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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위너스 레스토랑.

천도준이 처음 스테이크를 맛본 집이었다. 그때는 고청하가 밥을 산다고 그를 불러냈었다.

대학교 때 그와 오남미, 그리고 고청하는 항상 붙어 다니는 가족 같은 친구 사이였고 종종 이곳에서 같이 외식을 즐기기도 했다.

3년 전 고청하가 해외로 떠날 때도 이곳에서 셋이 작별 파티를 했었다.

그래서 이 레스토랑은 그들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었다.

“그래도 기억하고 있었네?”

고청하는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아련한 표정으로 간판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잊겠어.”

천도준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고청하가 코를 살짝 찡그렸다.

“그런데 너 너무 쪼잔한 거 아니야? 너 건설회사 부장까지 달았다며? 오랜만에 해외에서 귀국하는 친구에게 밥 사는데 고작 여기라고?”

3년 간 그녀는 해외에 있었지만 천도준과 오남미의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전해 들었다.

그래서 그와 오남미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그녀는 대학을 금방 졸업하고 건설회사에서 쭉 승진하다가 부장의 자리까지 오른 천도준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평민 출신에서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어디 가고 싶어? 얘기만 해.”

천도준이 웃으며 말했다.

“됐어, 그냥 여기서 먹자.”

고청하가 입을 삐죽이며 먼저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사실 천도준의 주머니 사정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비록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하기는 했지만 윗분들 눈치 보는 월급쟁이에 불과했고 번 돈을 모두 어머니의 치료비에 썼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그들은 둘 다 물에 젖은 생쥐 꼴이었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둘이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오히려 손님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

저런 초라한 몰골을 하고 스테이크를 썰러 오는 사람은 흔하지 않았다.

자리에 착석해서 메뉴를 주문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메뉴가 올라왔다.

천도준과 고청하는 스테이크를 썰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하지만 아무도 오남미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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