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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성도윤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불쾌한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

“성 대표님, 해킹 거물 바람 님이 그룹 본사에 와 있습니다. 스파크가 누군지 직접 알려드리겠다고, 지금 대표님을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

성도윤은 그 말을 듣고 바로 몸을 일으켰다. 성대 그룹을 난장판 만들어 놓은 ‘스파크'의 신분을 밝힐 수 있다는 생각에 흥미를 느낀 듯하였다.

‘재밌네!’

“기다리라고 해. 지금 갈 거니까.”

성도윤은 전화를 끊고는 단정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하였다. 차갑고 절제된 성도윤의 모습에서 아까의 뜨겁고 정열적인 모습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차설아는 자연스럽게 통화 내용을 듣게 되었다. 사실 바람이라는 작자를 일찍부터 만나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던터. 이렇게 제 발로 나타나 주니 그녀로서는 이 좋은 기회를 그냥 놓칠 수가 없었다.

“도윤 씨, 이제 가?”

차설아는 남자의 우직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본사에 처리 할 일이 있어.”

“같이 가.”

성도윤이 뒤돌아서 실눈을 뜨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 또 무슨 꿍꿍이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성도윤은 겉모습은 얌전하고 유순한 그녀, 속은 시커멓고 엉큼한 예비 전처가 어떻게 나올지 가늠하기 어려워 두렵기도 했다.

“말을 해도 참... 명성 자자하신 성대 그룹 대표님께서 별거 다 걱정하시네. 여기 해안시에서 당신 앞에서 막 나가는 사람이 어딨다고. 제가 어찌 감히 꿍꿍이가 있겠나요?”

차설아는 방실방실 웃으며 성도윤에게 아양을 떨었고, 성도윤은 어디까지 하나 보자는 식으로 자세를 취하고 그런 그녀를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차설아는 침대에서 내려와 여유롭게 겉옷 하나를 집어 들고 얇은 잠옷 위에 걸치며 천천히 말했다.

“어젯밤 고민 많이 했어. 당신 얘기대로 그거, 쇼윈도 부부 내가 맞춰 줄게.”

“진심?”

성도윤은 약간 의외였고 검은 눈동자가 밝아지면서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차설아가 손을 휘이휘이 저으며 말을 막았다.

“당신을 위해서도 성씨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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