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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우린 방도 잡았다

구동후는 굳은 얼굴로 다시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모두 통화 중이었다.

그가 N번째로 전화를 걸자 한서준은 어두운 얼굴로 휴대폰을 뺏아 들었다.

[정말 끈질기시군요. 구 실장님, 한서준 씨에게 이번 박람회와는 인연이 없다고 전해주세요.]

최하연이 퉁명스럽게 얘기하자 전화기 너머에는 정적만이 맴돌았다.

한참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야.”

이 목소리를 들은 하연이 순간 목이 막혔다.

서준은 그녀의 말에 신경 쓰지 않았다.

“HT그룹이 이번 기부금 금액을 600억에서 900억으로 늘렸는데, 이 정도면 이번 박람회에 참가할 자격이 있는 거 아닌가?”

그 순간, 하연은 이미 최하성의 슈퍼카에 앉아 말했다.

[한서준 씨, 지금 장난하는 것 같습니까?]

방금 전 하성은 그녀가 바쁜 것을 보고도 하연을 끌고 D국의 야시장을 구경하자고 고집했고 그녀는 그런 오빠를 거절할 수 없어 차에 올라탔다.

“900억이 부족하다면 2000억, 그래도 안 되면 글로벌 상업연합회에 보고해 그 사람들의 결정에 따를 거야. 네가 있는 그룹이 유일한 주최자는 아니니까.”

[정말...]

하연은 그의 몇 마디로 말문이 막혔고, 운전을 하고 있던 하성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하연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빼앗았다.

[낯짝도 두껍네, 내 동생이랑 이혼한 주제에 왜 자꾸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거야? 뭐 재혼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말해두겠는데, 그런 거라면 마음속에 고이 접어 둬. 최하연은 내 거야. 참고로 우린 방도 잡았다고!]

이 말을 끝으로 하성은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하연에게 던졌다.

하연은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

“뭐? 방을 잡아?”

“또 모르지? 이 말 한마디에 한서준은 지금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 걸?”

...

전화가 끊긴 후 서준의 얼굴은 정말 보기 싫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동후는 그가 왜 그런지 몰라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사표를 낸 건 분명히 최 비서님인데 왜 갑자기 HT그룹을 상대로 공격을 하는 거지? 그리고 어떻게 D국 DS그룹 수석 비서로 이직한 거지? 거긴 취업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대기업이잖아.”

서준의 머리속은 하성의 말로 가득 찼고, 이는 그를 점점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당장 D국행 비행기표를 예매해.”

그리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글로벌 상업연합회 회장이 나씨 집안사람 맞지?”

“네, 얼마 전에 선거가 치러졌는데 그 분이 재선됐습니다.”

“그럼 운석이한테 8시간 후 만나자고 전해.”

나운석은 나훈철의 외아들로 해외 4대 가문 중 하나인 나씨 가문의 장남이었다.

바람둥이로 소문난 그는 여행할 때마다 아름다운 여자들에게 둘러 싸여 있었다.

그는 또한 서준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명이었다.

오랫동안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한동안 두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D국으로 출발하기 전, 서준은 체크인을 위해 고택으로 돌아와 짐을 쌌다.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인테리어 회사 직원과 마주쳤다.

“한서준 대표님, 안...”

불길한 예감에 미간을 찌푸린 그는 소파에 앉아 있던 두 사람의 인사도 듣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있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침실 안은 커튼부터 침대 시트, 심지어 옷장까지 모든 게 다 새것으로 바뀌어 있었으며 더 이상 하연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누가 시킨 거야?”

그는 눈을 흘기며 물었다.

3층에서 청소를 하던 가정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혜경 아가씨께서 바꿔 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서준이 서늘한 얼굴로 소리를 지르려던 그때 혜경이 불룩한 배를 쓰다듬으며 걸어왔다.

“서준 씨!”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입을 열었다.

“벌써 당신이랑 최 비서 사이에 있었던 일들은 다 들었어, 이미 이혼했으니까 집도 새롭게 꾸며야지. 안 그래? 이것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겠지?”

서준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옆에 있는 이수애를 노려봤다.

이에 이수애는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부인했다.

“최하연이 반지를 떨어뜨리고 가서 혜경이가 봤길래 설명해준 것뿐이야!”

이 말을 하면서도 그녀는 억울했다.

이수애는 하루 종일 혜경의 심문을 받아야 했다.

“분명 일부러 그랬을 거야. 걘 우리 한씨 가문이 행복한 꼴을 못 보는 거라고!”

“무슨 반지요?”

서준이 인상 지은 채 물었다.

‘나도 이 방에서 지내면서 한 번도 못 봤는데, 그걸 민혜경이 발견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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