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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블랙 착장의 남자가 두 다리를 책상 위에 걸어 놓고 느긋하게 회전의자를 돌리고 있었고 오만방자함을 잔뜩 풍기고 있었다. 그는 빵떡모자를 푹 눌러쓰고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잘생긴 콧날과 얇은 입술만 드러냈다.

그가 바로 수많은 IT 인사의 우상인, 글로벌 해커 리그에서 4년 연속 우승을 거머쥔 사람. 해킹계 양대 산맥 중 한 사람인 거장 바람이다.

“바람 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저희 성 대표님 곧 도착하십니다. 곧!”

“기다리는 거 힘드시죠? 제가 어깨를 주물러 드리고, 다리도 두드려 드릴게요!”

오늘 운 좋게 우상을 만났다고 친필 사인받으러 온, 또 같이 사진 찍으러 온 직원들이 IT팀에 모여있었다. 이건 완전 핫한 연예인의 행차가 따로 없었다.

“다들 한가해?”

앞장서 걸어오던 진무열이 모여서 난리부르스를 떠는 직원들을 보고는 화가 났는지 엄포를 놓듯 물었고 직원들은 뒤에서 느껴지는 강한 기세에 갈래 길을 만들면서 뿔불히 흩여졌다.

“바람 씨,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이분이 저희 성 대표님이십니다.”

“대표님,해킹계 거물 바람 님입니다.”

진무열은 중간에 선 채 조심스럽게 서로를 소개 해주었다. 바람은 여전히 거들먹거리는 자세로 의자에 기대 채 전혀 일어나 예의 차려 인사할 의지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까딱하고는 삐딱하게 성도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성도윤도 바람을 내려다보면서 훑었다. 바람이 비아냥거리며 웃어 보였다.

“그분이시군요. 최근 들어 실검에 자주 오르신다는. 조강지처 버리고 밖에서 내연녀하고 애까지 만들어서 욕을 바가지로 드신다는 성도윤 씨?”

그 말에 모두가 흠칫 놀라며 숨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성도윤 옆에 서 있던 차설아 역시도 감탄해 마지않았다.

‘바람 이 인간, 성격이며 코딩하는 스타일이 정말 빼박이네. 공격력 만랩이야!’

“허허, 바람 씨 농담도 참!”

진무열은 한편으로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시도했고, 한편으로 성도윤이 혹여나 불쾌해하는지 슬쩍 눈치를 보았다. 걱정과 달리, 성도윤은 그쯤이야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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