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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은색 스포츠카에는 배경수가 있었고 그는 전방을 주시하면서 조심스럽게 페달을 밟았다. 행여나 차설아가 다치지는 않을까, 뱃속의 두 아이가 놀라지는 않을까 주의를 기울였다.

“설아, 넌 정말 말썽꾸러기야. 임신한 채로 술 마시러 나오다니, 시대를 앞서나간 태교 방법인데?”

“난 술 안 마셨어.”

조수석에 앉은 차설아는 머리를 짚은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고 걱정거리가 많은 모습이었다.

털털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배경수는 섬세한 사람이었다. 그는 단번에 차설아가 성도윤과의 일로 골치 아파하는 걸 알아챘고 떠보듯 물었다.

“설아, 아직 완전히 이혼한 건 아니니까 선택은 그 쪽한테 맡기고 임신했다는 사실을 얘기해 보는 건 어때? 내가 관찰했는데 그 사람 너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어. 적어도... 소유욕은 있어.”

그렇지 않으면 배경수 차에 올라타는 걸 보고 표정이 굳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남자의 입장으로 볼 때 여자에 대한 소유욕이 남아있는 한 그들 관계는 끝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설아가 목숨 걸고 그 사람을 구했으니 널 선택하겠지.”

“그만해!”

차설아는 그의 말을 자르고선 싸늘하게 노려봤다.

“내가 왜 그 사람한테 선택받아야 하는데? 나한테 좋은 게 뭐가 있어? 천대받는 며느리 생활? 아니면 남편이 바람피우는 걸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사람들의 놀림거리가 되는 거? 미치지 않고서야 그걸 어떻게 버텨!”

소유욕은 사랑이 아니다. 임채원을 대하는 성도윤의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맞는 말이야!”

정신 차린 차설아의 모습에 배경수는 마음이 한결 놓였다.

“4년 동안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다가 정신 차린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네! 그래도 아이한테는 아빠가 필요하니까 내가 계속 연기할게.”

배경수의 두 눈은 반짝이고 있었고 애틋함을 보이는 그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차설아는 그를 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맞고 싶어?”

순간 움찔한 배경수는 꼬리 내린 강아지처럼 얌전해졌다.

“알겠어, 삼촌이야, 삼촌. 이제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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