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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파티를 준비했어

“정략 결혼도 서로 방해되지 않는 이상 괜찮을 것 같은데?”

한서준은 자기 생각을 그대로 말했다.

“넌 괜찮겠지만 난 아니거든?”

“내 아내가 될 사람은 첫눈에 반할 정도로 미인이어야 해.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답고 높은 IQ, 모든 것을 압도하는 아우라를 가지고 있어야지 그 여자는 절대 내 취향이 아니야.”

나운석은 손을 저었다.

“넌 내가 아니라 이해하지 못할 거야.”

이런 친구의 모습을 본 서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박람회로 화제를 돌렸다.

“박람회는 네 선에서 처리할 수 있어?”

운석은 당당하게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번 박람회는 나씨 가문이랑 DS그룹이 공동으로 주최한 거야. 내가 책임지고 처리해 줄게. 나중에 밥이나 사.”

그는 말을 하다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상대방의 응답이 없자 운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상대가 전화를 거절했다. 분명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화가 난 마음에 전화를 끊은 운석은 얼굴이 터질 듯 붉어지며 난감했다. 조금전에 당당하게 말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호언장담했는데 이렇게 눈 앞에서 거절당하다니. 서준이가 나한테 부탁하는 일도 잘 없는데 창피하게 이게 뭐야.’

그는 코를 긁적이며 미안한 듯 말했다.

“많이 바쁜가 봐. 오랜만에 만났는데 환영회라도 열어야지, 박람회 건은 내가 나중에 얘기해 볼게.”

서준은 운석을 따라 대표실 밖으로 나갔다.

당연히 자신이 퇴짜 맞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운석이가 이 일을 해결할 가능성은 희박해. 하연이한테 부탁할 수밖에 없어.’

한편, VIP를 대상으로 한 맞춤 드레스 명품 매장 안.

최하민은 고상하고 심플한 Y국산 소파에 앉아 있었다.

하민은 계속해서 걸려오는 전화를 거절하고 사이즈를 재고 있는 하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서준이 D국에 와서 나운석을 만났나 봐. 나랑 대화를 하고 싶대.”

그는 동시에 하연의 표정에 집중했고, 여동생이 정말 그에게 마음이 없는지 고민했다.

하지만 하연은 어떠한 표정변화도 없이 디자이너가 편하게 허리둘레를 잴 수 있도록 몸을 돌리며 말했다.

“오빠, 그건 나한테 맡겨.”

그 후, 그녀는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안색이 돌아오고 눈빛이 밝아져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확실히 한씨 집안에 있을 때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하연은 누구보다 눈부시고 빛나는 사람이었다. 어떤 남자도 뒤 돌아볼 만한 외모였다.

“하연아, 보고 싶었어!”

쾌활한 모습의 누군가가 하연을 향해 달려오더니 그녀를 꼭 안고 오랫동안 놓아주지 않았다.

하연은 목소리를 듣자마자 가장 친한 친구인 정예나라는 것을 알고 목이 메이고 눈가가 촉촉해졌다.

“나도야!”

예나는 하연을 놓아주며 말했다.

“너 진짜 너무해. 3년 동안 연락 한 번 없고, 네가 이혼했다는 사실도 네 셋째 오빠한테 들어서 알았어! 넌 나를 친구로 생각하긴 하는 거야?”

“내가 널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데.”

하연의 눈가가 부드러워졌다.

“그냥 부끄러워서 그랬어.”

그녀는 잠시 후 말을 덧붙였다.

“네가 진심으로 이 결혼을 막았을 때, 이럴 줄도 모르고 너랑 싸웠었는데 이혼했잖아... 널 볼 면목이 없었어.”

그녀가 서준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날, 충동적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포기하고 HT그룹의 비서가 되겠다고 얘기했을 때 예나는 서준이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으며 눈을 더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예나는 적극적으로 하연을 설득했다.

그러나 성급한 하연의 성격 탓에 예나의 말은 무시하고 두 사람이 함께 설립한 디자이너 브랜드 숍을 일방적으로 닫았다.

절친한 친구에 의해 꿈이 짓밟힌 예나는 화가 나 F국으로 떠났고, 자연스레 두 사람은 연락을 끊었다.

예나는 하연의 손을 잡고 화를 내며 말했다.

“면목이 없어야 할 건 네가 아니라 보는 눈도 없는 한서준이야, 이 바보야!”

“하연아, 이제 나도 돌아왔으니까 그 누구도 널 괴롭힐 수 없어!”

“널 괴롭히는 놈은 내가 죽여버릴 거거든.”

하연의 눈에 눈물이 고이자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만 울어, 하연아.”

예나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휴지를 꺼냈다.

“가자, 오늘 내가 널 위해 파티를 준비했어. 쓰레기한테 벗어난 걸 축하해!”

“좋아!”

하연은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오빠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예나의 손을 꽉 잡았다.

그녀는 자신이 정말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야박하고 무정한 남자한테 잘 보이겠다고 정작 지켜야 할 내 소중한 사람들을 잊고 있었어.’

‘가족애와 우정..., 헛된 사랑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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