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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죽고 싶지 않아

양측은 맨손으로만 싸웠다. 아무도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 양측 모두 최상급 조직이므로 규칙을 잘 알고 있었다. 또 서로 원수가 될 생각도 없었다. 그러니 싸우면서도 여지를 남겨 두었고, 필사적으로 손을 쓰지는 않았다.

마치 대련을 하는듯 그 자리에서 적당히 싸웠다.

그러나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점 또한 서로 잘 알았다. 왜냐? 자칫하면 상대방에게 기선을 제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싸움도 서로의 체면을 생각한 것이다.

서한기와 맞붙은 이터너티 쪽 리더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서로 몇 합을 겨루자 서한기의 몸에 적지 않은 회색 발자국이 찍혔다.

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어서 허연 자국이 더 선명해 보인다.

서한기는 실력도 만만찮은지라 상대방의 상태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서한기의 주먹에 한 대 얻어맞아 얼굴이 온통 청자색을 띠었다. 입가에는 약간의 핏자국도 배어 있고.

서로 거리를 벌린 두 사람은 상대방의 뛰어난 실력에 만족했다. 서한기가 아주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

“이봐, 실력 좋은 걸.”

상대방 역시 입가에 묻은 핏발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과찬의 말씀.”

양측의 싸움은 두 사람이 웃으며 대화하는 사이 따라 멈추었다.

주위의 수하들이 잇달아 싸움을 멈추고 상대방을 주시했다. 여전히 기세를 누그러트리지 않은 채.

싸움이 진행되며 서한기 쪽도 이터너티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서로 막상막하의 엇비슷한 실력이니, 계속 이렇게 싸우다가 언제까지 갈지 몰랐다.

이 싸움을 지켜보던 구매자가 서한기의 옆으로 가서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 물건, 사지 않겠습니다.”

서한기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안 사겠다는 게 확실합니까?”

구매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잠시 망설였지만, 저쪽 편의 사람이 이터너티 쪽이라고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네. 포기하겠습니다.”

‘내가 어떻게 원하겠어?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상대방이 이터너티 쪽 사람인데, 감히 이터너티에 맞설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저들 양쪽은 다 함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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