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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오빠가 제 남편 해요

상혁 오빠라는 말 한마디에 상혁의 마음은 옥아 내리는 것만 같았다. 상혁이 망아지를 끌며 정원을 돌고 있는 사이, 하연은 동글동글한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쉴 새 없이 질문했다.

“상혁 오빠, 망아지가 왜 말을 안 해요?”

“왜 하늘은 파래요?”

“왜 새는 날 수 있어요?”

“왜 사람은 남자와 여자로 나뉘어요?”

“...”

어린 하연은 조잘조잘 쉴 새 없이 물었지만 상혁은 귀찮아하기는커녕 인내심 있게 하나하나 대답했다.

“와, 상혁 오빠 짱! 어떻게 뭐든 다 알아요?”

하연은 우상을 보는 듯 반짝이는 눈으로 상혁을 봤다. 그 반응에 상혁은 으쓱해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연이 너무 귀여워.’

“하연아, 너 오빠 동생만 할 수 있어?”

“안 돼요.”

하연은 고개를 저으며 고사리 같은 손을 꺼내 숫자를 세기 시작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저 오빠 세 명 있어요. 상혁 오빠까지 하면 4명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상혁은 낯빛이 어두워지며 질투심이 밀려왔다.

“오빠 셋이나 있어? 난 동생이 너 하나뿐인데.”

그때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하연이 상혁의 손을 잡으며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럼 오빠가 제 남편 해요.”

상혁은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비록 아직 7살이지만 상혁은 다른 꼬마들이 모르는 걸 알고 있었다.

예를 들면 남자와 여자는 커서 결혼해야 한다든가.

결혼하면 아기가 태어난다는가.

심지어는 여보, 자기 등 애칭으로 상대를 부른다든가.

그리고 결혼하면 상대와 평생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까지.

‘하지만 엄마가 분명 쉽게 결혼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속으로 한참 동안 고민하던 상혁은 의아한 듯 물었다.

“왜 내가 남편이 됐으면 해?”

“오빠가 말했는데 여자애는 커서 남편을 한 명만 둘 수 있댔어요. 그러니까 상혀규 오빠가 제 남편이 되어줄래요?”

하연은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했다.

그 말을 한참 듣던 상혁은 괜찮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이 귀여운 여동생과 평생 같이 있을 수 있으니.

“그래.”

“그럼 우리 손가락 걸고 약속해요.”

“그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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