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예우림은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하이힐을 밟고 다급히 현장을 떠나갔다. 엄진우는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저 빙산녀, 가끔은 꽤 귀엽단 말이야.” 내일은 중요한 날이다. 집을 떠난 지 반년이 넘는 엄진우의 여동생인 엄혜우가 방학이라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엄혜우는 당시 아버지 살해의 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만약 제경의 권 세자가 아직도 엄혜우를 노리고 있다면 엄진우는 반드시 전력을 다해 엄혜우를 지켜야 한다. 다음 날 아침 엄진우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흰 캐릭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소녀가 가늘고 하얀 다리를 움직여 성큼성큼 걸어왔는데 캐리어를 끌고 나오는 그녀의 모습은 청초하고 귀해 보였다. “혜우야!” 엄진우가 그녀를 불렀다. “오빠!” 엄혜우는 잔뜩 신나서 엄진우에게 손을 흔들었다. 엄진우는 그녀의 캐리어를 받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콤하게 웃었다. “키가 또 컸네? 대학교 생활은 어때? 먹는 건 괜찮았어?” 엄혜우는 혀를 내밀며 말했다. “그럼. 나 친구도 많이 사귀고 콘테스트에도 많이 참가했어. 특히 엄마랑 오빠가 너무 보고 싶었어.” 엄진우는 오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돌아왔으니 집에서 푹 쉬어. 엄마 너 온다고 아침부터 시장에서 뭐 엄청 많이 사 들고 오셨더라. 지금 아마 부엌에서 바삐 보내고 계실걸?” “오예! 역시 엄마랑 오빠가 최고야!” 엄혜우는 환호하며 깡충깡충 뛰었다. 어릴 때부터 남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사이좋게 자랐는데 엄진우는 그런 엄혜우와 하수희의 목숨을 자기 목숨보다 더 귀하게 생각했다. 엄진우는 엄혜우와 함께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길에서 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엄혜우의 대학 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엄혜우는 갑자기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맞다, 오빠. 결혼했다며? 게다가 상대가 대표라고? 새언니 아주 예쁘다며?” “아, 뭐...” 예우림을 언급하자 엄진
기사의 미소는 순간 굳어졌다. “지금 내 돈 떼먹겠다는 거예요?”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난 양아치한테는 양아치처럼 대하는 편이라.” 말을 끝낸 엄진우는 바로 엄혜우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그러자 기사도 차에서 내려 사나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 나 진짜. 좋게 좋게 말해줬더니 이거 아주 건방진 놈이네? 이 주변에 내 사람들 쫙 깔렸으니까 너 앞으로 집에서 나오지 마. 그러다 내 사람들에게 죽을 수도 있어.” 대학생인 엄혜우는 처음 보는 상황에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오빠, 됐어. 그 돈 내가 줄게. 그냥 액땜한 셈 치자.” 그녀는 가족들이 이런 사람에게 찍히는 걸 원하지 않았다. 지갑을 열어 현금을 꺼내려는 순간, 엄진우는 그녀의 손을 막았다. “돈 도로 넣어. 이런 자식한테 한 번 타협하면 다음에는 더 지랄발광을 해댈 거야.” 엄혜우는 워낙 생활비가 넉넉하지 않아 그저 먹고 사는 데만 넉넉할 뿐 비싼 화장품을 살 형편도 되지 않았다. 그러니 아껴 먹으며 모은 돈을 이런 양아치에게 줄 수는 없었다. “이 새끼가!” 기사는 버럭 화를 냈다. “너 여기 꼼짝 말고 있어. 나 지금 당장 사람 부른다. 그때면 12만 원으로 끝나지 않아!”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시던가.” 기사는 씩씩거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얘들아, 나 지금 택시비도 안 주는 양아치 새끼 하나 만났거든? 당장 애들 불러서 이쪽으로 와. 제대로 혼 좀 내줘야겠어.” 그 말에 엄혜우는 잔뜩 겁에 질려 말했다. “오빠, 저 사람 진짜 같아. 빨리 신고부터 하자.” 엄진우는 여전히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런 일은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어. 이 오빠한테 맡기고 넌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면 돼.” 엄진우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내가 어렸을 때 널 지켰던 것처럼, 성인이 된 지금도 난 여전히 널 지켜줄 거야.” “오빠...” 엄혜우는 입을 삐죽 내밀고 눈시울을 붉혔다. 얼마 지나지 않
찰나의 순간 택시는 모두 해체되고 와장창 깨져버렸다. “내 차!” “개새끼가! 감히 우리 차를 부숴?” 순간 기사들은 눈에 핏대를 세운 채 버럭버럭 화를 내며 엄진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너 이 새끼 대가리가 어떻게 됐어? 돈 내놓으라고 했지, 우리 차를 부수라고 했어?” “난 워낙 등가교환을 좋아해서 말이야. 돈을 원한다면 당신도 그만한 걸 내놓아야지.” 엄진우는 사악한 말과 미소에 엄혜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못 본 사이 그녀의 오빠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심지어 양아치 기사들보다 더욱 기세가 강했다. 기사는 이를 갈며 말했다. “이건 150만 원의 일이 아니야! 차 비용까지 전부 물어내! 적어도 몇천만 원은 내놔야 할 걸?” “150만 원만 줄 거야.” 엄진우는 또박또박 말했다. “몇천만 원을 부수고 고작 150만 원을 준다고?” 상대는 두 눈을 부릅뜨고 사납게 쏘아붙였다. “어디 한 번 해보겠다는 거야? 어디서 억지를 부려?!”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좋게 좋게 얘기할 때 안 들었잖아!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나도 억지 좀 부려보지 뭐.” 엄진우의 말에 사람들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기사는 아예 얼굴이 일그러졌다. “헛소린 집어치우고! 오늘 돈 내놓지 않으면 넌 여기서 죽고 네 동생 년은 내가 술집에 팔아버린다!” 아악! 말이 끝나기 바쁘게 엄진우 상대의 멀쩡한 한쪽 귀를 뜯어버려 피가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기사는 너무 아파 무릎을 꿇은 채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내 가족을 모욕하면 내가 너 죽인다.” 엄진우의 얼굴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듯 살기가 가득했고 사람들은 간담이 서늘해져 저도 몰래 손을 벌벌 떨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이 많은 택시를 부수다니. 정말 이런 놈과 붙었다간 누가 손해를 볼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가서 흑곰 형님 모셔 와! 이 구역 보스인데 평소에도 늘 우리를 아끼셨으니 흑곰 형님에게 말하면 곧 사람을 데려와 이 새끼를 혼내줄 거야.”
흑곰이 제일 먼저 엄진우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신거렸다. “엄진우 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부하 관리를 제대로 못 한 잘못입니다. 제가 이 자식들 제대로 혼낼 테니 한 번만 봐주세요. 다시는 이런 잘못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엄진우는 흑곰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말했다. “자식의 잘못은 아 부모의 잘못이지. 장 회장과 전화 통화나 해야겠어.” 그 말에 흑곰은 흠칫하더니 몸을 벌벌 떨며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은 채 자기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엄진우 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엄진우 님 앞에서 목숨을 끊겠습니다! 제발 장 회장님에게 알리지 말아주세요. 그러다 정말 제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흑곰은 끊임없이 자기 얼굴을 후려쳤고 어느새 입가에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왔다. 놀라운 장면에 엄혜우는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렇게 대단한 인물이 우리 오빠 앞에 무릎을 꿇고 절로 뺨을 때린다고? 우리 오빠가 언제부터 저렇게 체면이 커진 거지? “혜우야, 들어가자.” 엄진우는 엄혜우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는데 순간 엄혜우는 안전감이 넘쳤다. 이때 엄혜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주변을 살피며 주저했다. “그냥 저렇게 내버려둘 거야?” “저런 새끼들을 상대해서 뭐 해?” 엄진우는 가볍게 말했다. 그들은 각자 자기 방식대로 자기에게 벌을 주었고 엄진우는 쿨하게 뒤돌아섰다. 그 모습에 엄혜우는 속으로 감탄했다. 집에 들어오니 하수희는 이미 한 상 떡하니 차려놓고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식탁에 둘러앉아 웃고 떠들며 밥을 먹었다. 하수희는 엄혜우가 없었을 때 집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일들을 그녀에게 일일이 이야기 해주었다. 그리고 엄씨 가문의 인정을 받았다는 말에 엄혜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리가 4대 고대 무가의 엄씨 가문 사람이었다고?” 더 놀라운 건 아버지의 위패가 엄씨 가문 사당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이다. 여기까지 말한 하수희는 엄
청용은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 “아닙니다. 단서는 있습니다. 제 상처에서 마침 범인의 DNA를 채취하는 바람에 전 도시의 인구를 조사해 범인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진전이 있어?” 그 말에 바로 전까지 낙담했던 엄진우는 이내 다시 흥분 조로 묻더니 다시 정중하게 명령을 내렸다. “이번에는 반드시 빨라야 해. 조 시장에게 연락해 정부의 도움을 요청해. 그리고 절대 경솔하게 행동해서 똑같은 수법으로 당하는 일은 없도록 해.” “네!” 청용은 엄진우의 명령을 받들고 바로 뒤돌아섰다. 이때 엄진우가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 “용아, 이거 받아.” 엄진우는 청용에게 주홍색 단약을 건네주었다. “혈독단인데 피부 외상이나 부러진 팔까지도 단기간에 회복할 수 있어. 이거 먹고 빨리 나아!” 청용은 순간 감격에 겨워 말했다. “명왕님, 이건 너무 귀한 거 아닙니까? 제가 감히 어떻게... 명왕님이 힘들게 제련한 이 혈독단은 해외에서도 거액 경매에 오른 희귀한 보물입니다.”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희귀한 보물은 개뿔. 그거 다 자본가들의 조작이야! 내 물건은 내가 주고 싶은 사람한테 줄 거니까 말 길게 하지 마! 군인인 네가 이걸 받을 자격이 없다면 이 세상에 이걸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아.” 그 말에 청용은 한쪽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 “용국과 명왕을 위해 목숨을 걸고 불길에 뛰어든다!”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군영도 아닌데 왜 구호를 외치고 있어. 기억해. 넌 내 부하뿐만 아니라 함께 싸웠던 전우이기도 해!” 엄진우는 어깨로 청용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열심히 해. 나 실망시키지 말고.” 그러자 청용은 자신만만해서 말했다. “네! 반드시 뷔젠트의 근거지를 찾겠습니다!” “좋아! 네 승리를 기다린다!” 그로부터 며칠 동안 엄진우는 동생 엄혜우를 돌보는 것 외에는 줄곧 회사에서 야근했다. 곧 지사가 설립되는 날이 다가왔다. 예우림은 특별히 번화한 상업 지역에 사무실을 얻었는데 작명은
엄진우는 안색이 변하더니 이내 고분고분해졌다. “소 비서님, 나 진짜 억울해요...” “쳇!” 엄진우가 여전히 입을 열지 않자 소지안은 눈을 뒤집으며 말했다. “역시 남자들이 하는 말은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을 수 없어요!” 그녀는 화가 나서 엄진우의 허벅지를 꼬집은 후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예 대표님은 한꺼번에 6억을 투자할 만큼 우리에게 아주 큰 기대를 하고 있어요. 우리 비담 컴퍼니는 이제 시작인데 앞으로의 비전은 생각해 봤어요?” 비록 창업 자금으로 6억은 큰돈이 아니지만 지성그룹의 재무 정황으로 보았을 때 유동할 수 있는 자금이 고작 40억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이 6억은 예우림의 최선이다. 만약 잘못되면 예우림은 이 6억을 날리게 되고 지성그룹의 정상적인 운영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엄진우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부대표의 지시에 따를게요.” 소지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진우 씨 이젠 예전의 평사원이 아니에요. 그러니 대충 넘어갈 생각하지 말고 빨리 말해요!” 그제야 엄진우도 숨김없이 말했다. “첫 번째로 시급한 과제는 사내외 건설과 부서 정비 그리고 새로운 규칙 제정과 파트너 육성이죠. 불야성 프로젝트에는 계약 업자와 공급업자 등이 필요하고 라이브 커머스는 상하류 산업체와의 협력 파트너가 필요해요. 이 일은 모두 소지안 부대표에게 맡길게요.” 엄진우의 유창한 말에 소지안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대표직에 오른 엄진우의 쩔쩔매는 모습을 볼 줄 알았던 소지안은 그의 이치에 꼭 들어맞는 말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는 일이 하나 있다. 북강에서의 7년 동안, 엄진우가 견지한 두 가지 일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운동이고 다른 하나는 독서였다. 그는 해외 간행물과 경제 잡지, 그리고 문학 명작 등을 읽었고 심지어 많은 부하가 각계각층의 큰 인물이 되었다. 7년 간의 침전으로 그의 시야는 심상치 않게 변해있었다. 그녀는 정색해서 말했다. “걱정 마세요. 새 규
그제야 엄진우는 정신을 차리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백 부장님 심정은 저도 이해한다만 현재 회사에서 충분한 예산을 내놓기 힘들어요. 하지만 저도 라방팀을 위해 완전히 새로운 기획을 마련했어요.” 백지연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엄 대표님, 돈이 들지 않는 기획은 없어요. 숏폼 투자에도 돈이 들어가고 라이스 쇼 호스트도 돈이 들어요. 그리고 나중에는 오프라인 공급망도 유지비가 들어가야 한다고요!”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사치품을 팔아야 하니 홍보가 중요하긴 하죠. 하지만 우리가 돈을 쓸 필요 없이 사람들이 알아서 우리에게 트래픽과 돈을 주고 싶어 하는 경로가 하나 있죠.” “그런 좋은 일도 있어요?” 백지연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빈정거리며 말했다. “엄 대표님, 듣자니 지성그룹 마케팅 부서 팀장이었다던데 그래서 그런지 전자상거래에 대해 아직 잘 모르시죠? 현재 국내 여러 숏폼 플랫폼의 주요 수입은 트래픽 판매에서 발생하며 그 중 라이브 스트리밍은 가장 강력한 온라인 비즈니스 제품인데 트래픽 수요가 상당히 커요. 그런데 돈도 받지 않고 트래픽을 제공한다고요? 하늘에서 과연 떡이 떨어질까요?” 백지연의 말에 기타 임원들도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망언입니까?” “하하, 역시 엄진우는 아직 너무 어려.” “고작 몇 달 동안 마케팅 부서에 몸 담갔던 고졸 직원이라 제대로 된 경영교육을 받지 못한 티가 나네.” “저런 사람을 대표로 두고 우리가 두 달이나 버틸 수 있겠어요?” 그 말에 소지안은 불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들 입 똑바로 놀려. 그게 상사에 대한 태도야?” “괜찮아요.” 엄진우는 담담하게 그녀의 말을 막았다. 평사원이 갑자기 지사 대표로 승진해 하필이면 옛 지성그룹의 중간 관리진을 부하 직원으로 두게 되었으니 그들이 엄진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물론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백 부장님이 하나 놓친 게 있어요. 자본시장은
“그래요. 회의 끝!” 엄진우는 담담하게 회사의 첫 번째 내부 위기를 해결했다. 소지안은 그런 엄진우가 더없이 대단해 보였다. “근데 다 어디서 배웠어요?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있죠?” 엄진우는 소지안의 얼굴을 꼬집으며 가볍게 웃었다. “독서나 많이 해요. 지안 씨가 4년 동안 대학에서 배운걸, 난 도서관에서 여덟 시간이면 충분히 습득할 수 있어요.” 이 말을 끝으로 엄진우는 뒤돌아 나갔다. 소지안은 열받은 듯 두 볼이 볼록해져서 씩씩거렸다. “뭐야? 그러면 난 독서 안 한다는 거야? 나쁜 자식!” 고졸 주제에 재경 대학의 수재를 경멸하다니. 젠장! ... 다음 날 밤. 비즈니스 디너쇼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데 갑자기 잠옷을 입은 엄혜우가 나타나 엄진우를 꼭 끌어안고 낄낄 웃어댔다. “오빠, 어디가? 나도 같이 갈래. 나 맨날 집에만 있어서 심심해 죽겠단 말야.” 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엄혜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부동산업계 디너쇼에 갈 거야. 너도 가고 싶어? 근데 거긴 재미없어.” 그러자 엄혜우는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 나도 갈 거야!” 엄진우는 그녀를 어찌할 도리가 없어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 “그래, 옷 갈아입고 같이 가자. 백팩은 안 돼. 어린애라고 놀려.” 엄혜우는 엄진우를 째려보며 말했다. “어린애는 개뿔!” 말을 끝낸 그녀는 이내 대학생 룩으로 갈아입었는데 화이트 크롭탑에 블랙진, 질끈 묶은 머리에 긴 다리. 정말 청순 그 자체였다. 엄진우는 속으로 감탄했다. 역시 여자들은 변화가 참 빠르다. 엄혜우도 어느새 아리따운 여자가 되었다. 이내 엄진우는 엄혜우를 데리고 시내의 한 호텔에 도착했다. 초대장을 내밀자 상대는 공손히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역시 비즈니스 포럼이라 그런지 정장 차림의 기업가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샴페인과 와인, 그리고 보스턴 랍스터,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등은 모두 무료로 제공되었다. “여기 대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