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시, 서씨 가문.거실 안은 긴장감이 감돌았다.큰 키에 네모난 얼굴을 가진 남자가 차마 쳐다볼 수 없을 만큼 강한 포스를 풍기며 앉아있었다.“운혁의 상황은 어때?”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이 사람은 다름 아닌 지하 세계의 일인자이자 공규석만큼 명성이 자자한 또 다른 거물, 서경철이다.공규석이 영역을 바꾼 틈을 타 서씨 가문이 많은 걸 차지했고 그 덕분에 서경철의 지위도 덩달아 높아졌다.서경철의 맞은편에 서 있는 그와 매우 닮은 젊은이는 아들인 서운범이다.청출어람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듯 잔인함을 놓고 봤을 땐 서운범이 한 수 위다. 서경철은 적어도 세상의 윤리를 지키는 사람이지만 서인범은 모든 일을 자신의 기분대로 처리하는 꼴통이다.“두 다리와 팔 하나가 부러져서 지금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최고의 정형외과 전문의를 모셔 왔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서운범이 답했다.서경천은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누가 한 짓인지 알아봤어?”서운범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상하게도 그 사람에 대한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라면 흔적을 남기기 마련인데 마치 증발한 것처럼 아무것도 없습니다. 심지어 우현민 부부도 갑자기 자취를 감춰 지금 대대적으로 수색하고 있습니다.“이 도시에서 염무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감옥에서 4년을 지낸 데다가 특별한 신분 때문에 그의 개인정보는 일급 기밀에 속했기에 그들뿐만 아니라 제원시의 그 누구도 열람할 권한이 없었다.서경철은 화를 냈다.“쓸모없는 것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찾아내. 서씨 가문을 건드린 자는 무조건 목숨으로 갚아야지. 처리안하고 넘어갔다가는 다른 사람들이 우릴 얕볼 수도 있어. 그리고 공씨 가문도 계속해서 주시해. 공규석 그 자식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딸이 자선 파티를 여는 게 이상하지 않니?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어. 이틀 뒤에 자선 파티 열린다고 하던데 네가 직접 가서 알아봐.”서운범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동료는 매우 못마땅했다.“뭐가 됐든 사람을 때린 건 잘못된 행동이에요. 감옥살이를 한 거면 상황이 심각했다는 뜻인데, 인성이 글러 먹은 사람인 게 분명해요.”우예원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언짢았다.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저도 모르게 염무현의 명성을 신경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다. 감옥살이를 하게 된 건 자업자득이고, 솔직히 그에게 빚진 건 아무것도 없다.매니저는 눈을 반짝이더니 웃으며 말했다.“우리 여신 예원 씨의 심기를 건드린 자식은 절대 회사에 들어오면 안 되죠. 이름이 뭐예요? 제가 지금 바로 인사팀에 가서 얘기해 볼게요.”우예원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제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죠? 역시 도 매니저님은 아주 현명하시네요.”매니저의 이름은 도명철, 재벌가의 금수저로 자산만 수백억이 넘는다고 한다.경험을 쌓기 위해 입사했다는 건 핑계에 불과할 뿐 그저 심심해서 회사에 나온 거나 다름없다.도명철은 우예원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했고 반드시 여자 친구로 만드리라 다짐했으나 우예원은 그의 재력 공세에 쉽게 넘어온 평범한 여자들과 달랐다.배운 집에서 자란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빠에게 사람 됨됨이에 관한 교육을 받았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받으며 자랐다.하여 도명철의 공세에도 질질 끌지 않고 단칼에 거절했다.어쩌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승부욕일지도 모르지만, 도명철은 거절당했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용기를 냈다.특히나 지금처럼 우예원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그녀의 칭찬에 입이 귀에 걸린 도명철은 겸손함을 보였다.“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죠. 예원 씨는 좋은 소식만 기다리고 있으면 돼요. 아참, 저녁에 같이 식사할래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새로 생겼는데 같이 가볼래요?”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그는 바로 데이트 신청을 했다.도움 주고 밥까지 산다는 사람을 매정하게 거절할 리가 있겠는가?우예원이 난처함에 몸 둘 바 모르던 그때 타이밍 좋게 핸드폰이 울렸다.“죄송해요, 아빠한테
연남의 어느 한 호텔.이 호텔에 우현민 부부를 머물게 한 이유는 이곳이 공씨 가문의 영역이라 감히 그 누구도 소란을 피우지 못하기 때문이다.공혜리는 호텔 전체를 대여했고 우현민 부부를 제외한 다른 손님은 전부 공씨 가문의 경호원으로 그들의 안전을 책임졌다.우예원은 의심을 잔뜩 품은 채로 방으로 걸어가 노크했다.“예원아, 얼른 들어와.”문을 연 사람이 정은선인 걸 보고서야 경계심을 풀었다.방안에는 우현민 외에 염무현도 있었다. 그녀는 염무현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왜 불렀어요? 전 싫어하는 사람이랑 같이 밥 먹고 싶지 않아요.”우현민은 호통치며 말했다.“말 함부로 하지 마. 오후에 무현이 덕분에 나랑 네 엄마가 살았다. 그리고 사채업자들한테서 6,000만 원 돌려받을 수 있게 도와줬어.”“네? 거짓말하지 마요. 저 인간이 무슨 능력으로 그걸 해결해요.”기억 속의 염무현은 아버지인 우현민과 마찬가지로 공부밖에 모르는 범생이였다. 그런 사람이 악랄하기로 소문난 양아치 사채업자한테서 돈을 받아냈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우현민과 정은선은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며 계좌이체 문자를 우예원에게 보여줬고 증거를 보자 그녀도 할말이 없었다.“6,000만 원이야. 많은 돈은 아니지만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거야.”우현민은 웃으며 말했다.그는 늘 딸에게 빚졌다고 생각했기에 돈이 생긴 지금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그리고 염무현이 없었다면 돌려받기는커녕 사채업자들에게 돈을 더 내어줬을 수도 있다.하여 우현민은 이 돈을 두 사람에게 쓰기로 결심했다. 일단 출퇴근 편의를 위해 차부터 살 계획이었다.우예원은 믿기지 않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지만, 염무현에 대한 증오감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처음부터 너 때문에 생긴 빚이니까 돌려받는 게 당연한 거야. 고마워할 마음 따윈 없으니까 착각하지 마.”염무현은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어.”우예원은 말을 이었다.“6,000만 원 말고도 우리 아빠가 너 때문에 2억 썼으니까 갚아
염무현은 전화를 끊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이때, 아래층에서 검은색 벤츠 한 대가 다가왔다. 벨보이가 문을 열어주려는 데 누군가 먼저 앞으로 돌진했다.“내가 할게.”값비싼 맞춤 양복을 입고, 머리를 반듯하게 빗은 이 남자는 바로 남도훈으로, 양희지에게 목매고 있는 사람이었다.4년 전, 남도훈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병상에 누워있을 때, 사과하러 온 양희지를 보고는 첫눈에 반했다.남도훈은 즉시 양희지 일가를 용서했지만, 염무현은 그대로 지나칠 생각이 없었다.지난 4년 동안, 남도훈은 끊임없이 그녀에게 애정 공세를 펼쳤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바로 지금처럼.“어떻게 도련님이 문을 열어줘요?”양희지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남자는 멋진 척하며 공손하게 말했다.“여신님의 문을 열어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양희지는 검은 스타킹을 신은 예쁜 다리를 내디디며 빙그레 웃었다.“감사해요. 도련님도 오늘 자선 파티에 관심 있으신 거예요?”양희지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늘씬한 기럭지, 드레스로 더욱 돋보이는 완벽한 S라인 몸매, 또렷한 이목구비와 범상치 않은 분위기로 단연 시선을 압도했다.남도훈의 눈에서 연신 이상한 빛이 번뜩이더니 웃으며 말했다.“자선 파티에는 관심 없어요. 공씨 가문에서 개최한다고 해도요. 전 오늘 희지 씨 도우러 온 거예요.”양희지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비쳤다.“저를 돕는다고요?”“아저씨가 저한테 전화하셨어요. 양씨 가문이 골드 파트너가 되려 하는데, 서해에서 저희 가문의 위치와, 공씨 가문과 오랜 관계를 감안하면, 제가 희지 씨를 도와 계약을 따내는 건 문제가 없다고 하던데요?”남도훈은 자신만만해서 말했다.다른 쪽 차 문에서 내리던 조윤미가 이 말을 듣고 화색이 돌았다.“너무 잘됐네요! 감사드려요. 만약 일이 성사된다면, 도훈 도련님은 저희 YH 그룹의 큰 은인이세요.”만약 YH그룹이 성공한다면, 대표 비서인 그녀도 당연히 덕을 볼 것이다.“별말씀을
“안 돼요!”양희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거절했다.남도훈과 조윤미의 이상한 표정을 보고는 서둘러 설명했다.“오늘은 공씨 가문이 준비한 행사예요. 전부 귀한 분들이 오신 자리에서 소란을 피우면 저희 이미지만 손상 받죠.”“제 말은 저런 사람 때문에 도련님의 명성과 미래를 망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에요.”남도훈은 빙긋 웃더니, 눈에서는 음흉한 기색이 계속 흘렀다.“그래요. 그럼 아주머니와 준우의 원한을 풀어주는 셈으로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이나 주죠.”양희지가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묵인한 셈이다.“두고 봐요!”남도훈은 저벅저벅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염무현, 거기 서!”염무현은 뒤를 돌아보았지만, 확실히 모르는 사람이었다.“누구시죠?”당시 염무현은, 남도훈이 붕대를 감고 얼굴이 돼지머리로 부은 사진을 보았으니, 지금 못 알아보는 것도 당연했다.남도훈은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고는 눈동자를 희번덕이며 말했다.“4년 전, 네가 술병으로 내 머리를 때려 입원하게 했잖아. 벌써 잊었어?”“아니면 감방에서 호의호식하느라 건망증까지 생겼나?”염무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남도훈?”“맞아, 내가 바로 남도훈이다! 여기는 뭐하러 왔어? 경고하는데, 환상 같은 건 품지 말고, 파티에 끼어들 생각도 하지 마. 그럴 시간에 거울로 네 얼굴이나 좀 쳐다봐. 어디 길바닥에서 노점상 하다 왔어? 창피하지도 않아?”남도훈은 조롱하며 말했다.하지만 염무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수상쩍은 두 여자를 노려보며 오히려 되물었다.“양희지가 널 부른 거야?”“맞아. 여긴 왜 왔냐고 묻잖아!”남도훈은 목을 빳빳이 쳐들고 의기양양해서 말했다.‘내가 널 감옥에 보냈을 뿐만 아니라, 이젠 네 여자도 얻을 생각이야.’곧 양희지를 품에 안고, 그녀가 자기 앞에서 아양을 떠는 모습을 생각하면, 남도훈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염무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맞받아쳤다.“그게 너랑 뭔 상관이야?”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자리를
문 앞에 있는 한 양복 차림의 남자가 염무현을 막아 세웠다.“죄송하지만, 초대장 보여주세요.”염무현은 초대장이 있는 줄도 몰랐다. 양복남은 그의 표정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죄송하지만 오늘 파티는 초대장 없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공혜리가 그에게 내려오면 전화하라고, 그녀가 직접 마중 나오겠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하지만 그는 괜히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이 일을 뒷전으로 밀어버렸다.그가 휴대폰을 들려는데, 양복남이 갑자기 눈을 반짝이더니 물었다.“혹시 염 선생님이세요?”“네, 제가 염무현입니다.”양복남은 순간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저를 아세요?”염무현은 의아했다.“그저께 병원에서, 범식이 형 곁에 있으면서 운 좋게 선생님을 한 번 뵈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가씨에게 알리겠습니다.”남도훈은 멀리서 이 모습을 보고는 입이 귀에 걸렸다.“내가 뭐라고 했어요? 저 녀석 분명 문전박대당한다고 했죠? 주제도 모르고 감히 여기까지 오다니. 공씨 가문 경호원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곧 고생길이 열리겠네요.”조윤미도 덧붙였다.“무전기까지 꺼낸 거 보니 진짜 사람을 불러 혼내주려나 본데요? 오늘 운이 좋네요. 대문 앞에서 이렇게 재밌는 구경을 하다니.”양희지는 눈살을 찌푸리고 뭔가 말하려 했지만, 끝내 침묵을 지켰다.대문 앞에서 우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 명의 경비원이 뛰쳐나오는 것이 보였고, 영문도 모르는 하객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저 자식 대체 누구 심기를 건드린 거야? 이 태세를 보니 당장 맞아 죽겠는데?”남도훈은 크게 흥분했다. 그는 공씨 가문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요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사업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한때 지하의 왕이었던 공씨 가문은 항상 흉악하고 잔혹하기로 유명했다.감히 공씨 가문에 대항하는 자는 그 누구도 빛을 보지 못했다.‘이 시골 촌뜨기, 넌 오늘 죽었다!’마치 이미
양희지 일행과 모든 하객들이 의아해하는 가운데, 염무현은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오늘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오늘 파티는 아주 중요하니,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김범식은 동생들에게 당부하고는 급히 염무현의 뒤를 따랐다.남도훈은 눈앞의 광경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노점상 옷차림을 하고, 게다가 감옥에서 막 풀려난 녀석을 왜 공씨 가문은 이렇게까지 대접하는 것일까?공씨 가문은 절대 보통 집안이 아니다.서해 시에서, 재계와 정계 거물들도 공씨 가문에 굽신거리고 아부해야 하는 존재이다.남씨 가문도 줄곧 공씨 가문에 의지하여 돈을 벌었고, 남도훈의 아버지가 평소 공규석을 한 번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웠다.그런 공씨 가문이 지금 염무현에게 이렇게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히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어떻게 된 거죠?”남도훈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양희지를 보며 물었다.양희지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제가 어떻게 알아요? 출소하자마자 이혼했어요.”“맞아요, 저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조윤미가 다급하게 말했다.남도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이상하네요.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공씨 가문의 대접을 받게 된 거죠?”그는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알겠어요! 분명 야비한 수단을 써서 공씨 가문을 속인 게 틀림없어요!”“그게 가능할까요?”양희지는 그의 말이 의심스러웠다.공씨 가문이 그렇게 잘 속으면, 어떻게 서해 시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을까?남도훈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죠. 공씨 가문도 사람이니, 당연히 실수를 저지를 수 있죠.”“물론, 공씨 가문이 멍청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기꾼이 아주 총명하다는 거죠. 희지 씨 전남편은 분명 감옥에서 잔재주를 배웠을 거예요. 제 눈은 못 속여요!”조윤미는 걱정스레 말했다.“그럼 어떡하죠? 만약 염무현이 공씨 가문 라인을 타게 되면 저희만 손해잖아요?”남도훈은 자신 있게 웃었다.“그거야 간단
양희지는 활짝 웃었다.“너무 잘됐네요. 감사해요, 도련님.”“왜 아직도 도련님이라고 불러요?”남도훈은 일부러 기분 나쁜 척 말했고, 그녀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호칭을 고쳤다.“도훈 오빠...”“맞아요! 바로 그거예요.”목적에 달성한 남도훈은 순식간에 웃음꽃이 피었다.파티장.김범식은 조심스럽게 염무현의 곁을 따라다니며 말했다.“아가씨께서 곧 모시러 올 겁니다!”“그럴 필요 없으니, 가서 일보세요.”염무현은 이런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았고, 혼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김범식은 감히 그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서둘러 공혜리를 찾았다.위층 사무실에서 비서가 한창 보고하고 있었다.“아가씨, YH그룹의 양희지 대표님이 오셨어요.”“뭐?”공혜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걸 왜 이제야 말해?”비서는 깜짝 놀라 급히 해명했다.“저도 방금에야 알았어요. 공 회장님께서 계실 때, 늘 YH그룹을 도와주셔서 저도 바로 보고드리러 왔어요.”사실, SJ그룹의 고위층 인사들도 공규석이 왜 그러는지 몰랐다.YH그룹은 그저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소기업으로, SJ그룹과 같은 업계 거물 앞에서 그저 땅강아지에 불과했다.유일하게 내세울 만한 것이라곤, 예쁜 미녀 대표였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많은 사람들은 공규석이 그 미녀 대표에게 반해서 도와주었다고 생각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두 사람은 스캔들 한 번 난 적이 없었다.사실, 공규석과 양희지는 일면식도 없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공혜리는 미모로 유명한 대표가 바로, 신의 염무현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이혼한 사실은 아직 몰랐다.“양희지가 어떤 초대장을 갖고 왔지?”“보통 초대장이었어요. 그것도 남씨 가문을 통해서 받았고요.”공혜리는 급해 났다.“어떻게 이럴 수가! 당장 바꿔! 염 선생님 옆자리로 당장 바꿔!”염무현은 두 번이나 공규석의 목숨을 구했으니, 공씨 가문의 큰 은인으로, 오늘 자선 파티도 그를 위해 연 것이다.한 쌍의 부부를 하나는 앞줄 VIP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