진무열의 말이 맞는다고 생각했다.차설아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순진하고 무해한 척 말했다.“그래요. 도윤 씨 안사람인 제가 해커였으면 저 사람을 해칠 일이 있겠어요. 도우면 도왔지.”침묵을 지키고 있던 냉소적인 성도윤이 예리한 눈길로 그녀를 주시하며 입을 열었다.“그래? 적잖이 하지 않은 것 같긴 한데.”“호호! 농담도 참.”차설아는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괘씸하기도 하셔라. 이렇게 손발이 안 맞아서야.’성도윤은 한발 한발 차설아를 향해 다가가서는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갸름한 턱을 살짝 잡고 올렸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고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를 분석하듯 세심하게 쳐다보았다.“그래서, 당신 아니야?”딴사람은 몰라도 성도윤을 속이기는 쉽지 않다는 걸 아는 차설아는 제 발이 저려 차가운 그의 시선을 피했고 얼버무리듯이 말했다. “당신이 맞다고 생각하면 맞는 거고, 아니라고 하면 아닐 거고.”“좋아, 쓸데없이 맞는 말.”성도윤의 잘생긴 얼굴에는 큰 정서적인 변화가 없었고 차갑게 그녀를 향해 명령투로 말했다.“핸드폰 줘봐.”요새 젊은 사람들의 비밀은 모두 핸드폰에 담겨있으니 만약 차설아가 문제가 있으면 핸드폰만 뒤지면 다 나올 수 있었다.차설아도 핸드폰을 성도윤에게 넘겨 검사받을 수 없었다. 핸드폰에는 많은 비밀
바람이 떠난 뒤 모든 것이 제자리로 평온하게 돌아왔다.“별다른 일 없으면 나도 먼저 갈게.”차설아가 성도윤을 향해 말했다. 쇼윈도 부부 모습도 보여줬고 바람의 실물도 봤으니 성대 그룹에 더 머무를 이유는 없었다.“저녁 시간 비워 둬.”성도윤은 사무실 책상 앞에서 업무를 처리하다가 불쑥 말했다. 이런 명령적인 뉘앙스에 차설아는 불쾌했다.“왜?”성도윤은 그에 답하지 않고 서랍을 열어 이쁘게 포장된 박스를 차설아의 앞에 놓았다.“저녁 여덟 시에 플라자 호텔 연회장에서 점잖게 입고 와”“나한테 주는 선물?”차설아는 보기 드문 상황에 순간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싶었고 호기심에 그 자리에서 포장을 뜯어보았다.포장에 담긴 건 실버 그레이 드레스였고, 색감과 질감으로 가격이 만만치 않음이 한눈에 보였다. 다만 드레스가 너무 보수적이고 단정한 스타일이었다.차설아는 몇 마디 비꼬아 물으려 하다가 뭔가 생각났는지 얼굴에 교활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알겠어. 시간 맞춰 갈게.”저녁 여덟시 플라자 호텔.호텔 앞 주차장은 고급지고 화려한 값비싼 차들로 가득 찼고 모터쇼를 방불케 하였다. 연회로 열리는 해안시 자선행사에 국내외 유명 인사들로 붐볐다.차설아는 택시를 타고 도착했고 보기에도 심플하고 심지어 싸 보이는 갈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머리도 대충 묶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다른 셀럽들의 화려한 모습과는 선명한 대비가 되었다. 입장하려는데 자연스럽게 경비가 막아섰다.“초청장 보여주세요.”경비는 딱딱한 말투로 차설아를 보며 말했고 차설아는 솔직하게 답했다.“그거 없어요.”“없으면 못 들어갑니다. 여기 보이죠, 아무나 못 들어 갑니다. 저쪽에 가면 되고요.”경비는 아마도 뉴스를 잘 안 보는 눈치다. 그러니 차설아가 해안시에서 신분 높은 성도윤의 와이프라는 걸 모를 수밖에. 적어도... 지금이 그랬다.차설아가 설명하려는 때 빨간색 페라리가 “끼익” 하고 주차했다. 성도윤의 사촌 여동생 소이서가 핑크 드레스를 입고 고고한 자태로 차에서 내렸다. 그녀와 함
소이서는 평소에 멋대로 괴롭혀도 다 받아주던 차설아의 반격에 화난 나머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너무 염치없는 거 아냐? 주제 파악은 할 줄 알아야지. 다 망한 가문의 당신이 감히 오빠하고 어울린다고 생각해? 언제까지 이혼을 미룰 건데? 이혼이 미루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아? 채원 언니 배도 이젠 점점 불러오고 있다고. 오빠 새 결혼은 바뀔 수가 없어. 이혼은 뭐 당신이 결정할 수 있는 거 같아?”차설아는 담담하게 답했다.“글쎄. 내가 결정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사촌 동생인 이서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닌 건 확실하지. 배가 점점 불러오는 걸 어쩌라고. 이혼 도장 찍기 전까지는 난 그 사람의 안사람이고 채원 씨는 첩이야. 배 안에 든 아이는 호적에도 올릴 수 없는 첩의 자식이고.”임채원은 차설아의 말에 비수가 꽂혔지만 당장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인지하고 다시 연약한 척 말했다.“설아 씨, 화난 거 있으면 나한테 풀어. 우리 애는 모욕하지 말아 줘!”“누굴 모욕하려는 말이 아니라 그저 사실을 알려 준 것뿐인데. 첩의 자식은 결국엔 태자가 못 되지 않나?”“그건...”임채원은 말문이 막혔고 여전히 연약한 모습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나 도윤 씨와 진심으로 사랑해. 이 관계에선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첩 아닌가?”“채원 언니. 저런 사람하고 시간 끌 필요도 없어요. 주제 파악 못 하는 사람은 바로 끝내줘야 해요.”소이서가 이 갈면서 목소리를 높였고 말이 끝나기 바쁘게 차설아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다만 뻗은 손이 누군가의 강한 힘에 눌려 뺨을 치지 못했다.“감히 누가 간섭해!”소이서가 그녀를 막아 나선 사람을 쳐다보더니 욕설을 퍼붓다 말고는 갑자기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배, 배경수 씨.”흰색 정장 차림의 배경수는 우아하고 고귀한 모습이 마치 소설 속 백마 왕자와 똑같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매혹적이었다.“이서 씨. 대체 뭘 먹었는데 이렇게 화가 나 있어?”배경수는 소이서를 쳐다보며 물었고 표정은 미소를 지어
차설아는 배경수와 같이 연회장으로 이동했다. 배경수는 방금까지 고귀하고 패기 넘치는 귀족 도련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다시 귀여운 강아지처럼 미소로 꽉 찬 표정으로 시선은 시종일관 차설아만 따라다녔다.“성씨 집안사람들이 감히 누님를 괴롭혀? 다음에 또 괴롭히면 내가 절대 가만 안 둬!”차설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미소를 보이며 그를 놀리듯 말했다.“도련님, 평소랑 달리 진지한 모습에 많이 놀랐어.”“그럼, 나 배씨 집안의 여섯째 도련님인걸!”배경수는 말은 그렇게 해도 여전히 순둥순둥 강아지 같은 모습이었다. 배경수는 차설아를 훑어보더니 그녀에게 물었다.“근데 차설아, 아무리 그래도 연회에 참석하는데 너무 단아하고 보수적인 차림 아닌가?”“누나야! 버릇없게!”차설아가 호칭을 정정해 줬고 배경수는 어린아이처럼 유치하게 따졌다.“아니, 그럼, 배경윤은 왜 그렇게 부르는데? 나 몰라! 앞으로는 보스도 아니고 누님도 아니고 그냥 설아라고 할 거야!”“안 돼!”차설아는 훈계하듯 주의를 줬다.“보통은 연하가 누나라고 안 하는 건 딴마음이 있다는 건데. 너... 너 어쩌려고 그래?”“이혼도 하는 마당에 내가 마음 있으면 뭐 어때서?”배경수는 말 나온 김에 당당하게 인정해 버렸다. 그녀가 솔로로 돌아오기를 몇 년간 기다렸던 게 동생이나 하려고 기다린 것은 아니었으니까.차설아는 그저 웃어넘기면서 대꾸하지 않았다. 연회장 앞에 거의 다가와서 그녀는 여린 손으로 코트 단추를 풀더니 한쪽에 뿌려 던지고는 묶은 머리를 풀었고, 빨간 립스틱을 아랫입술에 바르더니 대범하게 입술을 위아래로 문질렀다. “보스, 아니 너무...”그런 모습을 본 배경수도 놀랄 정도였다.들어서는 순간 연회장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고 다들 그녀의 모습에 넋이 나갔다.차설아는 빨간색 튜브톱 롱 드레스로 늘씬한 각선미를 선보였고 그 모습은 명랑하고 밝은데 고귀함과 단아함까지 잃지 않았다. 특히 파격적인 옆 라인 트인 디자인은 개성 넘치면서도 여신 미가 더해져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
성도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차설아를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자신조차도 눈치채지 못한 소유욕이 꽉 찬 말투로 답했다.“당신 몸매가 드러낼 만하든 아니든! 그건 나만 알면 될 일이고. 여기서 다 드러내놓는 건 ‘날 좀 보소’ 하며 주목받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보여. 품위는 지켜야지. 나! 성도윤의 부인이라는 본인 신분을 잊지 말지 그래. 아무튼 단정하고 단아하게 기본은 지켜.”사실 방금 여기저기 남정네들이 눈이 휘둥그래져서 시선이 차설아만 따라가는 모습을 떠올린 성도윤은 알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올랐고 그 눈들을 파버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이거라도 걸쳐!”성도윤은 외투를 벗어 거칠게 차설아에게 걸쳐주며 꽁꽁 싸매듯 옷매무새를 만져줬다. 매혹적인 차설아의 눈빛에는 미소를 짓고 있지만 빈정상한 티가 났다.“꼰대 느낌! 성도윤 씨, 여기가 뭐 조선시대입니까? 제 몸은 제가 알아서. 내가 주목을 끌든지 받든지, 당신하고는 이젠 상관없지 않아?”말을 하던 그녀는 외투를 벗어 손가락에 걸고는 또박또박 전했다. “호의는 고맙지만, 사절할게.”말을 끝으로 성도윤의 블랙슈트가 그녀의 손가락에서 미끄러지듯 땅에 떨어졌고, 차설아는 도도한 자태를 뽐내며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자신의 길을 걸었다.“...”너무 쿨하고 또 가녀린 그녀의 뒷모습에 성도윤의 안색은 어두웠다. 화가 났지만... 그녀가 언급했듯 이젠 서로를 간섭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행사 사회자가 샴페인 잔을 치면서 자선 만회의 시작을 알렸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자선행사는 해안 시 전체 거물급 인사들이 총출동 한 자리였다. 성도윤, 차설아, 배경수는 맨 앞줄에 자리했고 소이서, 육장훈, 임채원은 그들 바로 뒤의 두 번째 줄에 앉았다.“채원 언니, 봐요. 내가 차설아 천하다고 했죠. 남정네들 꼬실 생각밖에 안 해요!”소이서는 차설아의 섹시한 뒷모습을 노려보며 이 갈듯이 불만을 토했고, 임채원이 그런 그녀에게 주의를 줬다. “이서야, 목소리 좀 낮춰. 누가 듣겠어.”
보석상자 안에는 핑크색 피치 펜던트가 조명 아래 반짝반짝 눈부시게 빛을 내뿜었다.“여러분께서 보시는 이 펜던트는 완전한 로즈 쿼츠를 잘라서 만들어 낸 작품으로, 로맨틱한 이름을 갖고 있어요. 이름하여 바로‘차공주', 일반적인 로즈 쿼츠의 펜던트가 아닙니다. 유럽의 한 나라 국왕께서 수양딸을 위해 전문으로 제작한 귀중품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이는 왕실에서 나온 보물이자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펜던트입니다. 현재 가치는 40억 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사회자의 설명에 빛이 나는 펜던트는 고귀함이 한층 더해졌고 무대아래 사람들의 감탄 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왔다. 이 또한 로즈 쿼츠 펜던트의 진귀한 정도를 반영해 줬다.자선행사장의 여인들은 소이서를 향해 부러운 눈빛을 쏟아냈다.“자기야. 준비한 서프라이즈 맘에 들어?”육장훈은 소이서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환심을 사듯 물었다. 소이서는 허영심이 제대로채워졌던지 입꼬리가 귀여 걸렸고 너무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앞자리의 배경수는 눈썹을 찡그리고 로즈쿼츠 펜던트를 유심히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로즈 쿼츠 자체는 광택도 그렇고 보통인데, 왕실의 껍데기를 씌웠을 뿐인데 40억이라 불리네요. 진짜 돈 많은 사람들이 바보로 보이나 봐요? ”“로즈쿼츠는 좋은지 몰라도, 왕실 출품 일지는...”차설아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소 짓고는 말을 내뱉지 않았다. 사회자가 진행을 이어갔다.“자, 이렇게 오늘 경매에 올려질 모든 기증품의 소개를 마쳤습니다. 현재까지 기부된 귀중품 중에 제일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작품은 육장훈 씨께서 소이서 양의 이름으로 기증한 로즈쿼츠 펜던트입니다. 그럼, 지금 소이서 씨를 무대로 모시겠습니다.”소이서는 뜨거운 환호 속에서 도도한 자태로 무대에 올라갔다. 그녀는 마이크를 잡고 가식적인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했다.“여러분의 박수갈채에 감사합니다. 오늘 너무 기분 좋네요. 자선행사로 이 자리에 함께하니 너무 기쁘고 설렙니다. 우리의 사랑 널리, 또 멀리 이어져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