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은 무려 본부장의 친여동생이지 않은가?심주환이 본부에 문의했을 때 허미영이 아직 수련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다.만약 두 사람이 각별한 사이인데 나중에 수련이 끝나고 그들이 마범구와 손을 잡고 염무현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결과는 어떠할지 뻔했다.허원 지부를 통틀어 아무도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할 것이다.“여러분의 걱정도 일리는 있죠.”심주환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졌다.“어떤 선택을 하든 허원 지부의 존폐가 걸려있으니 경거망동해서는 안 되죠.”다른 장로가 끼어들었다.“우리가 선택할 필요가 있나요? 마범구와 염무현이 피 터지게 싸우면 그만이지 않나요? 승자가 누구든 저희랑 아무 상관 없잖아요.”누군가 즉시 반박했다.“왜 상관이 없죠? 만약 마범구가 이겨서 나중에 복수하러 찾아오면 어떡해요?”“고작 혼원문 따위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나요? 우리는 무림 연맹이지, 아무나 괴롭히는 코딱지만 한 문파가 아니에요.”사람들이 열띤 쟁론을 이어가기 시작했다.이때, 심주환이 테이블을 쾅 하고 내리쳤다.“조용! 양쪽의 비위를 모두 맞춰주면 되잖아요. 내일 시간 맞춰 혼원문에 가되 몰래 이 사실을 염무현에게 알리는 거죠. 우리는 그냥 구경하러 간다고 하면서 상황에 따라 마범구를 도울지 아니면 염무현의 편을 들어줄지 결정해요.”반면, 한수로는 차에서 내린 마범구가 혼원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한진영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딸, 해결했어. 이제 혼원문과 우리 집뿐만 아니라 무림 연맹도 합류할 거야. 그리고 김씨 가문에서 몰래 파견한 고수들까지, 다들 염무현에게 원한을 갖고 있으니 설령 그 자식이 초인적인 힘을 지닌다고 해도 내일이면 죽게 될 테야.”한편, 구씨 저택.부부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거 봐, 내가 뭐라고 했어? 일단 진정하라고 했지?”구천명이 짐짓 훈계하는 척 말했다.남편의 배에 난 상처를 소독하고 있던 한진영은 너무 기쁜 나머지 손이 삐끗했다.“윽!”구천명은 따끔거리는
다음 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한겨울에 이렇게 좋은 날씨는 극히 드물었다.혼원문 정문 앞 공터에는 네모난 링이 설치되어 있었다.이곳은 이른 아침부터 이미 문전성시로 떠들썩했다.사방팔방에서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북새통을 이뤘다.“저기 봐요! 저분은 강원시 마스터 우형빈이에요.”“정말요? 우형빈 마스터님은 인하시에서 나고 자랐을 텐데 여기서 무려 몇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다고요. 이곳에서 뵐 줄이야!”“그리고 다른 무술 선배님들도 계시는데 벌써 10년 넘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죠. 의외로 많이 오셨네요?”“소식은 이틀 전에 알려진 게 아닌가요? 그런데도 이런 거물급 인사들이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건 이 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증명해 주죠.”우두머리 집회에서 일어난 일은 무술계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어쨌거나 대부분 사람은 그저 어둠의 세계에 몸담은 자들이 세력을 차지하기 위해 투덕거리는 행사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기껏해야 동네 꼬맹이들의 시비에 불과했다.반면, 마범구가 염무현에게 선전포고했다는 소문은 금세 화제가 되었다.사실 오늘은 마범구를 보기 위해 모인 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무술계에 그가 모든 고대 무술 능력자가 꿈꿔왔던 대마스터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돌고 있었다.다들 먼 걸음 한 이유가 단지 대마스터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 위해서였다.“중원 무림계라고 하면 당연히 혼원문이 아니겠습니까?”“마범구의 무공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주어지다니, 모두가 헛걸음하지 않을 거로 확신합니다.”“만약 혼원문의 제자가 되거나 설령 명의라도 좋으니 마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만 있다면 평생 도움일 될 텐데...”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보탰고 마범구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했다.그리고 혼원문의 수제자가 되는 걸 꿈에서도 바랐다.또한 마범구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한편, 서해시에서도 사람들이 꽤 많이 몰려왔는데 다들 우두머리 집회에
“자기 주제를 알아야지, 본인이 어느 정도인지 정녕 몰라? 혼원문에 들어오고 싶으면 재능이 있어야 해. 우리 사부님의 안목이 얼마나 높은데, 나이를 처먹을 만큼 처먹고 애처럼 스승을 모시려고 하다니, 창피하지도 않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정한림을 멀리 밀어냈다.정한림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이 광경을 목격하자 줄줄이 물러섰다.마범구는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링 위로 걸어 올라갔다.“염무현의 무덤으로 딱이야. 이 정도면 많이 배려해준 거네.”마범구의 평가에 제자가 서둘러 입장을 밝혔다.“사부님께서 지시한 일인데 당연히 신경을 써야죠. 누군가와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대결을 펼치는 거라 혼원문의 명성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비록 짧은 시간에 가능한 임무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일 좋은 경기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이때, 고급 승용차 몇 대가 진입했고 작은 트럭 한 대가 뒤를 따랐다.건장한 남자 네 명이 함께 금으로 된 현판을 들고 내렸다.전체가 순금인 듯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황금 현판의 테두리는 정교한 무늬로 둘러싸였고, 중간에 필서체로 쓰인 ‘무림 고수’라는 대문짝만한 글씨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대박! 이렇게 큰 황금 현판이라니? 엄청 비쌀 것 같은데요?”“비쌀 것 같은 게 아니라 비싸겠지. 지금 장정 4명이 들어 올렸잖아. 못해도 400kg은 넘을 텐데...”“통이 진짜 크네요. 역시나 김씨 가문답네요. 혼원문과 아주 각별한 사이인가 봐요.”금빛 찬란한 황금 현판은 수많은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저희는 김준휘 도련님의 지시에 따라 마범구 선생님에게 현판을 가져다주러 왔습니다. 무게는 500kg 정도가 될 거예요.”그는 다름 아닌 김씨 가문의 군사였고, 이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말했다.“마스터님의 승리를 기원하며 원수를 한방에 무찌르길 바랍니다. 현판에 새겨진 글자처럼 명실상부한 고수로서 김씨 가문은 혼원문의 파트너가 되어 앞으로도 서로 지지하며 함께 눈부신 성적을 이루리라 믿습니다.”
온종일 쫄쫄 굶은 사람들은 허기가 몰려왔다. 혼원문에서 끼니를 챙겨주는 게 아닌지라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식사를 해결해야만 했다.반면, 마범구의 초대를 받은 사람만이 그를 따라 들어가서 식사할 자격이 주어졌다.이에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서해시 고성, 연씨 가문.“아빠, 얼른!”연희주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세인시까지 2시간 이상 걸릴 텐데 빨리 출발해야 한단 말이에요.”“진정해.”연홍도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무현님이 저녁에 도착하면 된다고 했잖아.”“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하는 게 기본적인 예의라고요! 일찍 출발해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할 수 있지 않겠어요? 만약 길에서 사고라도 당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면 어떡해요?”연희주가 다급하게 말했다.그녀의 마음은 이미 세인시에 있었다.사부님이 다름 아닌 자신의 체내에 잠식해 있는 현무의 냉기를 치료해 주려고 허문정의 위선적인 모습을 폭로하다가 혼원문과 원수를 맺게 되지 않았는가?이제 경기장까지 만들어 자웅을 겨룬다고 하는데 당연히 걱정이 들기 마련이다.사실 어젯밤부터 그녀는 세인시에 염무현을 만나러 가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연홍도의 계획대로라면 1시간 늦게 출발해도 시간상 넉넉했다.결국 딸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움직이기로 했다.오후 5시 반, 두 부녀는 현장에 도착했다.“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지?”연홍도는 깜짝 놀랐다.눈앞에서 인산인해를 이룬 광경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그리고 한 가지 의아한 점은 멀리서부터 강한 원념이 느껴졌다는 것이다.대체 무슨 상황이지?물론 이들이 오전 8시부터 지금까지 무려 밖에서 10시간 가까이 기다렸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엄동설한에 아무리 날씨가 좋다고 해도 쌀쌀하기 마련이다.심지어 혼원문의 제자들도 하루를 꼬박 기다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춥고 배도 고프고... 대체 사부님이 얼마나 짠돌이면 끼니는 둘째치고 따뜻한 물조차 주지 않냐는 말이다.결국 찬바람이 불어닥치는 야외에서 그들은 온몸이 싸늘하게
연홍도의 딸에게 이렇게 신통한 약이 있다니?대체 어디서 났단 말이지?‘안 돼, 이따가 기회를 봐서 꼭 알아내야겠어.’고대 무술 능력자로서 싸움에 휘말리거나 적을 대면하는 순간이 오게 되면 다치기에 십상이다.따라서 이런 만병통치약을 수시로 지니고 다닌다면 당연히 나쁜 점은 없었다.마범구는 염무현을 죽인 다음 연씨 부녀에게 마수를 뻗기로 마음먹었다.이게 바로 연홍도가 스스로 제 무덤을 파서 치러야 할 대가였다.연희주를 바라보는 마범구의 눈빛이 음흉하게 빛났다.이렇게 청순하고 귀여운 미인이라니.그녀가 바로 허문정과 결혼할 뻔한 아이였단 말인가? 제자가 약혼녀 때문에 목숨을 잃게 된 이상 사부로서 대신 못다 한 일을 완수해야 하지 않겠는가?어떻게 보면 하늘에 있는 애제자의 영혼을 위로해준 셈이니까.연홍도는 마스터급 고수 6명을 대동하여 신변 보호를 담당하게 했다.그들은 부녀를 중심으로 둥글게 에워싸더니 마치 원수라도 마주친 듯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고작 이런 버러지를 데리고 감히 혼원문이 안중에도 없이 떳떳하게 내 앞에 나타나?”마범구가 히죽 웃었다.“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다는 사람이 생각이 이리 없어서야, 원. 죽고 싶어 환장했어?”연홍도는 숨을 고른 다음 반박했다.“그렇다면 당신은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그동안 저질렀던 악행에 대해 인정할 수 있어?”마범구는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왜? 헛소리 몇 마디 했다고 사람들이 믿을 것 같아? 꿈 깨, 고대 무술 세계에서 강자만이 살아남는 법이야. 약자로서 괴롭힘과 수모를 당하고 발밑에 짓밟히는 건 당연한 일이지. 이제 그만 현실을 받아들이라고.”연홍도는 화가 난 나머지 심주환을 돌아보며 물었다.“지부장님, 무림 연맹을 대표하는 분으로서 마범구가 위세를 부리며 남을 괴롭히는 모습을 마냥 지켜볼 겁니까?”심주환은 고개를 돌려 일부러 시선을 피했다.한 마리의 능구렁이로서 배신자가 되기로 한 이상 그 누구의 편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설령 염무현 본인이 와도 마찬가지인데 고작 연
“대체 무슨 배짱으로 나타났지?”“진짜 너무 했어요. 한겨울에 꼬박 하루를 기다리게 하고는 저 느긋한 모습을 봐봐요! 정말 얄밉군.”“나이가 어린 만큼 눈에 뵈는 것도 없나? 이제 사는 게 지겨운 건가? 감히 마 선생님 같은 무림 고수를 건드리다니, 제 주제도 모르고 설치네요.”염무현을 알아본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설령 그를 응원하더라도 온종일 찬바람을 맞다 보니 앙심을 품은 나머지 마범구의 편을 들어주게 되었다.게다가 염무현의 외모 때문에 선입견이 생긴 탓도 있었다.아무리 봐도 마범구의 상대가 될만한 실력이 없지 않은가?그는 아직 너무 젊었다.서른도 안 된 것 같은데 설령 뱃속부터 수련을 시작한다고 한들 마범구가 무술을 연마한 시간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했다.이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서 넘사벽에 가까웠다.한수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속으로는 이제 곧 죽게 될 사람이 큰소리쳐 봤자 어쩌겠냐고 생각했다.자칫 마범구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나중에 경기장에서 갈기갈기 찢겨버리는 게 두렵지도 않은 듯싶었다.사실상 그는 염무현이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면 누구보다 기뻐할 사람이다.왜냐하면 이렇게 해야만 한진영과 구천명이 전화위복하여 재산 잃을 걱정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심주환은 여전히 자기 일이 아닌 양 고고한 모습으로 일관했다.어차피 염무현에게 미리 언급한 이상 당연히 고마워할 거로 생각했다.다시 말해서 마범구의 곁에 앉아 있는 이유는 단지 체면상 거절하기 힘들어 얼굴을 비춰 주러 현장에 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하지만 곧이어 그는 크나큰 착각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림 연맹의 책임자로서 정의를 실현하고 악을 처단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나? 당신도 역시나 같은 생각이야?”무표정한 얼굴로 물어보는 염무현의 질문에 심주환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어제 지부에서 발생한 일을 떠올리자 모든 장면이 눈앞의 남자를 잘못 건드렸다가 큰코다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다.게다가 그는 항상 생각지
“강자는 법을 어겨도 된다고 하니 오늘 무슨 짓을 하든 괜찮다는 뜻이 아니겠어? 아무도 말릴 생각하지 마.”염무현은 싸늘한 눈빛으로 마범구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건방진 녀석!”마범구가 피식 비웃더니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일부러 늦게 온 이유도 최대한 오래 살려고 그런 거잖아. 어차피 버틸수록 너한테는 이득이니까. 물론 현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지금처럼 건방지고 안하무인인 것도 옆에 믿을 만한 마녀를 데리고 다녀서일 텐데, 사내대장부가 고작 여자 뒤에 숨어서 정녕 창피하지도 않아?”백희연이 화가 나서 두 눈을 부라렸다.“이 늙은이가 감히 누구한테 마녀라고 하는 거야? 너야말로 마귀야! 어디서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는 거지? 죽고 싶어 환장했나? 그 소원을 이뤄줄 테니까 어떻게 죽을 지 말만 해.”마범구는 콧방귀를 뀌면서 시종일관 염무현만 바라보았다.“염무현, 오늘 내 도전 상대는 너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끝까지 겁쟁이처럼 숨어 있을 텐가?”이는 누가 봐도 그를 자극하려고 하는 말이었다.만약 염무현이 진짜 뻔뻔스럽게 백희연을 대신 내세운다면 마범구는 룰을 어겼다는 핑계로 두 사람에게 총공격하라고 명령할 것이다.백희연의 발목만 붙잡을 수 있다면 그는 염무현을 죽일 자신이 있었다.그러고 나서 곧바로 마녀사냥에 합류해도 늦지 않았다.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혼원문, 김씨 가문 그리고 한씨 가문의 정상급 고대 무술 능력자들이 진을 쳤다.게다가 중요한 순간에 무림 연맹까지 지원군으로 나설 테니 만전을 가할 수 있다.“감히 날 무시해? 이 늙은이가 죽으려고 환장했나?”화가 난 백희연은 곧장 마범구에게 달려들려고 했다.청교의 여왕으로서 어찌 이런 수모를 겪어 봤겠는가? 절대로 참을 수 없었다.“나한테 맡겨.”염무현은 노발대발하는 백희연을 막아서며 연씨 부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링을 향해 걸어갔다.그의 표정은 여유롭기 그지없고, 발걸음마저 가벼웠다.유유자적 걸어가는 모습은 마치 산책이라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마스터님!”“마 선생님의 실력이 이 정도로 무시무시하다니.”“등장만으로 압살했네요. 이미 승패가 정해진 싸움인데요?”다들 마범구가 보여준 막강한 실력에 탄복한 나머지 감탄사만 연신 내뱉었다.그에게 이는 단지 평범한 등장에 불과할 뿐 아직 시작도 안 한 지라 진정한 필살기는 나중에 선보일 작정이다.웅!이내 온몸의 기운을 뿜어내자 주변에 에너지파가 빠르게 형성되면서 매서운 회오리바람을 일으켰다.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폭풍이 휘몰아쳤다.무시무시한 위력 때문에 링을 에워싼 사람들은 큰 압박감을 느꼈고, 당장이라도 숨이 막혀 질색할 듯싶었다.다들 너나 할 것 없이 뒤로 물러나 충격을 금치 못했다.심지어 연홍도마저 넋을 잃고 말았다.“이게 바로 대마스터의 실력인가?”그와 같은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소문이 사실인가 봐. 마범구는 절대로 최근에 대마스터 경지에 이른 게 아니야.”연홍도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이미 진입한 지 꽤 된 것 같군. 아니면 이런 기운을 뿜어낼 수가 없지. 능구렁이 같으니라고, 그동안 아주 꼭꼭 숨겨뒀네.”반면, 연희주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전 사부님이 꼭 이길 거로 믿어요.”연홍도는 흠칫 놀라더니 곧바로 미소를 지었다.“그래, 나도 마찬가지야.”링에 올라선 염무현은 마범구가 또다시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을 기미가 보이자 먼저 입을 열었다.“생사를 건 전투에서 꾸물거릴 틈이 어디 있나?”이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죽고 싶어 환장했나?그렇게 급하면 질질 끌다가 이제야 나타난 이유는 또 뭐람?마범구가 피식 비웃었다.“죽으려고 애를 쓰는 것 같은데, 그 소원을 이뤄주지.”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선제공격을 날렸다.“라이트 샷, 5연타!”양팔을 흔드는 순간 폭발음이 연신 울려 퍼지더니 모든 기운이 양 손바닥으로 모여들었고, 곧장 염무현을 향해 인정사정없이 날아갔다.펑!펑! 펑!귀를 찌르는 듯한 폭발음과 함께 마범구가 서 있는 지면이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