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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구원

무진을 설득하느라 성연은 입이 닳는 줄 알았다.

무진의 허락이 떨어지자 성연은 바로 중환자실로 향했다.

성연이 들어가자 조승호는 중환자실 출입문을 닫았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안금여의 몸에는 다양한 의료용 기기와 호스가 꽂혀 있었고, 얼굴에는 산소마스크가 씌워져 있었다.

빈약하고 초췌한 모습에서 지난 날의 활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성연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날로 돌아간 듯 심장이 아려왔다.

눈을 감은 채 조금씩 떨리는 손을 내밀며 옛날의 가슴 아팠던 장면을 머릿속에서 지우려 애썼다. 서서히 냉정을 되찾은 뒤, 안금여 손목에 손을 얹었다.

진맥이 끝내고 대략적인 치료 계획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먼저 혈자리를 정확히 찾은 다음, 가방에서 은침을 꺼내 안금여의 혈 자리에 가볍게 찔러 넣았다.

안금여는 연세가 많은데다 몸도 허약해서 무진같은 건장한 성인 남성에게 시침할 때처럼 해서는 안 되었다. 침을 놓는 성연의 동작이 하나하나가 가벼운 듯 조심스러웠다.

몇 군데에 침을 놓은 후, 옆에서 조용히 그리고 세밀히 관찰해다.

몇 분 후 할머니의 손가락이 아주 미미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할머니가 반응을 보이자 성연이 겨우 후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은침을 챙겨 넣으며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할머니, 빨리 나으세요. 부디 그런 나쁜 사람들이 활개치지 못하게 해주세요.’

할머니는 곧 정신이 들 것이다.

옆에서 잠시 지켜보다 면회 시간이 다 되어가자, 일어서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중환자실을 나섰다.

그날 밤, 무진과 성연은 안금여가 걱정되어 병원에 계속 머무르기로 했다.

고모부 조승호가 두 사람에게 할머니를 지켜보며 지낼 수 있도록 병실 하나를 내어 주었다.

공간은 널찍하였다.

침대에 기대어 앉은 성연은 무심하게 휴대폰을 넘겨보고 있었고, 무진은 소파 옆의 휠체어에 바른 자세로 앉아 있었다.

할머니의 병세를 알고 난 뒤부터 무진은 줄곧 무표정이었다.

할머니에 관한 얘기 외에는 그 누구와의 대화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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