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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8화

말을 마친 배미희가 하인에게 자신이 먹던 음식을 모두 2층으로 옮기라고 지시하며, 이서와 지환에게 1층을 양보했다.

배미희가 이렇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바보가 아닌 이상, 두 사람만의 시간을 만들어주려는 배미희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서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나는 정말이지 H선생님과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아.’

‘이전에는 H선생님과 친해지고 싶었어. 하지만 H선생님의 마음속에 다른 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H선생님과 가깝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H선생님은 몇 번이고 내가 그분의 대체품이 아니라고 말씀하셨지만...’

‘이제는 내가 H선생님께 다가가고 싶지 않아.’

‘두려워.’

‘내가 이대로 무너져 버릴까 봐, 또 이성을 잃게 될까 봐 너무 두렵다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지환이 뼈를 바른 생선 살을 이서의 그릇에 넣으며 말했다.

이서가 고개를 숙여 그릇 안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이서가 좋아하는 생선이었지만, 가시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그녀는 먹는 것을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뭐야, 내가 이 생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계신 거야?’

‘만약 정말 내가 이 생선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이러시는 거라면...’

순간, 이서의 머릿속과 눈앞이 또 한 번 흐릿하게 변했으며, 주위의 모든 것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는 듯했다.

일상의 소리마저 찢어질 듯한 소음으로 바뀌자...

쨍그랑!

손에 든 그릇을 땅에 떨어뜨린 이서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지환이 이서의 허리를 덥석 껴안았다.

“이서야!”

하지만 여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던 이서는 지환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했다.

‘몸이 너무 가벼워... 아픈 건 아니지만...’

‘구름 위를 날고 있는 것 같아...’

“이서야?!”

이서의 손을 꽉 붙잡은 지환이 긴장한 표정으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흐리멍덩한 표정을 한 이서는 전혀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았으나, 갈 길을 잃은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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