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말에 현장은 순간 조용해졌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젠 예우림도 엄진우를 다스릴 수 없다고? 예흥찬은 화가 나서 콧수염을 날리며 말했다. “무엄하다! 아주 무엄해!” 예흥찬은 안색이 푸르딩딩해져서 으르렁거렸다.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사과까지 했는데 끝까지 이렇게 나오겠다는 거야?” 엄진우는 한쪽 입꼬리를 올린 채 빈정거렸다. “맞아요. 꼭 이렇게 나와야겠어요. 그러니 마음대로 생각하시던가. 아무튼 예씨 가문은 반드시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할 거예요. 어르신과 예정명이 함께 하면 되겠네요.” “엄진우!” 예우림의 예쁜 얼굴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예전 같으면 한발 물러났을 법도 한데 오늘은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걸까? “예우림, 더는 이 일에 나서지 마.” 엄진우가 말했다. “비록 당신의 어린 시절은 행복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금의옥식 하며 살았잖아. 게다가 해외에서 유학 생활까지 했으니 당신은 노동자들의 고생을 알 수 없어. 만약 당신에게도 노동직을 했던 아버지가 있었더라면, 오직 가족의 생계를 위해 매일 같이 먼지투성이가 되어 열 손가락이 다 닳도록 피를 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봤더라면,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들어?” 엄진우가 진지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시비를 논하는 게 아니야. 우리 아버지도 노동직을 하셔서 난 잘 알아. 바로 이런 파렴치한 인간들 때문에 노동자들의 가정이 파탄 나는 거야.” 막다른 길이 아니었다면 누가 돈 때문에 자존심을 팔아가며 시위까지 벌인단 말인가? 그는 오늘 회사 대표로 여길 찾아온 것이 아니라 단지 정의를 찾기 위해 온 것이다. 그 말에 예우림은 충격을 받고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녀는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미안해, 엄진우. 내가 생각이 짧았어...” 엄진우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노동자들의 노고를 절대 알지 못한다. 하여 관성적인 사고에서 출발하여 쉽게 해결할 방법부
그러자 두 형제는 이따금 자기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 “그러네요! 아무리 그래도 우린 예우림의 혈육인데, 저 자식이 우릴 죽이면 그건 악행이라 언젠가는 벌받을 거예요.” “우리 가족 누구라도 죽이면 저 자식은 절대 예우림과 결혼할 수 없어요! 인륜에 어긋나면 천벌을 받는 법이죠.” “저놈이 예우림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절대 우릴 건드리지 못해요.” 그 말에 엄진우의 안색은 확실히 변했다. 엄진우의 약점을 잡은 예흥찬은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 “어때? 내 말이 맞지? 역시 연륜은 무시 못 하는 거야. 엄진우, 넌 아직 너무 어려.” 이내 예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는데 엄진우가 절대 그들을 털끝도 건드리지 못할 거란 걸 확신하는 듯했다. 그러자 엄진우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 말이 맞아요. 예우림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들을 죽일 수 없죠.” 여기까지 들은 예씨 가문 사람들은 더욱 날뛰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이제 보니 허세만 가득 들어찼군.” “엄진우, 그렇게 대단하면 일단 이 저택부터 무너뜨려. 우리 가문에는 남아도는 게 돈이라 하나 다시 지으면 돼!” 엄진우는 그들의 비웃음에 시종일관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처했다. 이때 예흥찬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됐어, 엄진우. 네 연기는 이미 끝났으니 당장 여기서 꺼져. 굳이 굴욕을 자초하지 말고. 아, 물론 이 저택을 무너뜨려도 좋아. 아무튼 손해는 예우림과 지성그룹에 청구할 거야.” 예흥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예씨 가문 사람들은 다시 체면을 되찾은 듯 가차 없이 비웃음을 늘어놓았다.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싸늘하게 말했다. “잠깐만! 내 말은 내가 직접 죽일 수 없다는 거야. 하지만 나 대신 당신들을 죽여줄 대체품은 따로 있어. 영감,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그랬죠? 영감은 곧 죽을 거라고.” 엄진우의 말에 예씨 가문 사람들은 순간 입을 틀어막고 두 눈을 크게 떴다. 예흥찬이 제일 꺼려하는 말이 바로 그의 죽음에 관한 말이다.
멀쩡하던 예흥찬이 갑자기 피를 흘리며 쓰러지다니! 예씨 가문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 소리를 질러댔다. “엄진우! 대체 어르신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물건 돌려받은 것뿐이야.” 엄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영감탱이는 워낙 천인오쇄를 앓고 있었어.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그러니 함부로 입 놀리지 마! 아, 맞다. 참고로 이 영감 말이야. 두 시간은 더 살 수 있어. 그러니 알아서 살리든가.” 엄진우는 뒤돌아 바로 떠나려고 했다. “잠깐만! 엄진우!” 예흥찬은 피를 토하며 엄진우를 불렀지만 엄진우는 홀연히 떠나고 말았다. “아버지! 저놈 저거 일부러 말 심하게 하는 거예요!” “그래요! 일부러 우릴 겁주려고 저러는 게 분명해요! 아버지 올해 건강검진 결과가 얼마나 좋은데요.” 예씨 형제는 애써 예흥찬을 위로했다. 하지만 예흥찬은 이미 사색이 되어버렸다. 예흥찬의 건강은 예흥찬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다. 연명침이 몸에서 빠지고 나니 그의 몸은 급격히 악화하고 있었다. 지금의 그는 이미 죽음의 문턱으로 들어서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원으로 가! 돈이 얼마 들던 가장 비싼 전문의를 찾아 나부터 살려!” 예흥찬은 오직 살자는 생각에 목청껏 소리를 질렀다. 예흥찬의 제어를 잃은 모습에 예씨 가문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다급히 대답했다. “예!” 이내 예흥찬은 창해시에서 가장 좋은 사립병원으로 옮겨져 해외 전문가의 진찰을 받기 시작했다. 그 사이 예흥찬은 여러 번 피를 토했다. 심지어 예씨 형제도 두려움에 몸이 떨려왔다. 설마 정말 이대로 죽는 걸까? “어르신, 건강 상태가 최악입니다.” 해외 전문가가 유창하게 말했다. “신체 각 기관의 쇠약은 거의 놀라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살아계신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입니다.” “그래서 살릴 수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예흥찬은 조급해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안심하세요. 우리는 프롭니다.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우리는 그
예흥찬은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소리를 질러댔다. “이제 한 시간 남았어! 엄진우를 찾아서 연명침만 얻는다면 난 살 수 있어!” 예씨 가문 사람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큰 창해시에서 그놈을 어떻게 찾아요?” “상관없다! 땅을 파서라도 찾아! 아니면 난 내 유산을 전부 자선단체에 기부할지언정 너희들에겐 한 푼도 남기지 않을 거야!” 예흥찬은 유산으로 그들을 압박했다. “그래요. 당장 찾아올게요.” 그제야 예씨 가문 사람들은 덜컥 겁에 질려 다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엄진우의 행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예우림이다. 하지만 예우림은 앞으로 24시간 동안 전화를 받지 않을 거라고 선언했다. 예씨 가문 사람들은 하는 수 없이 모든 인맥을 이용해 창해시에서 대대적으로 그의 행방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의 한 시간도 지났지만 전혀 진전이 없었다. 엄진우는 집에도 없고, 회사에도 없고, 그렇다고 길에도 없었다. 엄진우의 동료들도 그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했고 예우림도 회사에 있지 않아 엄진우를 찾는 일은 그야말로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맞먹을 정도로 어려웠다. 예씨 저택. 여태 소식을 받지 못한 예흥찬은 이미 온몸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침대에 누워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 절망이 점점 다가왔다. “난 정말 여기까지인가.” 예흥찬은 승복할 수 없다는 듯 눈물을 흘렸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그저 엄진우의 말을 들어줬을걸, 사과하고 돈을 돌려주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체면이 목숨보다 더 중하단 말인가? 죽음을 앞둔 예흥찬은 그제야 돈과 체면은 목숨 앞에서 부질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쉽게도 후회 약은 없어...” 후회하고 있는 그때, 예정국이 다급히 달려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아버지, 드디어 엄진우의 행방을 찾았어요!” “예우림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는데 양명산 정상으로 올라가 엄진우를 찾으라네요!” 그 말에 예흥찬은 기사회생하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빨리! 양명산으로 가자
엄진우는 예흥찬을 무덤덤하게 흘겨보더니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죽는 건 두렵지 않다면서요?” 초라할 대로 초라해진 예흥찬은 더는 체면을 차릴 겨를도 없이 자세를 낮추고 말했다.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엄진우, 제발 나에게 연명침을 놓아 줘. 나 곧 죽을 것 같아... 난 죽음이 무서워.” “당신은 안 죽어요. 난 이 산 전체에 결계를 쳤어요. 이 산에 있는 한 당신은 죽지 않아요. 아니면 어떻게 여태 살아있겠어요?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린 채 싸늘하게 말했다. 예흥찬은 멈칫하더니 그제야 반응을 보였다. 하긴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이치대로라면 그는 이미 죽었어야 한다. “요구는 세 가지가 있어요. 하나라도 거절하면 난 당신에게 연명침을 줄 생각이 없어요.” 엄진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첫 번째, 돈을 갚은 후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이 사건을 신문에 올리세요.” 예흥찬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 “그래, 나와 정명이, 그리고 전체 예씨 가문이 함께 사과할 거야.” “두 번째, 지성그룹에서 빼돌린 돈을 전부 돌려놓으세요.” 여기까지 들은 예씨 가문 사람들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건 강도짓이나 다름없어!” 어렵게 지성그룹에서 돈을 빼냈는데 도로 뱉으라니, 살을 베는 것보다 더 아픈 일이다. 예흥찬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해져서 말했다. “그 돈의 대부분은 이미 해외 계좌로 옮겨져서 당분간은 돌아올 수 없어!” 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었다. 역시 늙은 여우다. 공금을 빼돌린 지 겨우 며칠도 안 됐는데 이미 해외로 옮겼다니. “그래서 얼마나 남았는데요?” “고작 5분의 1도 안 남았어...” “당장 돌려놓으세요!” 엄진우가 명령했다. “그래--” 예흥찬은 잔뜩 풀이 죽어 대답했다. 갑자기 큰돈을 내놓게 생겼으니 예씨 가문은 앞으로 내리막길을 걸을 게 뻔하다. “그리고 마지막 조건 잘 들어요. 예씨 가문은 더는 예우림의 혼사에 개입하지 마세요. 그 여자 평생에 허락된
비담 컴퍼니. “엄 대표님, 전에 소동을 피웠던 노동자들이 회사 입구에서 무릎을 꿇고 기다리고 있어요. 그런데 기자들까지 함께 왔더라고요. 우리 회사와 엄 대표님의 정의를 제대로 홍보하겠다고 아주 난리도 아니에요! 아, 그리고 수십 개의 패넌트와 꽃바구니, 과일바구니까지 가득해요.” 보안팀장이 흥미진진하게 보고를 올렸다. 그리고 회사 전체 분위기도 아주 즐거웠다. 그들은 그날 그 일이 이런 결과를 맞이할 줄 생각도 못 했다. 전에 엄진우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던 몇몇 임원들도 그의 배짱과 실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엄 대표님 이번에 정말 큰일 하셨네요.” “위기를 극복한 것도 모자라 회사 이미지까지 제대로 빛냈어요. 이건 수억 원을 들여 회사를 홍보하는 것보다 더 효과 있는 일이죠.” 소지안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모두의 상사가 될 수 있었던 거겠죠. 엄 대표님 실력을 이젠 인정할 수 있겠어요? 앞으로 제대로 믿고 따를 건가요?” “네! 끝까지 따르겠습니다!”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늘 그랬듯 덤덤하고 평온한 표정을 지었다. “다들 그냥 가라고 하세요. 전 그 어떤 인터뷰도 받을 생각이 없어요. 그들을 도운 건 홍보의 목적이 아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겁니다.” 그 말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네? 이렇게 좋은 홍보의 기회를 놓치시겠다고요?” 소지안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이렇게 하면 오히려 더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지금 전 국민이 예씨 가문의 사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 사건의 주도자로 노동자들의 밀린 임금을 받아준 장본인은 정작 뒤로 물러섰죠. 이거야말로 언론사들이 가장 좋아하는 기사 소재예요!” 그제야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은 분분히 엄진우를 향해 엄지를 내밀었다. 회의가 끝난 후. 소지안은 엄진우에게 다가가 그의 무릎에 털썩 앉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그의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이번 일 너무 잘 해냈는데요? 나도 이런 효과가 있을 줄은 생각
전화를 받자마자. “엄진우, 나 지금 회사 다 왔으니까 당장 내려와!”헐! 엄진우는 소름이 돋았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예우림이 직접 찾아왔다.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엄진우와 소지안은 예우림을 맞이하기 위해 다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그녀는 여느때 처럼 엉덩이를 감싼 오피스룩에 위에는 하얀 오프숄터 민소매를 입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비담 컴퍼니 직원들은 하나같이 침을 꼴깍 삼켰다. “저 여자가 우리 본사 지성그룹의 대표 예우림이야? 명실상부한 미인이네!” “와, 저 몸매, 나 진짜 10년을 봐도 질리지 않겠다.” “10년이 다 뭐야. 한 번만 가질 수 있다면 난 50년을 적게 살아도 좋아.” 직원들이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강렬한 아우라에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그저 상상만 할 뿐이다. “대표님!” “우림아!” 엄진우와 소지안이 그녀를 부르자 예우림은 입꼬리를 올린 채 미소를 지었다. “엄진우, 우리 엄 대표 아주 제대로 컸네? 내 호출도 무시해? 이러다 혼자 회사라도 차리겠다?” 엄진우는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히 말했다. “그럴 리가. 소 비서님한테서 나도 방금 들었어. 지금 막 전화하려던...” “됐어, 내가 널 몰라? 쳇!” 예우림은 눈을 희번덕이더니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나 지금 변명 들을 시간 없으니 그냥 입 닫아!” 엄진우는 할 말을 잃었다. 그래, 네가 이겼다. 입 다물게. 그러자 소지안은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 “역시 우림이가 와야 엄진우 씨 한 방에 다스릴 수 있어.” 예우림이 정색해서 말했다. “할 얘기 있어서 왔으니까 일단 사무실로 가. 나 한 시간 뒤에 출장 가야 하니까 빨리 끝내자고.” “그래. 다른 회사 임원도 소집해?” 엄진우가 엄숙하게 물었다. “필요 없어. 두 사람만 있으면 돼.” 사무실. 예우림은 엄진우의 자리에 앉아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이번 노동자들 임금 사건 조용히 알아봤는데 창해
“별장 한 채를 사려면 적어도 50년 치 월급이야. 만약 뒷돈을 받지 않았다면 그 돈을 벌 수 있었을까?” 예우림의 말에 소지안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제야 그녀의 말을 믿게 되었다. “내가 속았네.” 하긴, 요즘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 보니 그들을 공격할 수 있었던 건 오직 송광밖에 없었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이용해 지저분한 수단을 썻던 것이다. “이건 송광의 인적 사항인데 여기 놓고 갈게. 어떻게 상대할지는 두 사람이 결정해.” 예우림은 서류를 놓고 한마디 덧붙였다. “특히 너, 엄진우. 막무가내로 굴지 마! 송광은 단순한 건설청 부과장이 아니야. 그 뒤에는 놀라운 배후가 있다고. 그러니 절대 지나친 행동은 하지 마.” “걱정하지 말고 빨리 출장이나 가세요.” 엄진우는 가슴을 치며 활짝 웃었다. 떠나기 전 예우림은 단독으로 소지안에게 분부했다. “지안아, 내가 출장 나가 있는 동안 엄진우 잘 지켜보고 있어.” “걱정하지 마. 다른 여자는 근처에도 못 오게 할게.” 소지안이 눈을 깜빡이며 말하자 예우림은 단번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여자는 무슨, 나 그거 말한 거 아니거든? 내 말은 엄진우는 당한 대로 꼭 갚아주는 성격이라 너무 일을 크게 벌리지 않게 네가 옆에서 좀 컨트롤하란 얘기야.” 소지안은 혀를 쏙 내밀며 말했다. “됐거든! 나 다 알아! 너 지금 진우 씨가 권력도 생겼으니 다른 여자한테 한눈팔까 봐 걱정하는 거잖아.” 예우림은 입을 한 번 오므리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소지안을 노려봤다. “지안이 너! 나한테 이럴 거야? 너 솔직하게 말해. 너도 엄진우 좋아하지?” 그 말에 소지안은 순간 뇌신경을 맞은 듯 우물쭈물해졌다. “내... 내가 언제! 얘는 진짜.” “흥! 내가 널 몰라?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난 다 알 수 있어.” 예우림은 콧방귀를 뀌더니 살짝 미소를 지었다. “난 그냥 모른 척했을 뿐이야. 하긴 엄진우 괜찮은 남자지.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을 스타일이야. 그래서 난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