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준의 결혼 예단을 채울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여윳돈도 있었을 것이다.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제 와서 과욕일 뿐이었다.지금 서천구 쪽의 집값은 이미 그들이 그저 우러러볼 수밖에 없게 비쌌다.오남미는 핍박에 못 이겨 밖에 있는 호텔에 묵은 채 감히 집에 돌아가지도 못했다.왜냐하면 그녀는 일단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과 남동생에게 책망과 원망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호텔에 숨어 있으면 오히려 조용히 지낼 수 있었다.다만 도시 전체가 떠들썩해지면서 그녀도 점차 더없이 후회하게 되었다.그녀가 생각하기에 천도준은 정태건설의 부대표이고 서천구는 정태건설이 개발한 것이니, 15일 이후, 천도준이 앞으로 정태건설에서 어떤 대우를 받을지는 제쳐두더라도, 그 상금만 해도 절대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오남미는 결코 그렇게 단호하게 천도준과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그녀가 후회할 때마다 상상해 볼 수 있는 일일 뿐이었다.그녀는 후회함과 동시에 점점 미쳐가기 시작했다.‘15일!’‘바로 15일 날에, 천도준을 패가망신 당하게 만들 거야. 정태건설의 부대표가 도대체 어떤 쓰레기인지 이 도시의 모두가 알게 할 거야.’‘내가 못 가진다면 망쳐버려야지.’‘그가 먼저 내게 무자비했으니 내가 불의를 저질렀다고 탓할 수는 없겠지.’‘그가 나를 속였으니 대가를 치러야 해!’15일이 점점 다가오자, 정태건설의 모두가 매우 바빠진 상태였다.천도준은 모든 직원을 데리고 밤을 새워가며 일하면서 최선을 다하려 했다.아무도 이런 상황을 원망하지 않았고, 모두가 마치 흥분제라도 맞은 것처럼 열심히 일했다.이것은 정태건설이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였다.더욱이 모든 사람이 한 달 넘게 열심히 노력해 곧 성공의 열매를 딸 수 있는 순간이었다.이날 저녁, 천도준은 모두를 일찍이 퇴근시켜 집에 돌아가 쉬게 했다.내일이 바로 15일이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준비했으니, 전날 밤에 푹 쉬어야 내일에
용정 화원.오늘 예매가 시작될 서천구의 건물이었다.이른 아침부터 호화로운 분양센터의 앞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매를 한다기보다 시세차액으로 돈을 벌려 한다는 게 더 맞았다. 심지어 어젯밤 저녁부터 이곳에 죽을 치고 앉아 기다리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줄곧 서천구의 사람들로부터 낡고 초라한 건물이라며 갖은 천대를 받던 땅이 오늘처럼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하이라이트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끝이 보이지 않는 긴 줄은 이미 분양 가구 수를 훌쩍 초과한지 오래였지만 집을 분양받으려는 사람들의 뜨거운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줄은 더욱더 길어지고 있었다.분양센터 앞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모여든 인구에 비해 턱없이 작은 주차장 때문에 차들은 무려 일 키로메터 넘은 곳까지 주차되어 있었다.심지어 현장 질서를 유지하고 집결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본 시의 기능 부서 직원들까지 이곳으로 파견되었고 각 대형 언론사에서는 전속 구역에 주둔한 채 모든 카메라 설비를 완벽하게 세팅하고 대기 중이었다.전례 없는 어마어마한 상황이었다.시에서 상위 10위의 부동산 회사에서 아파트를 분양할 때에도 이처럼 많은 인파가 몰려들지 않았었다.“대광이 형, 오늘 좀 바쁘겠는데요?”분양센터 건물 안, 한 앳되어 보이는 직원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바깥 상황을 바라보며 이대광에게 걱정스러운 눈길을 던졌다.“이따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면 저 밟혀죽는 거 아니에요?”“정신 똑바로 차려. 상담원이면 땅에 떨어지는 돈을 허리 굽혀 쓸어 담아도 모자랄 판에 밟혀 죽는 게 두려워?”이대광은 젊은 직원을 흘기다가 시선을 창밖으로 옮겼다. 예상을 뛰어넘은 인파에 마음이 착잡했다.그가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제일 큰 이유는 정태건설의 판매량이 오늘의 국면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천도준이 미리 주건희를 찾아 도움을 빌린 것이었고.한 달 여전까지만 하더라도 정태건설은 그의 손아귀에 있었다
천도준이 직원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언론매체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졌다.“세상에! 저, 저분 정태건설의 대표님이신 것 같은데!”그의 말은 마치 잔잔한 호수에 던진 돌멩이처럼 큰 파문을 일으켰다.모두들 두 눈을 커다랗게 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정태건설의 대표님이 택시를 타고 오셨다고? 나 방금 잘못 본 거 아니야?”“스포츠카를 몰고 와도 전혀 이상할게 없는데 택시라니... 황금알을 낳는 암탉을 가지고 있으면서 차 한 대 사지 않았다는 거야?”“아, 아까 사진을 찍었어야 했어. 분명 한바탕 난리 날 뉴스거리였는데.”...충격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사람들은 저마다 입을 모아 수군거렸다.천도준이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올렸다.본격적인 분양이 시작된 것이다.지나치게 꾸물거리지도 의례 진행되는 축하공연도 없었다.밤을 새워서 기다렸던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천도준은 잘 알고 있었다.파죽지세의 상황에서 발표회를 부각시키는 것은 아무런 작용도 없는 쓸데없는 짓이었다.오프닝 인사말로 현장의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후 다음 순서는 테이프 커팅식이었다.천도준은 일찍이 안에서 여러 의원님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며 얘기를 해두었다.사회자가 테이프 커팅식이 있겠다고 말함과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무대에 올랐다.그 순간 무대 위에 오르는 사람들을 향해 번쩍이는 플래시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센터 안으로 들어온 구매자들 역시 숨을 죽이고 무대를 지켜보았다.단아하게 차려입은 아가씨들이 천도준을 비롯한 다른 사자임들에게 가위를 가져다주었다.사회자가 커팅식을 시작하려 할 때 천도준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사회자를 향해 말했다.“죄송합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돌발 상황에 사회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도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어리둥절해했다.얼떨결에 무대 위에 멍하니 서있게 된 의원님들의 안색이 서서히 굳어졌다.계속 천도준의 뒤에 서있던 마영석이 이를
찰나의 순간.군중 속의 고청하는 만인의 주목을 받으며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고개 숙인 그녀의 얼굴에 홍조가 피어올랐다.비록 어려서부터 이런 장면을 적잖게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심장이 마구 방망이질을 해댔다.그전에는 아버지의 영광에 힘입어 서였다면 지금은 그녀의 남자 친구 천도준이 가져다준 것이었다.“와... 예쁘다...”고청하의 얼굴을 보자 사람들 속에서 일제히 그녀의 미모를 칭찬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어쩐지 내 여자 친구가 이렇게 예쁘면 나도 기다렸을 거야!”“대표님 정말 대단하시다... 젊은 나이에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둔 것도 모자라서 예쁜 여자 친구까지... 성공한 인생이야...”...들려오는 말소리에 고청하는 더욱 깊이 고개를 숙였다. 섬섬옥수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며 발걸음을 재촉했다.지금껏 이렇게 긴장되기는 처음이었다.그녀가 무대에 이르렀을 때 불쑥 나타난 큰 손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녀는 깜짝 놀라 발걸음을 멈추었다.“긴장돼?”익숙한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전해졌다.고청하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천도준을 바라보았다. 붉은 입술을 짓이기며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손을 뻗어 천도준의 손바닥을 맞잡았다.천도준의 큰 손을 맞잡자 미친 듯이 쿵쾅거리던 가슴이 점차 진정되며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신기한 느낌에 그녀조차도 당황스러울 지경이었다.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터져 나오는 플래시는 멈출 줄을 몰랐다.정장 셋업의 천도준과 화이트 원피를 입은 고청하가 천천히 무대 정중앙으로 걸어갔다.고청하가 좌우를 가볍게 살펴보더니 속삭였다.“이러면 회장님한테 안 혼나요?”“내가 나를 혼낼 리가 있겠어?”천도준이 호탕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 말에 고청하가 움찔하며 경악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바라보았다.그녀가 말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천도준이 마이크를 집어 들더니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발표했다.“정식으로 소개 드리겠습니다. 제 여자 친구 고청하입니다.”그 순간.열렬한 박수 소리가 터져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의 이목과 플래시가 무대 위로 쏟아졌다.아니, 두 사람에게 쏟아졌다는 말이 더 정확했다.고청하는 천도준이 뒤에서 그녀를 감싸 안는 순간 그녀는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따뜻한 그의 온기에 저도 모르게 달콤하고도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그녀가 미처 현실을 자각하기도 전에 커팅식이 마무리되었다.펑!큰 폭죽 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이어서.펑펑펑...!미리 건물 주변에 세팅되었던 72개의 폭죽이 일제히 치솟아 올랐다.어마어마한 규모의 폭죽에 그 소리는 천둥 번개를 방불케했다. 깜짝 놀란 고청하는 저도 모르게 천도준의 품을 파고들었다.“위에 봐봐.”천도준의 나직한 목소리가 고청하의 귓가에 울렸다.고청하는 마치 깜짝 놀란 고양이처럼 천도준의 품에서 빼꼼 머리만 내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폭죽 소리와 함께 수많은 꽃잎들이 하늘에서 흩날리고 있었다.각양각색의 꽃잎들은 싱그러운 햇빛을 받아 낭만적으로 살랑거렸다.고청하는 넋을 잃은 채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은 꽃잎을 바라보았다.이 순간 고청하는 자신의 신분도, 배경도 까마득하게 잊은 채 여느 소녀처럼 눈물을 글썽였다.손을 뻗어 떨어지는 꽃잎을 받아든 그녀가 속삭였다.“장미?”천도준은 한없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고청하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었다.“너 장미 좋아하잖아. 모든 색의 장미를 다 사 왔어.”그에 대한 고청하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를 사랑해 주었던 그녀였기에 그의 모든 것을 내줄 만한 가치가 있었다.네가 좋아한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줄 테니.“이런 꽃비 어때? 마음에 들어?”“마음에 들어. 너무 예뻐...”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천도준의 품을 파고들었다.“고마워.”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순간이었고 카메라에 의해 영원히 포착된 순간이었다.꽃비로 하늘을 수놓은 낭만적인 고백에 얼굴을 찡그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아가씨들은 고청하를
오남미는 두 눈을 붉힌 채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빠르게 용정 화원으로 향해 달려갔다.저 멀리, 꽃잎이 휘날리고 있었다.그리고 제자리 비행을 하고 있는 세 대의 헬기에 긴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그것은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그녀를 내려쳤다.심지어 그녀는 천도준과 고청하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까지 그러낼 수 있었다.그리고 그 모든 것은….“나의 것이야, 다 내 것이어야 했다고!”오남미는 울먹이며 이를 악물었다.“천도준, 이 개자식, 거짓말쟁이! 날 사랑한다고 했잖아. 그런데 고청하를 위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나와 헤어지려고 하다니.”질투와 원한, 분노 등등의 감정이 한 데 뒤섞이기 시작해 오남미는 정신이 다 무너질 것만 같았다.“이대로 네가 잘 지내게 둘 수는 없어.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네 짐승 같은 모습을 까발릴 거야. 천도준, 이건 다 너 때문이야!”끝내 오남미는 용정 화원 분양 센터 앞으로 달려갔다.시야 속으로 천도준과 고청하가 서로 안은 채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분노한 오남미는 가까이 다가갔다. 인파를 헤집고 나온 그녀는 목소리를 높여 고함을 질렀다.“천도준, 이 배신자!”별안간 들려온 고함은 마치 해머처럼 분양 센터의 앞의 행복을 산산조각냈다.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놀란 얼굴로 오남미를 쳐다봤다.천도준과 고청하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던 카메라들은 하나 둘 오남미를 향하기 시작했다.언론이 들끓기 시작했다.그들은 원래 서천구 재개발 구역의 첫 번째 분양 소식을 취재하러 온 것이었는데 새로운 뉴스가 연달아 찾아올 줄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다.특종을 향한 그들의 날카로운 후각은 이미 이 뉴스는 내일 보도가 되면 분명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만들 거라는 예감이 들게 했다.정태 건설의 사장이 호화롭게 여자 친구에게 구애를 했는데 정체 모를 여자가 갑자기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하다!이것은 호사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뉴스였다!무대 위.천도준은 분노에 찬 눈으로
이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내가 처리할게. 너는 기분을 망치지 말고 겐팅 스카이에서 기다려."고청하의 표정이 살짝 변하더니 머뭇거리며 천도준을 한 번 바라보았다.그녀는 결국 마영석을 따라 자리를 뜨기로 했다.그녀는 천도준이 잘 처리하리라 믿었다.고청하가 떠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던 천도준이 천천히 무대 위에서 내려왔다.그는 수많은 시선과 플래시의 주목을 받으며 그를 저지하는 경비원을 스쳐 지나가 절망적인 모습으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오남미의 앞으로 다가갔다.그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우리는 이미 끝난 사인데, 지금 여기서 이렇게 울고 있는 이유가 내 인생을 망치기 위해서야?”오남미가 버둥거리며 일어나더니 빨개진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미친 사람처럼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래. 네 일을 망쳐 네 인생을 망치기 위해서야. 이것이 네가 나를 속인 대가야!"가슴속에 분노가 들끓어 오른 천도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오남미를 바라보며 말했다."너희 집, 사람들은 정말 말이 통하지를 않는구나!”"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는데?"오남미는 절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들은 내 부모이자 남동생인데, 내가 도와주지 말아야 하는 거야?"천도준은 더 이상 실랑이하지 않고 그저 코웃음쳤다.그는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이 정말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했다.만약 오남미가 정말 말이 통했다면, 결혼한 지 삼 년 만에 이혼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말해. 어디 말 좀 해봐?"오남미는 침묵하는 천도준을 바라보며 자신이 도덕적으로 그를 몰아붙였다는 생각에 기가 살아나 말했다.세도 일어났다."천도준, 잘 기억해. 우리가 이혼한 이유는 네가 싫어져서 내가 떠난 거야. 그러나 나, 오남미는 네가 이렇게 나를 속이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어. 네가 고청하 저 여우 같은 년이랑 함께하고 싶다면 내게 일억 원을 줘. 그러면 내가 당장 사라져 줄게.”"그렇지 않으면, 내가 온 도시 사람들 앞에서 짐승 같은 네 모습을 까발려버릴 거야!”“
단호하고도 두려운 것 없는 듯한 천도준의 모습에 오남미는 그만 당황해 버렸다.그녀는 어쩐지 무력감이 느껴졌다.사람들의 수군거림이 그녀를 향해 쏟아졌고, 카메라 플래시가 그녀를 거의 삼켜 버릴 듯했다.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천도준은 이미 자리를 떠 사라진 뒤였다.용정 화원 분양센터가 문을 열자, 주택 구매자들이 우르르 분양 센터로 몰려들어 그 열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리고 그녀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피에로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택시를 타고 용정 화원을 떠난 천도준은 곧장 겐팅 스카이로 향했다.오씨 가문 사람들의 양심 없는 모습에 그를 그만 구역질이 났다.오늘 현장에 나타난 오남미는 그를 더욱 화나게 했다.오남미에 대한 그의 마음은 오남미가 어머니의 목숨을 구해줄 병원비를 가져갔을 때 이미 완전히 식어버렸다.만약 이수용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의 어머니는 이미 죽어버렸을 것이다.그는 이 일로 오남미와 오씨 가문에 완전히 정떨어졌다.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삼 년간의 결혼 생활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뿐이었다.만약 그더러 오남미와 오씨 가문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봐주라고 한다면 그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그가 얼굴을 문지르며 울분을 삭였다.천도준이 문득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손가락을 비비적거리다가 사람들이 왜 이런 상황에 부닥쳤을 때, 늘 담배를 찾는지 알게 되었다.문득 그의 머릿속에 고청하의 모습이 떠올랐다.그가 살짝 웃으면서 생각했다.‘아마 이것이 내가 아직도 버틸 수 있는 이유겠지.’적어도 그녀는 그가 지쳤을 때, 힘든 그의 모습을 눈치채고 그가 쉬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절대 오남미처럼 그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그를 짐승처럼 부려 먹으려 하지 않았다."청하는 담배 냄새를 싫어하지.”천도준은 고개를 저으며 앞을 내다보았다.그가 겐팅 스카이에 도착했다.이 도시의 최고 빌딩에 있는 겐팅 스카이는 마치 산꼭대기에 우뚝 솟아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것처럼 비싼 소비를 과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