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재, 강명기, 그리고 강진성과 강일헌이 일제히 운봉그룹의 테이프 커팅 현장에 등장했다.은성그룹, 즉 강명기가 사석에서 개설한 회사였다. 둘째, 셋째 일가가 각각 50%의 주식을 아주 공평하게 나누어 가졌다.여기저기서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고, 각 언론매체들은 서로 앞다투어 제일 앞에서 최신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했다.모두들 자신들이 WS그룹에서 분리되어 나온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더 많은 사람들이 둘째, 셋째 일가가 예전에 빛날 수 있었던 것도 강씨 가문의 후광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지금 강씨 가문에서 분리된 것은 자신들이 마치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음을, 이제 별볼일 없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하지만 사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걸 생각한다.비록 강씨 가문을 떠났다 하더라도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은 여전히 이처럼 기세 등등했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잘 모르지만 강씨 가문 내의 인원들은 모두 알고 있다. 둘째, 셋째 일가 배후에 있는 후원자를 믿고 이렇게 날뛰고 있음을.강진성은 밖으로 시선을 던지면서 속으로 얼마나 득의양양한지 몰랐다.WS그룹에서 자신들은 늘 강무진에게 눌리고 큰집 사람들에게 눌렸다.이제 은성그룹은 자신들의 회사였다.언젠가 자신들만의 제국을 만들 것이다.WS 그룹을 능가할 수 있는 그룹.엠파이어 하우스 안.성연과 무진은 모두 소파 앞에 나란히 앉아서 마침 경제 채널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도 인터뷰 장면을 보았다.성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무진의 표정을 힐끗 보았다.무진의 표정은 냉담했다. 저들의 득의양양한 모습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지금 둘째, 셋째 일가는 이미 자신의 골머리를 썩이게 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무진은 속으로 의혹을 중얼거렸다.‘테이프 커팅 같이 중요한 행사가 있는 날, 어째서 MS 가문의 미스터 제이슨이 나타나지 않았을까?’‘설마 계속 뒤에 숨어 있겠다는 걸까?’무진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본 성연은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왜요? 저 사람들 테이프 커팅식에
무진의 눈 밑에 드리워진 다크 서클을 바라보는 성연이 눈에 애정 어린 관심을 담고 물었다.“요즘 무진 씨 너무 피곤해요. 긴장을 제대로 풀어야 해요.”‘일이야 뭐, 당연히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게 제일 좋지.’둘째, 셋째 일가의 일이 간신히 지나갔다. 다음에 쉴 시간은 도대체 언제쯤일런지 모르겠다.성연은 우선 무진에게 일을 좀 내려놓으라고 권하고 싶었다.무진도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 들을게. 마침 소지연이 어제 리조트 한 곳을 언급하던데, 우리 한 이틀 쉬고 오자.”자신이 바쁜 것은 상관없었다.다만 바쁘다 보니 확실히 너무 많은 것들을 소홀히 했다. 성연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도 거의 없었다.‘그러니 이 시간을 이용해서 성연 옆에 꼭 붙어 있어야지.’성연이 하루 종일 집에 틀어박혀 있으니 리조트에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성연은 보란 듯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진이 소지연을 언급하는 순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소지연은 유럽에서 돌아온 후 거의 매일 무진에게 붙어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두 사람의 죽마고우 관계는 당연히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깊었다.처음 소지연과 만났을 때만 해도 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다.‘소지연, 보기엔 멀쩡해 보였으니까.’특히 최근 며칠 무진의 입에서 소지연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었다.그게 성연이 반감을 느끼게 했다.자신의 생각이 너무 편협한 지도 모른다고 성연은 속으로 자신을 위로했다.‘그냥 내 생각이 너무 많은 거였으면 좋겠어.’리조트를 언급할 때 성연의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아서 무진이 물었다.“왜? 리조트에 가고 싶지 않아?”성연이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에요. 갑자기 불쾌한 일이 생각나서 정신이 잠시 나간 모양이에요. 미안해요.”“괜찮아, 만약 리조트에 가고 싶지 않으면, 다른 곳에 가도 돼.” 무진에게는 성연의 의견을 확인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뿐.어쨌든 무진이 더 신경을 쓰는 것은 성연의 마음.“아니요, 그냥 리조트에 가요. 모두
다음날 성연과 무진은 리조트로 향했다.두 사람이 리조트에 도착하니, 소지연이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소지연은 마치 자신이 리조트의 주인인 듯 신경 써서 무진과 성연을 접대했다.“무진 오빠, 성연 씨, 두 사람 왔군요. 두 사람을 위해 룸을 미리 준비해 뒀어요. 자연친화적 휴양지인 이곳은 시골밥상이 특징이에요. 나오는 음식들 전부 이곳 농원에서 직접 수확한 친환경 재료들만 사용해요. 맛도 좋고 아주 색달라요.”소지연은 기획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다.일이 결정되자 마자 바로 모든 것들을 세심하게 준비했다.원래 이런 사람과 함께하면 편안하게 느껴져야 할 테지만, 성연은 왠지 모르게 오히려 좀 불편함을 느꼈다.소지연은 너무 잘해 주었다. 좀 과장되게 느껴질 만큼.“너 제법 신경 썼구나. 우리 두 사람이 놀러 와서 너를 귀찮게 하는 건 아냐?” 무진이 성연과 손을 잡은 채 입을 열었다. 두 사람의 손은 여기 도착한 이후 한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다.힐끗 그 모습을 보는 소지연의 눈에 일순 어두운 빛이 지나갔다. 하지만 소지연은 웃으며 대꾸했다.“무진 오빠잖아요. 성연 씨는 또 제 언니이고. 여기는 내가 잘 아는 곳이어서 오라고 한 거니, 두 사람이 즐거운 시간 보내도록 당연히 내가 신경 써야지요.”“고마워요.” 성연도 옆에서 감사인사를 했다.줄곧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무진의 행동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언제 어느 때든 무진은 성연에게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무진의 곁에만 있으면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뭘요. 무진 오빠, 요즘 많이 피곤했을 텐데 옆에서 좀 쉬세요. 제가 성연 씨 데리고 여기저기 둘러보고 올게요.”소지연은 성연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바로 끌고 갔다.좀 떨어진 곳에 이러서야 소지연이 성연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웃으며 성연에게 말했다.“성연 씨, 무진 오빠와 난 늘 사이가 좋았어요. 그러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만약 나 때문에 질투라도 한다면 너무 미안할 거예요.”성연도 소지연의 웃음에 답하
점심으로 나온 메뉴를 보니 확실히 소지연이 말한 그대로 유기농 시골밥상 차림이었다.모두 이곳 사람들이 직접 재배한 것들이었고, 뒤에는 둘러볼 수 있는 농원도 있었다. 먹어보니 입에 잘 맞았다.평소 집에서 온갖 산해진미를 먹다가 가끔 이런 음식을 먹으니 식욕이 더 당기는 것 같았다.그 때문에 성연은 밥을 두 공기나 먹었다.무진은 옆에서 수시로 물잔을 채워주고 반찬을 집어주는 등 식사하는 내내 성연을 신경 썼다.옆에서 지켜보던 소지연, 젓가락을 꼭 쥔 손끝이 새하얗게 변했다.그것도 잠시, 소지연은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점심 식사 후, 소지연은 성연과 무진에게 함께 수영하자고 권했다.소지연은 친절하게 성연을 위해 수영복도 미리 준비해 두었는데, 옅은 블루의 수영복은 괜찮아 보였다.수영복을 받은 성연은 오랜 직업병 탓에 수영복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 지 세세히 검사한 후,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에야 수영복을 입었다.수영복을 입은 성연이 밖으로 나가자, 마침 소지연도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왔다.소지연의 수영복에 비교해서 성연의 수영복은 스커트 모양의 비교적 단정한 스타일이었다.그에 반해 소지연의 수영복은 그녀의 몸매선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소지연의 몸매를 본 성연 또한 감탄이 절로 나왔다.성연의 수하들 중에도 미남, 미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소지연처럼 뛰어난 몸매를 가진 이는 정말 극소수였다.소지연과 비교하면 성연은 마치 어린 여자아이 같았다.지금까지 성연은 자신의 몸매를 의식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소지연을 눈앞에 두자 마음속에 옅은 열등감이 생겼다.수영복 차림의 소지연이 손에 들고 있던 디저트 접시를 무진 앞에 내려놓았다.“무진 오빠, 여기 디저트도 맛있어요. 심심하면 한 번 맛봐요.”무진은 매너 있게 정면으로 시선을 둔 채 대답했다.“고마워, 난 신경 쓰지 말고 두 사람 재미있게 놀아.” 무진은 선을 지킬 줄 아는 사람이다.소지연과는 비록 좋은 친구 사이이지만, 어쨌든 그는 남자이고 소지연은 여자였다.그러니 선
리조트 내 수영장 역시 자연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옆으로 흐르는 강과 연결된 것이 상당히 이색적이었다.색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수영장 내에는 소지연과 성연 두 사람만 들어와 있었다.성연은 이리저리 수영장을 가로지르며 몹시 신이 나서 수영했다. 이렇게 시원하게 헤엄친 게 얼마만인지.조직 안에서 수영은 누구도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소양이었다.그 중에서도 성연은 프로 수영선수에 버금갈 정도의 실력을 자랑했다.다만 소지연 앞이라 그대로 드러낼 생각이 없었지만, 성연의 수영은 꽤 능숙해 보였다.소지연은 성연의 수영 실력이 상당해 보이자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성연 씨, 수영을 잘하네요, 따로 배운 적 있어요?” 소지연은 일부러 옆으로 헤엄쳐 와서 성연과 나란히 물을 갈랐다.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화제를 이어가기 어려울 터였다.“아뇨, 옛날에 시골에 살 때, 외할머니와 냇가에 가서 헤엄치며 많이 연습해서 그래요.”성연은 자신이 시골 출신이라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지연 앞에서도 솔직하게 그대로 드러냈다.소지연 역시 의외로 그 사실에 대해 별다르게 생각하지 않았다.성연의 출신을 경멸하는 것이야 말로 진짜 어리석은 사람이다.어찌 되었든 강무진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이 그냥 만만한 인물이겠는가?“아, 그렇구나. 성연 씨가 살던 곳은 분명 아름다울 테죠?” 소지연의 말투는 옅은 동경의 빛을 담고 있었다.“음, 네, 아름다운 건 확실해요. 시간이 있으면 내가 위치를 가르쳐 줄게요. 그쪽에도 관광지가 많아서 놀러 가기에 괜찮을 거예요.”성연은 작은 시골마을에 관해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 또렸했다.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곳은 이미 성연에게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그리고 소지연과는 만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은 터라 아직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성연의 표정이 좀 불편해 보이자 소지연이 눈치 빠르게 화제를 돌렸다.“성연 씨, 우리 둘만 여기서 수영하고 있으니 너무 심심하지 않아요? 아니면 우리
그 동안 성연도 이미 수영장 바깥쪽으로 헤엄쳐 왔다. 재빨리 수영장 위로 올라와 무진과 소지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소지연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얼굴도 백지장처럼 창백한 것이 진짜 같았다.소지연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려던 무진.하지만 양손으로 가슴 부위를 선뜻 누를 수가 없었다. 무진은 순간 어쩔 줄을 몰라 망설였다.소지연과는 아직 이같이 친밀한 동작을 한 적이 없었다.친구라 해도 성연 이외의 이성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들었다.옆에서 무진의 쩔쩔매는 모습을 보던 성연이 먼저 옆으로 가서 말했다.“내가 할게요.”성연은 소지연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소지연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성연이 힘을 다해 누르자, 더 이상 가장할 수가 없었던 소지연이 능청스럽게 입으로 물을 토하며 콜록거렸다.“콜록, 콜록.”그리고 눈을 뜨며 깨어난 척했다. 그리고 어리둥절한 듯이 무진을 보며 말했다.“다리에 쥐가 난 것까지 기억해요. 무진 오빠가 나를 구했어요?”사실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지만, 성연에게 공을 돌리고 싶지 않았다.사실 소지연은 무진이 자신에게 인공호흡을 해주기를 기다리던 참이었다.그런데 결국 끝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송성연이 자신의 모든 바램을 깨트려버렸다. 성연을 바라보는 소지연의 눈에 알 수 없는 불쾌감이 스쳤다.무진은 소지연이 깨어난 것을 보고 안심하며 말했다.“내가 아니라 성연이 너를 구했어. 좀 어때?”“성연 씨가 구해줬구나, 고마워요.” 파리한 안색의 소지연이 팔을 가슴에 얹으며 힘없는 음성으로 말했다. “가슴이 좀 아픈 것 같아. 머리도 어지럽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아.”무진의 관심을 받고 싶어 일부러 자신의 상황을 좀 더 심각하게 말했다.그러나 무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성연이 옆에서 말했다.“소지연 씨, 걱정하지 말아요. 물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이예요. 시간이 좀 지나면 좋아질 거예요.”소지연은 두어 차례 억지웃음을 지었다. 속으로 성연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했지만, 좀 더 가장
성연은 소지연을 부축해서 주변을 한바퀴 걸었다. 또 음료수를 사러 가기도 했다.연못가에 왔을 때, 무진을 본 소지연이 곧바로 무진 곁으로 달려가 아양을 떨었다.“무진 오빠, 목마르지? 오빠 주려고 물을 한 병 가져왔어요.”“고마워.” 무진은 소지연의 손에 있던 물병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사실 성연도 무진에게 줄 물을 샀지만, 소지연이 무진에게 주는 것을 보고는 손에 들고 있던 물병을 몰래 뒤로 숨겼다.무진이 이미 물을 마셨으니 자신이 다시 건네기도 어색했다.무진이 난처하지 않도록, 자신이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성연은 자신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무진 오빠, 또 어디 가고 싶은 곳 있어요?” 리조트의 날씨는 아주 더웠다. 소지연은 부채질을 했지만, 더위를 피할 방법이 없었다. 이마에도 땀이 흥건하니 맺혔다.“너, 조금 전에 물에 빠졌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이야기해.” 무진도 지금은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소지연 뒤에 서 있는 성연을 보았다. 그리고 자연히 몰래 뒤에 숨긴 물병이 보이며 성연의 마음이 읽혔다.무진이 성연의 옆으로 다가가자, 소지연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지독히 더운 날씨에 안 그래도 열기가 어마어마했다. 소지연은 보고 열이 더 뻗치지 않게 성연 쪽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래서 무진은 더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성연의 손에 있던 물병을 잡으려 무진이 손을 뻗었다.그러나 성연이 주지 않았다.“뭐 해요?”성연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앞에 있는 소지연이 마음에 걸려 목소리를 낮추었다.“이거 나한테 주려고 산 거 아니야?” 무진이 성연의 손에 있는 물병을 가리켰다.성연이 일부러 말했다.“누가 무진 씨 준다고 했어요? 나 혼자 두 병 다 마실 건데, 왜 안 돼요?”무진이 귀엽다는 듯이 검지로 성연의 콧등을 쓸어내렸다.“고집은.”성연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지만, 눈에 웃음기가 비쳤다.성연이 화가 나지 않았다는 눈치 챈 무진도 성연의 손에서 물병을 가져가
소지연이 세심하게 고른 차단제를 손에 들고 무진 앞으로 걸어왔다.“무진 오빠, 이따가 우리 또 나가 놀아야지. 자외선 차단제를 가져왔는데, 내가 오빠 대신 발라줄게. 이렇게 하면 이따가 놀러 나가도 피부가 상하지 않을 거야.”“됐어.” 무진은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거절했다.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행동은 사실 너무 애매하다.스킨십은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끼리 서로 할 수 있는 것이다.자신과 소지연은 이런 친밀한 관계가 아니었다.“무진 오빠, 내가 발라줄게요. 오빠 혼자서는 바르기 불편해요.” 옆에 있는 소지연의 끈적끈적한 음성에 유혹의 느낌이 물씬했다.하지만 여전히 거절하고 싶었던 무진은 결국 성연을 바라보며 입술 끝을 올렸다.“그럼 성연이 바르면 돼.”자신 또한 알고 싶었다. 성연이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주면 어떤 느낌일지.무진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소지연은 견디지 못하고 바로 얼굴이 굳었다. 마음도 반송장처럼 얼어붙었다.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일은 무진과 스킨십을 하기 위해 자신이 어렵게 생각해낸 기회였다.그런데? 또 송성연만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도대체 왜!‘언젠가는 꼭 송성연을 쫓아내고 말 거야. 그러니 지금 조급하게 굴어서는 안돼.’‘무진 씨가 자신의 의도를 눈치채고 멀리하지 않게 조심해야 돼.’성연이 무진의 말을 듣고 옆으로 다가왔다.소지연은 어쩔 수 없이 자외선 차단제를 성연에게 건네며 결국 속으로 이를 갈며 말했다.“무진 오빠와 성연 씨 정말 사이가 좋네요. 정말 부럽네요.”그 말을 한 소지연은 더 이상 눈에 거슬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자외선차단제를 한쪽에 놓고 바로 자리를 떴다.성연이 자외선차단제를 손에 들고 짜자, 성연이 자신의 등에 바르기 쉽도록 무진이 자진해서 엎드렸다. 털털한 성격의 성연은 처음에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그러나 손이 무진의 피부에 닿았을 때, 비로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손 아래의 피부는 아주 매끄러웠다. 넓고 하얀 무진의 등은 무척 아름다웠다.성연의 볼이 점점 붉어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