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찬은 큰 자책감을 느끼고 있었다.“제가 형을 말렸어야 했는데….”강성연이 몸을 휘청거리더니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반지훈이 얼른 그녀를 부축했다. 그가 소찬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지금은 어떤 상황이야?”소찬이 대답했다.“아직 응급 처치 중이랍니다. 그쪽 말로는 상처가 깊어 빨리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합니다.”“형한테 무슨 일 생겼어요?”현관을 들어서던 반재신이 마침 그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돌아서서 반재신을 확인한 소찬이 몸을 흠칫 떨었다.‘이 사람이 바로 재언 형의 동생?’두 사람은 닮아도 너무 닮았다.반재신이 다가오며 말했다.“아버지, 제가 S 국으로 갈게요. 형한테 사고가 났다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요.”반지훈이 말했다.“나랑 같이 가. 간 김에 네 형 상태도 살펴봐야겠어. 상황이 어떻든, 병원에 연락해서 무조건 네 형의 목숨을 살려놓으라고 해!“ 반재신이 위층으로 올라가 간단하게 짐을 쌌다. 반지훈이 강성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성연아, 나 잠깐 갔다 올게.”강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모두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반지훈이 그녀를 꼭 껴안았다. “걱정 마. 우리 아들 데리고 무사히 귀국할 테니까.”반재신이 먼저 아래로 내려가고 그 뒤로 반지훈이 따랐다. 소찬도 막 그들 뒤를 따르려는데 강성연이 그를 불러 세웠다.“그럼, 부탁할게.”도장 안, 남우는 오늘따라 마음이 뒤숭숭했다. 하루 종일 반재언한테서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시월은 그녀가 자꾸만 멍하니 앉아있기만 하자 웃으며 다가갔다.“아가씨, 지금 재언 도련님 생각하시는 거예요?”“아니거든.”그녀가 휴대폰을 넣으며 말했다.시월이 그녀의 곁에 앉았다.“아가씨는 현재 도련님 아이까지 품고 계시는데 보고 싶으시면 보고 싶다 말하면 되죠. 뭐 굳이 숨기려 하세요?”남우가 시월을 힐끗 노려보았다.“나 요즘 느낀 건데, 너 도장에 나오기 시작한 후로 말이 많아졌어. 저 자식들과 있으면서 나쁜 것만 배운 거 아니
형의 옷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오자 소찬이 깜짝 놀라며 반재신을 훑어보았다.“이거 닮아도 너무 닮았는데?”쌍둥이라 원래 닮았는데다가 일부러 분장까지 하니 아예 같은 사람처럼 보였다.반재신이 정장 외투를 툭툭 털어내며 말했다.“이제 병원으로 가자.”소찬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점심이 되고, 반재신은 형인 척 연기하며 퇴원 수속을 마쳤다. 그의 곁에는 다민과 소찬도 함께 있었다. 다민이 그를 대신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반재신이 차에 오른 후 소찬과 다민도 차에 올랐다.멀지 않은 곳에서 한 남자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럴 수가! 분명 엄청 크게 다쳤다고 했는데…”문뜩 뭔가를 떠올린 남자가 서둘러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반재언 방금 퇴원했습니다. 다쳤다던 건 아마 거짓말인 것 같습니다.”한편 호텔 스위트룸.젊은 남자가 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을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가 싸늘한 눈빛으로 곁에 서 있는 중년 남자를 바라보았다.“반재언이 중상을 입은 게 정말 확실해?”“화… 확실합니다. 차에서 구조되어 나올 때 분명히 온몸이 피로 범벅되어 있었습니다.”중년 남자가 부들부들 떨며 대답했다.남자가 미간을 찌푸렸다.“그 말이 사실이라면 어떻게 반재언이 오늘 퇴원할 수가 있어! 분명 무슨 수작을 부린 거야. 빨리 병원에 가서 확인해 봐.”밖으로 나가려던 남자는 순간 문 앞에 서 있는 올리카를 확인하고는 흠칫거렸다.“올리카 아가씨?”올리카가 남자를 밀치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제임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너 미쳤어?”제임스가 소파로 다가가 앉더니 술잔을 들고 흔들었다.“올리카, 난 너를 위해서 그런 거야. 네가 그놈을 좋아하는데 그놈은 너를 여자로 생각하지도 않잖아. 그놈이 너한테 그런 모욕을 줬는데 당연히 내가 복수해 줘야지.”올리카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쳤다.“제임스, 그 사람들이 네가 벌인 짓이라는 걸 알게 되면 널 가만둘 것 같
다민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올리카의 시선을 가로막았다.“죄송합니다 올리카 씨. 재언 도련님께서 아가씨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으십니다.”올리카는 결국 잔뜩 풀이 죽은 채 별장을 나섰다. 차에 올라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만약 반재언이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상냥하게 대했다면 제임스가 한 짓을 알려줬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무정했다.별장 안, 반재언은 커피 잔을 들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아까 그 여자, 우리 형한테 계속 저렇게 매달라고 있어?”다민이 대답했다.“그건 아닙니다. 다만 저희 모두 올리카 씨가 재언 도련님한테 마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재언 도련님께서 사모님과 함께 돌아오셨었는데 올리카 씨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셨거든요. 그것 때문에 화가 난 도련님이 그녀와 파라다이스의 왕래를 끊으셨습니다.”반재신이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다.“저 여자는 형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걸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그건 저도 궁금했던 참이었습니다. 혹시 소찬이 말했을까요? 소찬은 아직 올리카 씨가 벌인 짓을 모르고 있으니까요. 그녀와 사이도 나쁘지 않았고요.”다민은 혹시 소찬이 실수로 말을 흘린 건 아닌지 의심했다.반재신이 고개를 저었다.“소찬은 우리 계획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실수를 했을 리가 없어.”다민이 다시 고민에 잠겼다.“그럼 대체 누가 알려줬을까요?”…한편 반지훈은 비밀리에 반재언을 다른 병원으로 전원 시켰다. 그 사실은 병원장만 알고 있을 뿐 기타 의료진은 아무도 몰랐다. 또한 환자에 관한 정보도 절대 새어나가지 못하게 철저히 입막음 시켰다.병원 역시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자연스럽게 말을 아꼈다.전원 해 간 사립 병원은 환자의 개인 정보에 대해 절대 함구하기로 유명한 병원이었기에 비록 입원 비용이 비쌌지만 그만큼 안전했다.반지훈은 이틀 연속 반재언의 곁을 지키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그가 잠깐 눈을 붙이고 있는 사이 갑자기 옆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다민이 그에게 다가갔다.“회장님.”반지훈이 그의 귓가에 뭐라 속삭이자 다민이 취조실 안으로 들어가 경찰에게 말을 전했다. 경찰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자를 돌아보았다.“네가 아무리 범행을 부정해도 상관없어. 네가 범인이라고 지목한 사람이 나타났거든.”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쳤다.“그럴리가 없어!”경찰은 다민이 건넨 태블릿 PC를 그의 앞에 놓아주었다.“아는 얼굴이겠지?”남자의 몸이 굳어졌다.그가 중년 남자와 주차장에서 이야기를 나눈 장면이 찍힌 것이다!분명 그렇게나 신중하게 움직였는데!경찰이 말을 이었다.“네 배후에 있는 사람은 너희 둘 중 한 사람을 버려야 했겠지. 그리고 아마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너를 희생하기로 결정했을 거야. 어차피 너도 스스로 그 책임을 질 생각이었잖아? 그럼 우린 다른 한쪽을 놓아줄 수밖에 없어.”경찰이 다른 경찰에게 방금 한 말을 전하라 지시하는데 남자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제임스가 시켰어요.”…서울.남우는 양반다리를 한 채 소파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기분이 다운되다 못해 우울할 지경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새카만 휴대폰 화면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그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 회답 문자도 보내지 않는다. 도대체 어쩌자는 거지?아니면,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남우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는데 가사도우미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어디 가시려고요, 사모님?”그녀는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으며 답했다.“잠깐 나갔다 올게요.”문을 연 순간 문밖에 서 있는 강성연이 보였다. 남우가 당황하며 말했다.“사모님…”강성연이 웃으며 물었다.“어디 가는 중이었어요?”“아.. 저 그게…”남우가 한참을 머뭇거리더니 결심을 내린 듯 그녀에게 물었다.“사모님, 혹시 반재언한테 무슨 일 생겼나요?”강성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우리 일단 들어가서 말할까요?”그녀의 말에 남우는 정말로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남우가 몸을 돌리
반재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졌다.“고작 그런 일 때문에 나한테 복수한다고?”“그 자식 처음부터 형을 아니꼽게 보긴 했어. 이제 그놈이 벌인 짓이라는 것도 확실해졌으니 더 이상 도망도 못 치겠지.”그 시각 호텔에 머물고 있는 제임스는 아직 자신이 벌인 행각이 들통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는 올리카와 한차례 격정적인 시간을 보낸 후 그녀의 마음을 달래며 말했다.“걱정 마. 그놈이 너를 냉대한 것까지 내가 대신 철저하게 복수해 줄테니.”올리카는 그를 등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초인종이 울리자 제임스는 자신의 부하가 돌아온 줄 알고 가운을 걸친 채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러 나갔다.문을 연 순간 제임스는 눈앞의 상대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다민에게 발로 차여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다민이 사람들을 이끌고 방안으로 쳐들어왔다. 그 뒤로 반재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여전히 형의 행색을 하고 있었고, 올리카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이불만 붙잡고 있었다.“재… 재언아.”두 사람의 적나라한 모습을 확인한 다민이 불쾌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진짜 한통속이었네요.”“아니, 아니에요…”올리카가 뭐라고 해명하려고 했지만 반재신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제임스는 바닥에서 일어나 반재신을 노려보았다.“이렇게나 빨리 날 찾아내다니. 반재언, 꽤 중상을 입었다고 들었는데 너무 빨리 일어난 거 아닌가?”분명 중상을 입었다고 했었다. 차에서 구조될 때에도 온몸에 피를 뒤집어썼다고 들었으니 그 정도면 죽지는 않더라도 한동안은 병원에 누워있어야 말이 되었다. 하지만 반재언은 너무나 멀쩡하게 자기 앞에 서 있었다.그러자 반재신이 피식 웃었다. 그의 눈가에 자비라고는 전혀 없었다.“놀랐어? 아쉽지만 당신이 고용한 사람이 당신을 배후로 지목했어.”제임스의 얼굴이 살벌하게 이그러졌다.“그놈들한테 네 차를 아주 뭉개버려라고 지시했어야 했어. 적어도 어디 한쪽은 병신 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다민이 참지 못하고 제임스한테 주
소찬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꺼냈다.“여사님, 재언 형이 일부러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리고 형이 정말로 여사님이 갖고 있는 그 드레스를 빌리고 싶어 하고 있거든요.”그러자 헤라 부인이 고개를 들더니 안경을 추켜올렸다.“웨딩드레스를 빌리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오면 되지. 왜 네가 나서서 참견이야.”“저야 당연히 형을 생각하는 마음에 나선 거죠. 형이 직접 와서 얘기를 하려면 적어도 2 주는 지나야 하는데, 그러면 돌아가자마자 식을 올려야 하거든요. 여사님께서 빌려주지 않으면 형이 돌아가서 와이프 분을 볼 낯짝이 없을 거 아니에요.”소찬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재언 형이 그 드레스를 빌리려고 목숨까지 잃을뻔한 거 아시잖아요.”“그 자가 다친게 지금 내 탓이라는 거니?”“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소찬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여사님, 제 말은 재언 형이 그 정도로 그 드레스에 대해 진심이니까 이번 한 번만 빌려주셨으면 좋겠다는 거였죠. 아무렴 반나절이라도 돼요.”헤라 부인이 드라이플라워를 꽃병에 꽂아 넣더니 꽃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결혼식 전 날에 내가 그를 만나러 갈 거야.”소찬은 그 말이 드레스를 빌려주겠다는 말인지, 아니면 거절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돌아가서 반재언한테 그 말을 전하자 반재언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번 일은 너한테 고마워해야겠네.”“고맙다고? 헤라 부인은 빌려주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반재언이 잡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여사님 뜻은 드레스를 직접 가져오겠다는 거야. 그게 아니면 뭐 하러 결혼식 전 날에 나를 찾아오겠다고 하셨겠어?”소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렇게 쉽게 허락하신다고?”그가 웃으며 침대 머리에 등을 기대며 가볍게 말했다. “네가 나를 완전히 불쌍한 놈으로 몰아갔으니 동정심이 드셨겠지.”그때 다민과 반재신이 병실로 들어왔다. 제임스는 청부 살인의 주모자로 밝혀져 이미 수감된 상태였다. 항소를 신청했지만 전부
”아버지는 지금 연씨 가문에 가셨어.”…. 같은 시각 연씨 가문.반지훈과 육예찬이 서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반재언의 사고를 전해 들은 육예찬이 그에게 물었다.“재언이는 지금 괜찮은 겁니까?”“일주일 동안 치료받고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입니다. 다음 주면 퇴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네요.”육예찬이 찻잔을 들며 말했다.“다음 주요.. 잠깐만요, 재언이 결혼식이 9일 아니었던 가요?”반지훈이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어쩌겠습니까. 결혼식은 중순으로 조금 미뤄야죠. 밸렌타인데이도 결혼식 하기 좋은 날 아니겠습니까.”육예찬이 멈칫거리다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가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것도 그러네요. 2월 14일이면 확실히 좋은 날이긴 하죠.”“누가 결혼을 한다고요? 재언이가요?”송아영이 디저트를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그러자 육예찬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구겠어. 당연히 당신 양아들 재언이지.”“너무 잘 됐다!”그녀가 디저트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마침 저희들도 갈 생각이었거든요. 재언이 결혼식에 우리가 빠져서는 안 되죠.”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났다.반재언은 퇴원을 마치고 반지훈, 반재신과 함께 귀국했다. 남우와 강성연 그리고 진예은이 공항에서 그들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남우는 반재언의 모습을 발견한 순간 달려가 그의 품에 안겼다. 반재언도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나 다녀왔어.”남우가 반재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웃음을 터뜨렸다.“응.”반재신은 진예은한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녀는 반재신을 바라보며 그저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반지훈이 강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약속 지켰어. 가서 우리 아들 두 명 다 무사히 데리고 왔어.”강성연이 풋 하고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의 외투를 정리해 주었다.“하하. 네, 알겠어요. 정말 수고 많았어요.”그녀가 아이들을 돌아보며 물었다. “자, 이제 다들 집에 갈까?”반재언은 남우의 손을 꼭 쥐고
“응, 정말 마음에 들어! 마치 무수히 많은 별이 놓인 하늘 아래에 서 있는 기분이 들어. 손응 조금만 뻗어도 만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공중을 향해 손을 높게 뻗었다. 마치 천장에 있는 별을 잡기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그때 무언가 떠오른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돈 많이 썼어?”반재언이 그녀의 곁에 멈춰 서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상관없어, 너만 좋으면 되니까.”“고작 한 번 하는 결혼식에 돈을 이렇게나 많이 쏟아부었다는 걸 아빠가 알게 되면, 나 엄청 깨질지도 몰라.”그러자 반재언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럼 회장님께서 내가 거금을 들여 드레스를 맞춰준 걸 아시면 쓰러지시겠는데?”남우는 그저 입술만 삐죽 내밀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반재언은 그런 그녀의 머리를 계속하여 쓰다듬었다.“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야. 여한이 남게 하고 싶지 않아.”그때, 웨딩플래너가 공손하게 다가와 웃으며 물었다.“도련님, 현장 보셨습니까? 마음에 드시나요?”반재언은 남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수고했어요. 제 아내가 무척 마음에 들어 하네요.”“아닙니다, 당연히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인데요. 결혼하는 모든 분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최선의 결과를 보여줄 겁니다. 도련님과 사모님께서 만족할 수 있다니 다행입니다.”남우가 물었다.“천장에 신경을 많이 썼겠어요.”웨딩플래너가 고개를 약간 숙이며 대답했다.“네, 천장에 신경을 많이 쓴 건 사실입니다. 사모님 마음에 드신다니 이제야 저희들도 시름을 놓을 수 있겠어요.”웨딩플래너가 떠난 후 반재언은 곧바로 헤라 부인의 전화를 받았다. 그가 남우를 돌아보며 말했다.“자, 이제 드레스 입어보러 가자.”헤라 부인이 먼저 국제 호텔에 도착했고 뒤이어 도착한 반재언과 남우를 소찬이 맞이했다.소찬이 두 사람을 객실로 안내했고, 헤라 부인을 발견한 반재언은 반갑게 다가가 포옹을 했다.“직접 와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헤라 부인은 싱긋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