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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최하성의 삶

“미안해, 오빠가 늦었지? 네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이제야 들었지 뭐야. 시시하게 벌써 돌아온 거야?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전부 쓸데없는 걱정이었네!”

이 목소리를 들은 최하연은 단번에 자신의 셋째 오빠인 최하성이라는 것을 알았다.

사실 하성은 그녀의 친오빠가 아니었다. 그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서 버려졌고 이후 최씨 가문에 입양되었다.

하연은 보고 있던 서류에서 눈도 떼지 않고 말했다.

“방해하지 말고 잠시 앉아 있어.”

3일이 지났지만 하연은 최하민의 비서인 이민영이 준 서류를 정리하지 못했다.

전 세계 협력사로부터 하루에 백 통이 넘는 전화를 받다 보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하성은 그녀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소파에 앉아 말했다.

“다 형이 시킨 거야? 이건 분명히 널 후계자로 키우려는 걸 거야. 안 쓰러지는 게 이상하지, 차라리 나랑 같이 콘서트 투어하자. 기분 좀 풀어.”

“안 가.”

하연은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지난 번에 일 기억 안 나? 오빠 팬들이 날 여자친구로 생각해서 얼마나 힘들었다고. 오빠가 조금만 늦게 왔으면 난 돌에 맞아 죽었어.”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

하성은 빙그레 웃으며 입술을 닦고 그녀를 바라봤다.

“에이, 아닌 척하면서 오빠 생각은 하고 있었구나? 아직도 우리의 추억을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다니 우리 하연이 최고!”

...

하연은 말문이 막혀 서류를 바라보며 눈을 굴렸다.

“망상도 병이야.”

하성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실은 진지한 제안이었다.

“내 병은 너만 고칠 수 있어.”

...

불행 중 다행인 건 그녀가 이미 하성과의 이런 대화에 익숙해져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성은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즐겨 불렀고, 지금은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스타였다.

아무리 바빠도 늘 하연에게만큼은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그녀가 서준과 결혼하겠다고 선언했을 땐 예정된 콘서트를 그 자리에서 취소하고 B시로 날아가 서준과 싸우려 했으나 큰형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어. 주위에 좋은 남자가 널렸는데 왜 한서준한테 반했는지 모르겠어.’

“전화 좀 받을게.”

하연은 휴대폰 진동이 울려 발신자를 확인했지만 모르는 번호였다.

하성은 입을 다물고 통유리창으로 걸어가 그녀가 전화를 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여보세요, DS그룹 새 수석 비서 번호 맞습니까? 이번 D국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 참가 자격을 박탈당한 것과 관련하여...]

구동후의 목소리였다.

‘오빠가 HT그룹 번호는 전부 끊어버린다고 했는데, 그래서 다른 번호로 전화한 건가?’

‘이것도 서준 씨 지시였을 거야.’

“그 문제에 대한 저희의 답은 똑같습니다. HT그룹의 자금 지분이 기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미 이전 비서분께서 말씀드린 걸로 압니다만.”

하연은 프로패셔널하게 대답했다.

[최 비서님?]

휴대폰 너머로 동후의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랫동안 하연과 함께 일했던 그는 하연의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에 하연은 애매모호한 답을 건넸다.

“그럼 이만 전화를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연은 동후가 대표실에 들어가 서준이 보는 눈 앞에서 전화를 걸었을 거라 확신했다.

‘서준 씨 표정은 안 봐도 뻔해.’

아니나 다를까 HT그룹 대표실에서 동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전화를 끊은 후 서준에게 휴대폰을 건네며 말했다.

“대표님, 새로 임명된 수석 비서 목소리가 최 비서님이랑 똑같았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동후의 말을 들은 서준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불과 몇 분 전, 동후는 서준이 알려준 주소에는 하연의 부모에 대한 정보가 없다고 보고한 상태였다.

다시 말해 하연이 말한 모든 정보는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대표님을 3년 동안 속이고 살았던 거야?’

“대표님, 그럼 이번 박람회에 HT그룹은 어떻게...”

동후는 서준의 어둡고 불확실한 얼굴에 그가 갈 것인지 안 갈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계속 전화해.”

서준은 침묵을 유지하다가 간결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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