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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성숙한 남자

고정재는 소장하고 있던 향수 한 병을 꺼냈다. 향수는 꽤나 볼륨감 있게 투각을 한 단향목 케이스에 담겨 있었다.

파스텔 블루의 향수가 케이스 밖으로 보일락말락 하는 것이 무척 예뻤다.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고정재의 손에 들린 향수를 보는 성연의 눈에 기쁨이 넘쳤다.

성연이 이 향수가 무척 마음에 든 것이 분명했다.

고정재가 성연에게 말했다.

“이건 네 스승님이 그 해에 남기셨던 배합법에 따라 만든 거야. 사적으로 따로 연구해서 만들라고 회사에 시켰어. 한 번 뿌려 봐. 만약 이 제품이 진짜 생산된다면 유럽의 다른 어떤 명품 향수보다 더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해. 나도 이 향수를 만들어 보려고 시도했는데, 결국 똑같이 만족스럽게는 만들지 못 했어.”

그래서 고학중의 제자인 성연이에게서 분명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찾아온 터였다.

물론 성연과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지만.

고정재가 가볍게 얘기하는 것을 듣고 있던 성연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건 향수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케이스에서 꺼낸 향수를 코끝에 대고 향을 맡던 성연은 확실히 스승님이 남긴 배합표에 따라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은은하면서도 예스러운 한약 향이 아주 살짝 묻어났지만, 다른 향에 둘러싸여 일반인이라면 맡기 어려웠다.

일반 향수보다 더 묵직한 베이스노트가 느껴졌다.

그러나 이 향은 다른 사람들이 연구해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직 성연이었기에 알 수 있었다. 알아내기 힘들 정도로 아주 미세한 향 몇 개가 섞여 있음을.

성연의 진지한 모습을 본 고정재가 말했다.

“알아내기 힘들면 억지로 안 해도 돼. 이 향수는 내가 너에게 주는 거야. 천천히 연구해도 돼. 서두를 필요 없어. 물론 연구할 생각 없으면 안 해도 돼. 다만 이 향수, 시장성이 있다고 봐. 만들어 내면 분명 히트할 거야.”

“내가 열심히 연구해 볼게.”

성연은 사실 고학중의 제자일 뿐이다.

자신은 스승님의 반의 반도 안 되는 능력을 이어받았을 뿐이다.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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