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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D국의 오빠들

유럽풍 건물의 호화로운 스위트룸, 최하연은 익숙한 듯 기지개를 펴고 일어났다.

방 구조나 가구들은 그녀가 떠났을 때와 다름없었다.

하연의 머리맡에는 따뜻한 차가 놓여 있었고, 침대 위에는 세련된 옷들이 여러 벌 놓여 있었다.

코 끝이 시큰거렸다.

B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대우였다.

“할아버지는 비행기 추락 사고 소식을 들으시고 네가 전화를 안 받아서 심정지가 오셨어, 아직도 병상에 누워계셔.”

뒤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검은 옷을 입은 큰 키의 남자가 카리스마와 아우라를 풍기며 그녀의 침실에 나타났다.

그는 B시로 하연을 데리러 온 오빠 최하민이었다.

하민은 현재 최씨 가문의 경영을 이끌고 있고 항상 온화함을 유지하며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다.

할아버지가 편찮으시다는 소식에 하연은 덜컥 겁이 나 울먹였다.

“오빠, 많이 위중하신 거야...?”

“심각한 정도는 아니야, 넌 네 몸이나 챙겨.”

하민은 하연의 손을 잡아당기며 나가려는 그녀를 막았다.

“지금 네 꼴을 봐, 이게 사람 얼굴이야? 예전에 한 약속 잊었어?”

이 말을 들은 하연은 발걸음을 멈췄다.

당연히 잊지 않았다.

그녀는 할아버지에게 한서준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고 나아가 이혼까지 하게 된다면 영원히 최씨 가문에 남아 가업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심지어 하연은 최씨 가문의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4대 가문 중 하나인 나씨 가문과 결혼하겠다는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빠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벌써 사람을 찾아 놓은 거야?’

‘나씨 가문의 아들은 알아주는 바람둥이라고 하던데...’

“근데 오빠 난 이혼한지도 얼마 안 됐고, 아직 재혼할 생각이 없어.”

그녀는 거의 빌다시피 말했다.

순간 하민은 표정을 풀더니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겁주려고 한 말이었다.

“넌 최씨 집안 딸이야. 우리 가문은 자식을 팔면서까지 집안을 키우진 않아 하지만, 할아버지가 완치하실 때까지는 내 옆에서 오른팔 역할을 똑똑히 해.”

이 말의 의미는 D국에 있는 하민의 DS그룹에 들어오라는 말이었다.

하연의 가족들은 그녀가 상운대 글로벌비지니스학부에 들어갈 때부터 이 일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하연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열고 서준에게 첫눈에 반할 줄은 누가 상상이라도 했을까?

‘오빠랑 할아버지가 많이 속상해하실 거야.’

“알겠어.”

그녀는 재혼만 아니라면 뭐든 괜찮다고 말했다.

하민은 움푹 패인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응’하고 대답했다.

‘우리 하연이만 보면 가슴이 아프네. 하지만, 이번 결혼이 하연이에게 교훈을 줬을 거야.’

“대표님.”

그때, 누군가가 방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하민의 비서였다.

“한서준 씨가 참가 자격 박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 대표님과 만나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합니다.”

하연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오빠, 설마...”

하민은 그녀를 데리고 온 후 신속하고 무자비하게 한씨 가문을 공격했다.

이는 서준이 하연만 믿고 이번 박람회에 관심이 없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하연만 믿고 있던 일이 이렇게 바뀔 것이라고 누가 알았겠는가?

“이건 최씨 가문 딸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는 무언의 경고야. 이제 네가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지?”

하민은 하연이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뒤 비서와 함께 떠났다.

그와 동시에 그는 비서에게 지시를 내렸다.

“며칠 동안 하연이를 데리고 D국의 주요 산업단지를 돌고 수석 비서의 모든 업무를 숙지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대표님.”

그들의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 갔고, 넓은 침실은 다시 조용해졌다.

‘수석 비서...’

이 직급은 대표 다음으로 높은 직급이었다.

하연은 자신의 볼을 세게 꼬집었다.

‘이번엔 오빠를 실망시키면 안 돼.’

“서프라이즈!”

하연이 DS그룹의 최고층 사무실로 들어온 지 이틀이 되던 날, 건들건들한 한 남자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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