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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염무현,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거지? 너 때문에 가족들이 비참하게 지옥 같은 나날들을 보냈는데 그것만으로도 모자란 거야?”

염무현은 충격으로 말문이 막혔다.

우예원이 그저 실망하고 원망하는 줄만 알았는데 증오의 감정이 뼛속까지 깊이 박혀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초췌한 우현민의 모습과 산전수전 다 겪은 듯한 정은선의 모습은 또래보다 열 살 정도 늙어 보였고 염무현 역시 이를 일찌감치 발견했다.

특히나 정은선의 거친 손은 동상을 입은 듯 여기저기 갈라져 있었다. 아직 늦가을, 기껏해야 초겨울에 불과한 날씨인데 추운 겨울이 되면 두 손이 어떻게 변할지 감히 짐작할 수도 없었다.

가슴이 미어진 염무현은 자기 뺨을 내려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우예원의 말대로 감옥에서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생각조차 쓰지 않았다.

그는 순진하게도 자신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아무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 다들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착각했다.

현실은 정반대인데 말이다.

“네가 힘든 건 다 못난 이 아빠 탓이야. 무현이랑 아무 상관 없어.”

우현민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말을 이었다.

“무현이가 왜 들어갔는지 잊었어? 나쁜 놈들이 아내를 괴롭히고 있는데 그걸 가만히 지켜볼 수 있는 남자가 어딨니? 무현의 행동은 남자로서 당연한 거야. 잘못한 거 없어. 예원아, 어쩌면 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조차 없니? 실망이구나.”

우예원은 다급해졌다.

“제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한다고요? 설사 아빠 말이 다 맞다고 하더라도 양희지 씨를 구하려고 나선 거면 양씨 가문에서 이 모든 걸 떠안아야죠. 양씨 가문의 상황이랑 우리 가족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모르시겠어요? 그 인간들은 도와줄 여력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눈 감고 있다고요. 이런 상황에서 돈마저 뜯어가려는 뻔뻔함까지 가지고 있으니...”

정은선은 허심탄회하게 말했다.

“예원아, 양씨 가문이 잘사는 건 그 사람들의 능력이야. 도와줄지 말지는 그들의 선택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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